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거의 429ppm에 근접했다. 이는 직접 측정된 수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3백만 년 넘는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수준이다.
이는 2024년에 사상 최고치인 374억 톤에 달한 화석연료 및 산업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의 직접적인 결과다. 지구의 바다, 식물, 토양은 이 중 절반 이상을 흡수했지만, 대기 중에 남은 이산화탄소는 약 150억 톤에 달하는 양을 더하면서 지구 탄소 순환을 더욱 파괴했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한 "지구 가열의 시대(global boiling)"를 심화시켰다.
모든 인위적 배출이 내일 당장 멈춘다고 해도, 자연적 과정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점차적으로 더 안전한 수준으로 줄일 것이다. 하지만 핵심 단어는 "점차적으로"다. 한 기후과학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화석연료에서 기인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수명은 수세기에 달하며, 그 중 25%는 사실상 영원히 지속된다.”
“화석연료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생기는 기후적 영향은 스톤헨지보다도 오래 지속된다. 타임캡슐이나 핵폐기물보다도 오래 가며, 현재까지의 인류 문명 전체의 연대보다도 오래 지속된다. 우리가 석탄 한 톤을 태울 때마다, 그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는 천 년 뒤인 다음 천년기의 시작 시점에도 여전히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과학자들은 훨씬 오래 지속되는 비율을 20%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1958년 이래 직접 측정을 시작한 이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1조 톤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수세기가 지나도 이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은 상태로 유지할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건설 중인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가장 널리 홍보된 해결책은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 또는 부정배출기술(Negative Emissions Technology, NET)이라 불리는 것으로, 이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하는 동의어다. 사실 1.5도 상승을 억제하려는 대부분의 계획은 CDR을 필수 구성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각국의 기후 정책 입안자들은 화석연료 산업의 주장, 즉 배출을 신속히 줄이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보다 빠르게 제거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수용했다.
대부분의 계획은 지구 기온이 목표치를 넘어서 상승한 뒤, 나중에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통해 다시 낮아질 것이라 가정한다. 그렇다면 지구는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얼마나 오래 위험한 수준을 유지할까? 그 사이 지구와 인류는 얼마나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까? 이에 대해 고무적인 답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권위 있는 목소리인 <이코노미스트>는 “1.5도 한계를 넘는 것이 지구에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일부 사람들과 삶의 방식, 생태계, 심지어 국가들에게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DR 기본서(The CDR Primer)'의 편집자들은 우선순위가 배출 감축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부 산업은 막대한 기후오염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므로 CDR도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배출 규모는 2050년까지 매년 수 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수준의 CDR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전 지구적 순배출 ‘제로(net-zero)’에 도달한 이후에는 정점을 찍은 대기 중 농도를 낮추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제거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가능성은 어떨까?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농도 증가를 제거량이 따라잡지 못하는 한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이는 매년 수십억 톤의 가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재정적 장벽은 차치하고라도, ‘지구 가열’을 멈추거나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떤 요건들이 충족돼야 할까?
2025년 1월, 미국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 APS)가 동료 평가(peer-reviewed) 과정을 거쳐 발표한 과학 연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물리과학적 관점’(Atmospheric Carbon Dioxide Removal: A Physical Science Perspective)은 이 질문에 대해 권위 있는 답을 제시하지만, 그 내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 보고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수천 년간 저장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지만, 문제의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유소와 같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의 탄소 포집 기술은 수십 년간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대개 ‘향상된 석유 회수(enhanced oil recovery)’에 활용되며, 이는 다시 더 많은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석유를 뽑아내는 데 사용된다.
반면,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시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시스템은 수십 개에 불과하며, 이들 모두 당면 과제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APS 보고서의 저자들은 열두 가지의 제안된 기술을 검토하며, 특히 이 기술들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현재 어떤 기술도 충분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 가지 기술이 있다. 바로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DAC)’, ‘생물학적 탄소 포집’, ‘강화된 암석 풍화(enhanced rock weathering)’다.
직접 공기 포집(DAC)
DAC는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독자들은 아마 거대한 팬이 공기를 화학 필터로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시범 플랜트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터가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이산화탄소를 추출하고, 필터는 다시 사용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DAC 시설은 아이슬란드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프로젝트다. 이 회사의 창립자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를 포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회사는 매월 250달러짜리 ‘탄소 제거 크레딧’을 수천 개 판매했으며, 각 크레딧은 25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언론 <하이미르딘>(Heimildin)이 2025년 5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시설은 2021년 이래 총 2,400톤의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자가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공정하게 보자면, DAC가 직면한 기술적 도전은 엄청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29ppm은 세계 기후를 크게 바꾸기에 충분하지만, 절대량으로 보면 이는 대기의 극히 일부분이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 질량의 0.062%, 부피의 0.04%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하려면, 완전히 효율적인 시스템조차도 2,000톤의 공기를 처리해야 한다.
