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쟁’ 중단 이후 이란의 선택

이스라엘, 이란 동부 마슈하드 공습 단행. 이스라엘이 이란 동부 도시 마슈하드를 표적으로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격은 마슈하드 국제공항 내 여러 지점을 타격했다. 현장에서 공유된 영상에는 피격된 건물 인근에 주기 중이던 보잉 747 화물기가 포착되었다. 출처: AirwayBuzz

6월 13일 미국을 뒷배로 삼은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12일 만에 중단되었다전쟁의 중단은 종전은 물론이고 휴전인 것도 아니다지금 전쟁은 상호 적대 행위가 잠시 보류된 상태에 놓여 있을 뿐이다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언제라도 재개될 수 있다고 보는 관측자가 적지 않다.

12일간 전쟁에서 이란은 상당한 피해를 봤다사망자의 수도 이스라엘 측은 28명이었다는데 이란 측은 (CIA의 전직 분석관인 래리 존슨에 따르면) 935명으로 훨씬 더 많다이스라엘의 전격 작전이 진행된 첫날 이란은 적의 공습에 속절없이 당하며 고위 장성과 과학자 수십 명을 잃었고그 뒤로도 이스라엘의 드론미사일 공격에 방공 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전쟁 끝에서는 핵시설 세 곳이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미국의 B-2 폭격기에 공습당했으나미국의 엄연한 국제법 위반에 대한 이란의 응징은 미미했던 편이다주요 자산을 미리 치워놓은 카타르 소재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시늉만 해 가부키식 대응으로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이번 전쟁에서 점수를 딴 쪽은 이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다음은 러시아의 군사 전문 블로거 보리스 로진의 분석이다. “상황의 결과를 놓고 보면…이란은 분명 효과적으로 버텨낸 셈이다이란은 지휘 체계를 복구하고…방공 체계를 일부 구축했고전쟁 마지막 순간까지 이스라엘을 고통스럽게 만들 가능성을 확보했다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야톨라 타도 계획은 수포가 되었다이란의 반대 세력은 정권을 전복하기는커녕이란인들이 자국 국기 중심으로 결집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이는 적어도 당분간은 이란 당국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로진의 이런 분석은 많은 군사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한다.

"트럼프, 향수 신제품 ‘빅토리 45-47(Victory 45-47)’ 공개"

이스라엘과 미국의 평가는 예상대로 정반대다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7월 7일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만나러 가며 미국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공동 적에 엄청난 승리를 얻은 것을 자찬했다트럼프는 전쟁이 중단된 것을 모두의 승리라며 자축했고심지어 남성과 여성을 위한 빅토리 45-47’이라는 이름의 향수까지 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향수에다 자기의 신체 부위 냄새를 섞었노라 선전한다고 하니트럼프의 과대망상증우스꽝스러움저질스러움은 끝이 안 보일 정도다.

