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이 포르투갈 신트라(Sintra)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모였다. 물론 언덕 위 고급 호텔 안의 에어컨은 훌륭할 것이라 확신한다. 금융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핵심 이슈는 미국 달러화가 계속 하락할 것인지 아닌지이며, 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달러 지배가 끝나가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미국이 세계 주요 무역 및 금융 통화의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누려온 ‘지나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 사라질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가 1월에 취임한 이후, 미국 달러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3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의 관세 발작(tariff tantrums)과 예측 불가능한 정책 반전은 국제 무역과 투자자들에게 달러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하지만 달러 하락의 진짜 원인이 그것일까? 우선, 현재 미국 달러는 다른 통화 대비 3년 만의 최저치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당시 달러가 사상 최고 수준에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훨씬 더 긴 기간으로 보자면, 달러는 유로, 파운드, 엔화, 위안화 대비 전혀 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달러 가치는 1월 이후 약 9% 하락했고, 4월 한 달 동안에만 4.5%나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발작 이후에도 달러 지수는 10년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최근 달러가 유로 및 다른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인 진짜 이유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차입 비용,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파월(Fed 의장)은 금리 인하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그는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연준 의장을 임명하겠다며, 파월에게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위원회(FOMC)는 금리를 유지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려 있다. 그러나 이 딜레마는 사실상 잘못된 이분법이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시행하는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거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본주의 경제를 ‘관리’하는 데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일본 간의 금리 차이를 좁히게 되며, 결과적으로 달러 자산의 매력도를 낮춰 달러 가치를 약화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세계 시장에서 달러가 지닌 패권적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믿는 것은 기껏해야 희망적 사고이며, 주요 국가 경제의 실상에 대한 심각한 오판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몇 주 전 “유로가 달러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유로 시대’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런 희망적 사고를 드러냈다. 정말 그런가? 라가르드는 유럽 주요 경제가 침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 보고 있는가?
다음은 주요 국가들의 최근 연간 성장률(전년 대비 기준) 수치다:
인도 7.4%, 중국 5.4%, 브라질 2.9%, 캐나다 2.3%, 미국 2.0%, 일본 1.7%, 러시아 1.4%, 영국 1.3%, 남아프리카공화국 0.8%, 이탈리아 0.7%, 프랑스 0.6%, 독일 0.0%.
이 수치는 G7 주요 국가 가운데 캐나다와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경제는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고, 이제 미국마저 그 침체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최근 실질 GDP 자료는 0.5% 하락을 보여주며, 미국 제조업은 여전히 수축 국면(지수 50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이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달러는 여전히 국제 외화보유액의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유로의 20% 점유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라가르드의 희망적 사고는 그저 희망일 뿐이다.
[출처] Dollar v euro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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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