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거의 예외 없이 제조와 유통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다. 특허나 정부의 어떤 형태의 보호가 없다면, 처방당 가격이 30달러를 넘는 약은 매우 드물 것이고, 대부분의 약은 오래된 복제약처럼 몇 달러에 판매될 것이다.
그럼에도 처방당 수백 달러 또는 수천 달러에 판매되는 약들이 많다. 그 이유는 정부가 제약회사에 해당 약에 대한 특허 독점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이는 해당 약이 경쟁을 전혀 받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회사가 특허권이 있는 약을 제조하거나 유통하려 하면, 정부는 그 회사의 경영진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지어 구속할 수도 있다.
정부가 특허 독점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제약회사에게 혁신과 신약 개발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약회사는 생산비의 10배, 심지어 10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약을 판매함으로써 특허 기간 동안 막대한 이윤을 거둘 수 있다. 물론 혁신을 유도하는 다른 방법들도 존재하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겠다. 그러나 먼저 우리는 약에 대한 특허 독점권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본적인 요점은 자명하다. 사람들의 건강, 나아가 생명에 필수적인 약이 이러한 독점 때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싸질 수 있다. 암 치료제를 1년에 수만 달러, 심지어 수십만 달러를 들여야 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만약 해당 환자가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부유한 가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 막대한 고통이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들이 고펀드미(GoFundMe, 개인 또는 단체의 모금 플랫폼) 모금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고 비참하다.
사람들이 보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고가의 약에 대해 지급을 승인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여전히 큰 싸움이 된다. 우리는 대부분 보험회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문제에서 보험회사는 핵심 원인이 아니다.
어떤 제약회사가 최신 암 치료제에 대해 20만 달러를 요구한다면, 그 치료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더 저렴한 대안보다 확실히 나은지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제약회사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약에 대해 20만 달러를 넘겨주고 싶지 않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경우 여러 의사의 승인이나 기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반대로, 우리가 특허 독점이 없는 자유 시장 체제에 살고 있다면, 연간 수백 달러밖에 들지 않는 처방을 그렇게 엄격히 반복 확인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환자의 담당 의사가 그 약이 최선의 치료라고 판단했다면, 보험사가 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허 독점은 신약 개발을 유도하는 유인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약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허위 혹은 과장된 주장을 하도록 부추기는 유인도 제공한다. 처방당 제조와 유통에 10달러 또는 15달러가 드는 약을 1,000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면, 제약회사는 그 약을 가능한 한 널리 판매하려는 강한 이유를 갖게 된다.
이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바로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 계열 약물) 위기였다. 당시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세대의 오피오이드가 중독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 약이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오피오이드에 중독되었고, 이로 인해 삶이 망가졌으며,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제약회사들은 항상 약에 대해 과장된 주장을 한다. 그런 주장은 종종 의사들로 하여금 실제로는 더 효과적이거나 부작용이 적은 대안이 있음에도, 광고와 홍보가 집중된 약을 처방하게 만든다. 특허 독점이 없다면,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약 효과에 대해 대중을 호도할 유인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혁신 유인을 제공하는 데 있어 특허 독점 말고도 다른 대안이 있다. 가장 명백한 대안은, 그냥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우리가 신약 개발과 연구를 위해 그들에게 보수를 지급한다면, 그들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이전 수년 동안, 연방정부는 대부분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을 생의학 연구에 투자했다. 정치 스펙트럼 전반의 전문가들은 이 돈이 가치 있는 지출이라고 평가했다. 이 자금은 의학 연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백 건의 중요한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데 쓰였지만, 일부 약은 사실상 NIH 예산으로 개발되었다. 예를 들면 AZT(최초의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제), 그리고 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탁솔(Taxol)이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이상한 종교적 믿음처럼, 특허 독점이야말로 혁신을 지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맹신에 빠져 있다. 그러나 정책은 증거와 논리에 기반해야지, 신앙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승인 절차까지를 명시적으로 목표로 하는 추가적인 공공 자금 지원이 매우 가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데 의심할 이유는 없다.
공공 자금으로 진행된 연구의 장점 중 하나는 정부가 해당 연구 결과를 완전히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험이나 시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면 즉시 웹상에 공개되며,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그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은 성공적인 결과 위에 더 빠르게 후속 연구를 쌓을 수 있게 하고, 누군가가 이미 막다른 길이라고 판단한 경로를 다른 연구자가 다시 따라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우리가 특허 독점이 없는 자유 시장 체제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절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정책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우리는 처방약과 기타 의약품에 7,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이다. 만약 이 물품들이 특허 독점이나 관련 보호 없이 자유 시장에서 공급된다면, 총비용은 약 1,5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대략적인 수치지만, 우리는 약이 특허 보호를 상실했을 때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두 가격 차이인 5,500억 달러는 미국 GDP의 1.8%에 해당한다.
이를 비교하자면, 의회예산처(CBO)는 트럼프의 “One Big Beautiful Bill”의 순비용을 향후 10년간 3.7조 달러로 예상하는데, 이는 GDP의 1.0%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트럼프의 감세안이 매우 큰 문제라고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의약품 특허 독점으로 인한 비용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의약품 특허 독점으로 인한 비용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 만약 트럼프의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 확대가 중대한 사안이라면, 특허 독점으로 인해 처방약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훨씬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선행 자금 지원 방식과 자유 시장 기반 의약품 체제로 전환하는 일은 복잡한 과정이며, 신중하게 계획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전환에는 사람들의 건강뿐 아니라 막대한 금액이 걸려 있다. 누군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참 좋을 일이다.
[출처] Cheap Drugs Matter: Why Make Them Expensive with Patent Monopolie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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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