네타냐후와 트럼프가 아무리 우겨도 그들이 전쟁의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은 분명하다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며 내건 명분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것이었다사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한 적도 하려 한 적도 없다그동안 이란은 자국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지 않으며 하지도 않을 것이라 공언해왔고미국의 정보기관 총괄자인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도 지난 3월 의회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증거는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그래서 아무런 근거가 없었던 셈이고미국이 벙커버스터 폭탄을 실은 B-2 폭격기를 동원해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의 핵시설을 폭격한 것 또한 국제법 위반이다그 결과는이란은 미국의 공습 이전에 포르도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농축 우라늄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았다 하고미국과 이스라엘나아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제 그것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진짜 목적은 체제 전복에 있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현재 이란은 1978년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세력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으며이스라엘의 시온주의자들이 서아시아에 구축하려는 대이스라엘’ 건설에 맞서고 있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을 이룬다이스라엘과 미국은 그들의 세계 전략에서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확장하기 위해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이라크리비아시리아 등을 침공해서 기존의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유화책을 써서 자신들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왔다그런 흐름에 반기를 든 것이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레바논의 헤즈볼라예멘의 안사르 알라이라크의 민병대지금은 붕괴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그리고 이란 정부로 구성된 저항의 축이다이 축의 핵은 누가 보더라도 이란이라 할 수 있다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에 대이란 공격에 나선 것은 이란의 혁명정권을 전복해 저항의 축을 제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전쟁의 명시적실질적 목적인 이란의 핵시설 파괴와 정권 전복에 성공하지 못했으니이스라엘과 미국은 사실상 패전했다고 할 수 있다이란은 중동 최강이라는 이스라엘과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고도 궤멸하지 않고보리스 로진의 말대로 효과적으로 버텨낸” 셈이니 일단은 승리한 셈이다더 나아가서 이란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처음으로 그 영토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엄청난 피해를 보도록 만들었다정작 이스라엘인들은 검열로 인해 자국의 피해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손실이 정말 컸던 모양이다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에 불법 공습을 가한 직후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것도 전쟁 피해가 너무 커지자 다급해진 이스라엘이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이란 폭격 전후의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이스라엘의 피해 규모에 대한 정보와 분석은 시간이 지나며 더 구체적으로 나온 셈이다그동안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위시해서 막강한 방공체제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이번 전쟁을 통해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텔아비브하이파네바팀아슈도드 등 크고 작은 도시와 항구에 건설되어 철통 방어된다고 하던 주요 군사정보산업 시설이 대규모로 파괴된 것이다래리 존슨에 따르면이란은 이번에 라파엘 방위 시스템즈엘빗 시스템즈 등 이스라엘의 첨단 방위산업체를 대거 초토화했다고 한다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와이즈만연구소도 크게 파괴되었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기가 동이 난 탓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몇 주 전 미국의 국방장관 헤그세스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다최근에 미국은 무기 공급을 재개한다며 입장을 변경했으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무기를 이전 수준만큼 제공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관측한다이유는 간단하다이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미국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60일 휴전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그런 점 때문일 공산이 높다근래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전쟁서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대팔레스타인 전쟁 등을 일으켜 지원하느라 무기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을 것으로 보는 관측자들이 많다이스라엘이 아빠에게 달려가 급한 사정을 말하고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짐짓 위세를 부린 뒤 급히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승리했노라며 이란이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양만큼 미사일 공급을 받고 나면 또 공격에 나설 것이라 보는 분석가가 많다영국의 국제정세분석가 알렉산더 메르쿠리스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렇게 말한다. 12일 전쟁이 휴전되거나 종전되지 않고 잠시 중단된 것일 뿐이라면이란으로서는 언제 재개될지 모를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메르쿠리스에 따르면안보 위협에 놓인 이란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첫째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협상에 나서는 것둘째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지원을 얻는 것셋째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그것이다이 가운데 그는 두 번째 선택을 권한다.

이란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친서방 세력이 상당히 많다고 알려져 있다과거 독재자 샤의 통치 시절에는 잘 살았으나 이슬람 혁명 이후 찬밥 신세가 되어 자유주의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자유주의 세력은 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당선에도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진다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이란으로서는 묘혈을 파는 셈이라고 보는 분석가들이 적지 않다그들은 미국은 그동안 자신이 맺은 협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을 통해 2015년에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한 적이 있으나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파기해 오늘날 서로 갈등을 겪고 있다이란이 다시 트럼프 행정부와 협정을 맺어도 미국은 기어코 그것을 파기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 다수의 예측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라 주장하는 이란인의 비율도 상당하다고 한다이것은 이란이 조선인민공화국과 같은 길을 가자는 견해로문제가 많을 수 있다조선은 이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그동안 엄청난 고난의 길을 걸었다이란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미국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이란과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도 반대한다이란의 핵 보유는 조선의 경우처럼 자국 안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이스라엘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며 그동안의 안하무인 행동을 놓고 보면 이란의 핵 보유가 분명해질 때 이스라엘이 바로 핵 공격에 나설 위험도 없지 않다이란의 핵 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이집트 등에도 핵무기 개발을 부추겨 서아시아에 핵 위험을 가중할 우려가 크다이란의 핵 보유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셈이라 하겠다.

