관세 덫에 빠진 스리랑카 좌파

스리랑카의 새 좌파 정부는 이미 관세 충격과 국제통화기금의 압력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이 정부는 붕괴된 수출주도 모델을 과감히 개혁하거나,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약속했던 희망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카투나야케 자유무역지대(FTZ) 노동자들, 너무 비싼 버스 요금 때문에 귀향과 투표 포기

이 문장은 56일 지방정부 선거를 하루 앞둔 55일 월요일 아침, 한 스리랑카 언론이 보도한 헤드라인이었다. 이 짧은 문장은 스리랑카 자유무역지대에서 조용히 진행 중인 위기를 정확히 포착했다. 한 젊은 의류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집에 가서 투표할 버스 요금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기숙사에 남아 있기로 했어요.”

그의 곁에는 수백 명의 동료들이 있었다 — 대다수는 여성이며, 이들은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경제적 제약 때문에 같은 선택을 했다. 이들의 부재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경제적 취약성이 어떻게 저소득 스리랑카인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스리랑카의 수출주도 성장 모델이 어떻게 붕괴 지점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다.

강대국 간 무역전쟁에 관한 헤드라인 속에 묻혀 버린 진짜 부수적 피해는 바로 이것이다. , 관세 충격이 무역 흐름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략의 생존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면서, 재정적으로 제약받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들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발표한 이른바 해방의 날관세는 글로벌 무역 긴장을 극적으로 격화시켰다. 미국에 대한 기성복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스리랑카는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 중 하나였다. 당시 트럼프가 처음 제안한 관세는 무려 44%였으며, 이는 산업 노동자의 약 15%를 고용하고 있는 의류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이 산업은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과 수출 수입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비록 이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90일 유예 조치에 따라 79일 시행 예정으로 미뤄졌지만, 이 사건은 작고 수출 의존적인 경제들이 얼마나 먼 초강대국의 예측 불가능한 결정에 취약하게 얽매여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연기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스리랑카 경제 구조가 안고 있는 더 깊고 구조적인 위기를 드러낸다. 첫째, 스리랑카는 통화와 무역의 변동성 등 외부 충격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어, 국제 수지의 안정성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둘째, 스리랑카는 주권 부채를 상환하고 필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역 흐름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재정 압박이 심화된다. 셋째, 이 모델은 근본적으로 착취적 구조다. 낮은 임금, 미미한 부가가치, 엄격한 노동 규율에 기반한 이 모델은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스리랑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국가의 모범 사례처럼 칭송받는 동안, 그 의류 노동자들이 지금 귀향해 투표할 버스 요금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 서사가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명백히 드러낸다.

2023년 가을, 재분배·사회정의·경제 개혁을 약속하며 집권한 좌파 정당 인민의힘(NPP, National People’s Power)에게 현재 상황은 심대한 정치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이 정당은 부패, 엘리트의 무능,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긴축정책, 이전 정권들의 경제 붕괴에 대한 대중의 깊은 좌절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이후 NPP는 자신들이 과거에 비판했던 수출주도 회복과 재정 건전성 중심의 IMF식 정통 노선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해왔다.

스리랑카의 역사적 수출 의존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현재 NPP 정부는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고 지지층에게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던 그 구조적 제약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책 연속성은 오히려 그 모델이 내포한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는 단지 경고 신호가 아니다. 무역 장벽과 지정학적 재편성이 갈수록 심화하는 세계에서, 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는 이처럼 취약하고 외부 의존적인 경제 기반 위에 안정적이거나 주권적인 발전 경로를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방 선거에서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들이 보여준 목소리와 침묵은 경제 모델이 추상적인 성장 통계가 아니라, 그 모델이 실제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의 삶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냉정한 경고다.

날아간 사다리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스리랑카의 수출 경제를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IMF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 내부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성을 낱낱이 드러낸다. 한국 출신 경제학자 장하준은 부유한 국가들 — 예컨대 영국이나 미국 — 의 산업화가 역사적으로 보호무역 정책과 강력한 국가 개입 위에 세워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이후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시장 원리를 강요하면서, 자국이 사용했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이러한 비판은 비정통 좌파 경제학자들에 의해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졌으며,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무제한적 자유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입대체 산업화, 공공투자, 국영기업, 외부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여유공간의 실용적 결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리랑카의 경우 이 비판은 더욱 뼈아프게 적용된다. IMF가 처방하는 정책은 여전히 재정 긴축, 고금리 통화 정책, 무역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국 산업을 약화시키며, 결국 이중잣대를 고착화한다. , 선진국들은 경제 위기 시 재정 부양책과 통화 팽창 정책을 사용하면서도, 개발도상국에는 지출 삭감, 금리 인상, 재정 균형 유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스리랑카의 현재 예산 전략은 이 이중잣대를 그대로 반영한다. NPP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예산은 특히 의류 부문을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수출 회복이 공공 서비스 재원과 IMF 구조조정 요건 충족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가장 최근 예측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2025년까지 연간 미화 182억 달러의 수출 수익을 목표로 하며, 이 중 52억 달러가 의류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이미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산 의류 제품에 대한 미국의 44% 관세 부과 조치 때문이다. 이 관세는 현재 유예 기간 동안 10%로 유지되고 있으나, 스리랑카가 최대 의류 수출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시화했다. 이 사건은 비판적 경제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핵심 주장을 다시금 입증한다. 변동성이 큰 세계 수요와 유동 자본에 의존하는 발전 모델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결국 부유한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종속된다.