APS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전 세계 모든 에어컨에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장착하더라도, 이들이 제거할 수 있는 양은 연간 10억 톤에 못 미친다. 지구 기온을 단지 안정화시키는 데도 15배 이상의 설비가 필요하며, 기온을 낮추려면 훨씬 더 많은 설비가 요구된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예를 들어 반도체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보라며—DAC는 컴퓨터가 겪지 않는 물리적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1850년 독일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가 처음 제시한 이 법칙은 모든 시스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무질서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증가하며,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이는 추측이 아니라 가장 견고한 자연 법칙 중 하나다. 예외는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분자는 매우 무질서하게 존재한다. 질소, 산소, 그 외 다른 기체 수조(數兆) 사이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물리학자들이 특정량의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한곳에 모으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매우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계산은 어떤 기술을 사용하든 적용된다. 우리가 측정하는 것은 대기 중 무질서한 이산화탄소와 포집 후 집중된 이산화탄소의 에너지 차이일 뿐이므로, 완전히 효율적인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외부 에너지를 나타낸다. 실제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다행히도 방정식을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 APS 보고서 저자들이 그 계산을 해주었다. 완전 효율 시스템에서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하려면 120킬로와트시(kWh)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열역학 제2법칙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 경우, 이는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하려면 적어도 120kWh는 필요하다는 뜻이지, 그보다 적은 에너지로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 확대해 보면, 연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면 최소한 연중무휴 하루 24시간 140억 와트(14GW)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소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CDR 시스템이 이 정도 양을 제거하려면 이보다 3~10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뉴욕시 전체 전력 소비를 여러 번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늘릴 수도 있다.
지구의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실제로 제거해야 할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막대한 부분을 소모할 것이다. 이로 인해 아동 영양 사업, 전염병 대응 등 에너지 집약적인 다른 프로그램 수행 능력도 저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DAC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저감에 기여하려면, DAC 자체 기술에서 혁신적 발전이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모든 DAC 설비에 고출력 무탄소 태양광 발전소를 별도로 갖출 수 있을 정도로 태양에너지 시스템의 용량과 효율도 획기적으로 향상돼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조건 중 어느 것도 위험한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피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실현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DAC는 오늘날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에서 핵심 전략이 될 수 없다.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자연 에너지를 더 오랜 시간 동안 활용함으로써 열역학 제2법칙의 한계를 피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일부에서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작물이나 나무를 재배한 뒤 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지하에 매장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나무는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자연스럽게 제거하며(이는 사실상 무한하고 자유로운 에너지원이다), 연소 지점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기 때문에 포집이 더 쉬워진다.
잉글랜드 요크셔에 위치한 드랙스(Drax) 발전소에서 배출구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처: NRDC
세계 최대 규모의 BECCS 설비인 영국의 드랙스 발전소는 2030년까지 연간 8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겠다고 주장하며, 이는 영국 연간 배출량의 약 3%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드랙스는 영국 내에서 목적을 두고 재배한 나무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가공된 목재 펠릿을 수입해 태우는데, 이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중부의 원시림에서 만들어진 수십만 톤의 펠릿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드랙스는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숲에 이미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셈이다.
게다가 드랙스 발전소 자체는 영국에서 가장 큰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매년 1,200만 톤을 대기로 내보낸다. 국제 탄소 회계 규정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해도 벌목된 숲이 다시 자랄 것이기 때문에 해당 목재는 재생 가능한 연료라는 그럴듯한 논리에 따라 이 배출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한다.
이런 사기극은 제쳐두더라도, 물리학자들의 보고서는 BECCS 시스템이 실제로 새로운 나무를 재배하는 경우에도 "광합성의 에너지→생물량 전환 효율이 낮기 때문에 막대한 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기존 농업 및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IPCC가 1.5도 이하의 지구 온도 상승을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 중 BECCS를 포함하는 경우, 2050년까지 에너지 작물이 세계 경작지의 최소 20%를 차지하게 되며, BECCS가 주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그 비중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토지 이용 변화가 "기후 변화 이외의 영역에서도 지구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ECCS는 재배, 비료 사용, 수확, 운송, 연소, 매장 등 모든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40년까지 "BECCS의 배출량만으로도 영국의 모든 다른 배출원을 합친 양을 초과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요컨대, BECCS는 환경에 이익보다 해악이 더 크다. 유럽과학아카데미자문위원회(EASAC)는 최근 유럽연합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의 역할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제거 가능성 측면 모두에서 상당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IPCC의 1.5도 또는 2도 제한 시나리오에 부여된 BECCS의 막대한 음의 배출 역량은 최근 분석들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
"IPCC 모델에 나타난 수준으로 BECCS를 전개하면 기후 변화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물권의 무결성, 토지 이용, 생지구화학 흐름과 같은 행성 경계선을 초과하게 되며, 담수 이용 또한 경계선에 근접하게 된다. BECCS는 여전히 환경적 영향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 상당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강화된 암석 풍화(ERW)
지구 시스템의 수백만 년간의 대사 작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느린 탄소 순환에서, 노출된 암석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기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정된 광물을 형성한다. 이 풍화 작용은 자연적으로 매년 약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총 배출량만큼 심해지지 않은 데 기여해 왔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암석 수백만 톤을 사람 머리카락 너비의 1/5 수준으로 곱게 분쇄한 후, 광범위한 토지에 뿌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노출 표면적을 극적으로 늘려 이산화탄소 제거량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다른 목적으로 대량의 분쇄 암석을 채굴·운송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DAC이나 BECCS보다 에너지 비용도 훨씬 적다.