메르쿠리스존슨 등 진보적 국제정세 분석가들은 이란에 러시아와 중국에 빨리 도움을 청하라고 권한다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자체 핵무기 개발보다는 러시아와 미국의 군사적 원조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란이 러시아와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12일 전쟁 기간에 미국이 제공한 막강한 무기로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는 것을 보고지금 러시아와 중국은 왜 방관하느냐고 묻는 관측자들이 적지 않았다러시아에 대해서는 자국이 지원해온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작년 12월에 붕괴할 때처럼 맥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두 번째 대통령직에 취임하기 사흘 전인 1월 17일 러시아와 이란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6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중요한 발언을 했다동반자 조약 체결 시 러시아가 방공 체계 지원을 제안했으나 이란 측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서아시아에서 역사가 가장 유구한 나라다이스라엘을 포함해 서아시아에는 역사가 100년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길어야 200년 안쪽인 나라들이 많으나이란은 고대 페르시아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그런 자긍심 때문인지 독립과 주권 의지를 강력하게 내세우는 인구가 아주 많다고 한다미국과 이스라엘이 가하는 위협을 뻔히 보고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원조를 거부하는 데에는 그런 점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하지만 지금 12일 전쟁은 중단된 상태일 뿐으로 언제 재개될는지 모르는 만큼 이란은 안보를 지킬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카츠가 얼마 전에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초기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참수 작전을 진행하려 했으나 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시행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오늘(7월 13나온 이란의 발표에 따르면하메네이는 전쟁 발발 직후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전쟁을 내내 총괄 지휘했고첫날 희생당한 고위 장성들을 교체하는 인사도 직접 단행했다고 한다적국의 민간인 지도자를 살해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인데이스라엘은 지금 당당히 그런 범죄를 계획했노라고 말하고 있다미국의 트럼프는 하메네이 살해를 자신이 막았노라고 하지만 전혀 믿을 바가 못 된다이제 전쟁이 중단되었으니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최고 지도부에 대한 적대 행위를 멈출 것인가?

미 해병 출신으로 말레이시아에 망명한 것으로 보이는 군사전문가이자 국제정세분석가인 브라이언 베를렉틱의 말대로미국은 지금 군사력이나 국력이 크게 떨어졌다고는 해도 자신의 헤게모니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말 시리아의 붕괴, 2025년 6월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그리고 유럽과 중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의 종속국들이 미국의 지정학적 목표 추구에 여전히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등은돌이킬 수 없이 쇠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 평화안녕번영에 중대한 위협임을 냉정하게 일깨워준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무기 부족과는 무관하게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네타냐후가 일주일 전에 트럼프를 배알한 것도 함께 이란을 공격하자고 꾀기 위함이었을 공산이 높다.

2025년 6월 2622차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중국 의장국 주재로 칭다오에서 개최했다출처상하이협력기구(SCO)

6월 25일 중국 칭다오에서 상하이협력기구’ 회의가 열렸을 때 이란의 국방장관이 참석했다거기서 이란 측은 최근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성능을 입증한 중국의 전투기 구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었다이것은 이란이 자국의 방공 체계 구축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타진한다는 신호일 것이다이란은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 하루 전인 6월 24일 외무장관을 러시아에 보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게 하기도 했다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고위 관리를 중국과 러시아에 연달아 파견한 것은 이란이 두 나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도 아직은 이란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중단만 되었을 뿐인데 이란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자체적 핵무기 개발러시아-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의 세 가지 방향 중 어디로 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말

강내희는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중앙대학교 교수,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참세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의 생김새⟫, ⟪길의 역사⟫,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등이 있다.

태그

하메네이 B-2 폭격기 상하이협력기구 이란-이스라엘 전쟁 빅토리 45-47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공동행동계획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