해방의 날관세는 단순한 통상 분쟁 이상을 드러낸다. 그것은 스리랑카 전체 발전 경로의 취약성과 의존성을 폭로한다. 진정한 회복은 불안정한 수출 시장을 쫓거나 외국 차관에 의존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회복은 곡물 및 에너지 안보, 국내 생산력 재건, 재정 및 산업 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경제 주권을 다시 세우는 근본적 전환에서 시작된다. 이 관세는 NPP 정부에 대한 경고음이다. 만약 이 정부가 이전 정권들의 경제 노선을 과감히 청산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권좌로 밀어 올린 불평등과 종속 구조를 반복 재생산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1일 스리랑카에서 열린 국제노동절 행사에서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사이에 갇힌 스리랑카 좌파

좌파 정당의 선거 승리가 세계적으로 드문 현재 시점에서, 지난해 가을 NPP의 집권은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이 정당은 대중적 민주 동원을 통해 선출된 좌파 정당으로서, 사회정의, 주권,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에 기반한 경제 재건을 약속하며 집권했다. 하리니 아마라수리야(Harini Amarasuriya) 총리는 51일 노동절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전진의 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부 아래서 139번째 국제노동절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이는 노동계급이 피와 땀으로 점철된 고통과 희생, 투쟁의 시기를 끝내고자 하는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이 갑작스럽게 의류 부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대한 경제 위기가 촉발되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공식적 가치와 실제 행동 간의 날카로운 모순을 드러냈다. 관세가 발표된 직후, 스리랑카는 고위급 대표단을 워싱턴 D.C.로 파견해 면제 가능성을 협상했으며,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Anura Kumara Dissanayake) 대통령 본인도 트럼프와 공식 서신을 교환하며, 이 문제를 전통적인 국가 간 외교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제영향평가위원회와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를 설치했으며, 이들 기구는 대부분 학계, 정책 전문가, 민간 부문 인사들로 구성되어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위임받았다.

NPP 정부는 인도와의 경제기술협력협정(ETCA)과 규제 조화 문제를 포함해 전략적 기획을 논의하기 위한 범정당 회의도 소집했다. 또한, 재무부와 외교부는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재계 지도자 및 산업계 대표들과의 포럼도 연이어 개최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중대한 단절이 드러난다. 이 모든 논의 과정 어디에도 노동계층이나 노동조합은 포함되지 않았다. 좌파 전통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서 이는 명백한 누락이다. 정부의 모든 정책 협의 대상은 자본 쪽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지역 산업 리더, 다국적 기업, 기술관료가 주류를 이룬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수출 수요 감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가장 크게 떠안을 협동조합, 비공식 부문 조직들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더욱이,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현재 국가관세정책과 새로운 세관법을 제정 중이다. 이러한 조치들과 IMF의 확장기금제도(EFF)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 정렬은 자유무역 촉진 방향으로의 이행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이전 신자유주의 정권들의 전략을 반복하는 것이다. IMF는 이미 이 관세가 스리랑카 경제 회복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목했으며, 그에 따라 경제 개혁은 무엇보다도 수출 경쟁력과 투자자 신뢰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서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NPP의 정치경제적 정체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을 야기한다. 이 정당은 재분배, 민중 중심 발전, 민주적 계획경제를 강조해 왔지만,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은 중도 혹은 우파 정부라 해도 실행했을 법한 조치들에 머물러 있다. 자본의 목소리를 우선시하고 노동을 주변화함으로써, NPP 정부는 행정 효율성과 외교적 타협이라는 명분 아래, 스스로의 이념적 토대를 허물고 있는 셈이다.

변혁적 전환을 위한 요구

경제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이 시점에서, 스리랑카는 더 이상 취약한 수출 의존 모델과 IMF 정통성에 매달릴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전환이다. 정의, 지속가능성, 경제적 자율성에 뿌리를 둔 새로운 발전 프레임워크가 절실하다.

좌파 정부는 단순히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의 기초 자체를 재구성할 임무를 지닌다. 그런 발전이란 시장을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발전이어야 한다. 이는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한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동권을 강화하며, 노동자들을 경제 정책 결정의 중심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적 비전은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출처Sri Lanka’s Left in the Tariff Trap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타니야 실바풀레(Taniya Silvapulle)는 스리랑카 콜롬보에 위치한 사회과학자협회(Social Scientists’ Association, SSA) 소속 연구자다.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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