이 방식에는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 연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면 약 100만㎢의 면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BECCS와는 달리 독점적 토지 이용은 아니다. 분쇄 암석은 비료 효과가 있을 수 있어, 지역 토양 특성에 따라 기존 농경지에 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분쇄된 암석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제거 과정을 계속 작동시키려면 매년 수십억 톤의 암석을 새로 채굴하고, 분쇄하고, 운송하고, 뿌려야 한다. 지금까지 이 정도 규모로 수행된 적은 없으며, 실제로 시도한다고 해도 제거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결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막다른 길
2018년 10월, 파리협정을 채택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요청에 따라, 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까지의 배출량만으로는 1.5도 상승을 유발하지 않지만, "전지구적 협력 부족, 에너지·토지 전환을 위한 거버넌스 부족, 자원 집약적 소비의 증가"로 인해 배출이 계속될 것이며 이는 온도를 꾸준히 높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즉각적인 감축이나 매우 급속한 감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이들 모두는 일정 정도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포함한다.
대부분의 시나리오는 초과 상승을 전제로 한다. 즉, 지구 평균 기온이 한동안 1.5도 또는 2.0도를 초과한 후, "투기적으로 매우 대규모의" CDR을 통해 다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초과 상승을 완전히 방지하려면, 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에 따르면, CDR은 2100년까지 1,000억~1조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실제 보고서 본문을 보면, 실제로는 이 중 상한에 가까운 양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극도로 대규모 CDR에 의존하는 방식은 전체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보고서 자체도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현재의 느린 전개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CCS의 실질적 구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제안된 어떤 기술도 대규모 배치에 근접하지 않았고, 규제 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현실적 실행을 어렵게 만든다. 대규모 CDR이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동 중인 DAC 설비는 없으며, IPCC 시나리오에 포함된 병행적 배출 감축 역시 시작되지 않았고 전망도 없다. 당시 보고서가 우선시한 옵션인 BECCS는 신뢰를 대부분 상실했으며, 암석 분말을 분쇄하고 뿌리겠다고 나선 이도 없다.
게다가, 설령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매장하더라도, 이것이 다시 대기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을 완벽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이든, 갑작스러운 파열이든 마찬가지다. 또 다른 IPCC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저장이 반드시 영구적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한다.
"지상 생물권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향후 재배출 위험이 있다. 예컨대 산불, 토지 관리 방식의 변화, 혹은 기후 변화로 인해 식생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잘 선정된 지질 저장소의 경우 이와는 다른 위험을 갖지만, 그런 위험 역시 존재한다."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주입해 남은 석유를 뽑아내는 경우, 그곳은 "잘 선정된 지질 저장소"가 아니므로 누출 위험이 더 크다. 석유 산업이 고갈된 유정을 막지도 않고, 누출이나 배출을 감시하지도 않은 채 방치해온 역사를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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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기업들에게 CDR을 실현 가능한 기후 해법으로 의제에 남겨두는 것은 마치 '감옥에서 나가기' 카드와 같다. 배출을 멈추는 대신, 언젠가는 포집하고 매장하겠다고 약속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말이다. 2023년,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CEO는 동료 기업인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 회사의 직접 포집 기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산업을 존속하게 해주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 산업에 앞으로 60년, 70년, 80년 더 운영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한다."
몇 달 전,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을 42%, 2035년까지 57%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달성하거나 근접하기 위해서는 모든 신규 화석연료 채굴을 즉각 중단하고, 주요 배출원을 빠르게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비상 대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의 초점은 지금 당장 그것에 맞춰져야 하며, 언젠가 작동할지도 모를 투기적 기술이 아니라 지금 오염을 계속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뿐인 기술이어서는 안 된다.
[출처] Can carbon dioxide removal save the climat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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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앵거스(Ian Angus)는 기후위기와 생태경제 문제를 에코소셜리즘 관점에서 활발히 비판·분석하는 대표 지식인이며, 기술 및 이론 연구자로서 다양한 사회생태학 담론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