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유출돼 피신 했는데, 작업장 무단이탈로 징계 위기

누출 사고 때 조합원 대피시킨 콘티넨탈지회장, 징계위 회부돼

[출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화학물질 누출 후 대피했던 직원들에게 ‘사업장 무단이탈’, ‘복귀 명령 거부’ 딱지가 붙었다. 회사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니 ‘허위 사실 유포’라는 징계 항목이 추가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저항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지시는 여전히 있고, 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삼성 갤럭시 하청업체에서 메탄올 중독 피해사례가 추가 발견되는 등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유해물질 중독 사건이 지적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조남덕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은 지난 7월, 인근 공장에서 있었던 화학물질 유출 사고 때 조합원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밟고 있다. 콘티넨탈 사측은 지난 9월, 조 지회장이 다른 조합원들과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했고, 회사의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했다. 지난 7일, 1차 징계위가 열렸고 오는 18일엔 2차 징계위가 열린다.

사건이 있던 지난 7월 26일 오전 7시 56분경, 공단 내에서 ‘티오비스’라는 화학물질 2개 드럼 300리터가 유출됐다. ‘티오비스’는 그 자체로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인 황화수소가 생성될 수 있어 주의해 다뤄야 할 물질이다. 티오비스 유출 직후 세종소방서, 세종경찰서가 출동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재난 통제를 시작했다. 반경 300미터 지역엔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고 공장과 콘티넨탈의 지도상 직선거리는 300미터. 하지만 콘티넨탈엔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콘티넨탈 직원들은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인근 공장에 화학물질이 유출됐다는 것을 알았다. 직원들은 악취를 맡았고 관리자에게 유출된 물질에 관해 물었지만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얻을 수 있었다.

조남덕 지회장은 오전 10시 40분, 노동청 본청에 연락해 이런 사정을 알리고 “작업 중지 포함해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얘기했다. 대전지청 근로감독관은 오전 11시에 회사로 도착해 사측과 노조와 논의한 끝에 “현재 인근 사업장 중 일부가 모두 대피한 상황이며 회사도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사측은 수락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안전관리 책임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근로감독관이) 권유를 한 거지, 대피 명령을 내릴 권한도 없는 분이다. 소방방재청장님이 (대피명령을) 하는 건데, 근로자 대표하고 같이 가서 문의해보니 대피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조남덕 지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직원들이 사측에 조치를 취해달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관리자는 ‘아직 누가 쓰러진 것도 아니고 증상을 보인 것도 아닌데 작업을 중지할 이유가 없다’더라. 밖에서 안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작업 시스템이라 불안했다. 직원들은 우왕좌왕했고 오전 11시쯤 주간 작업 중이던 28명의 조합원에게 대피하라 말했다”

안전 책임자가 작업 복귀를 요청했지만 지회는 거절했다. 대피 후 눈 따가움이나 메스꺼움을 느꼈던 조합원들은 인근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았다. 유출 사고에 대한 방재작업은 오후 4시 종료됐다. 사측은 사내 방송으로 알리고 다른 기업노조의 근로자 대표에게 전달했다. 사측은 대피했던 콘티넨탈지회 조합원 28명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건 3일 후 냈던 공고를 통해서 “16시경 이후에도 아무도 회사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조 지회장은 “상황이 종결됐으면 노조에 연락을 해야 했는데 복귀하라고 연락도 안 했다”고 말했다.

사건 다음 날, 지회는 당시의 자세한 상황과 함께 안일한 회사의 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7월 28일엔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사측은 7월 29일 문태윤 대표이사의 명의로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가 중대한 사규 위반행위를 했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두 달 뒤 9월 29일, 조남덕 지회장에게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회사 명예 실추 등을 추가해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오히려 사측이 노동자 안전을 지킬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박 노무사는 “당시 다른 작업장도 대피했고 가스 누출이 뉴스에도 나왔던 점 등을 미뤄봐서 노조에서 과도하게 오인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측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자 안전을 배려해야 할 기본적 부담을 져야 하는데 이를 방기한 채, 위험한 환경에서 계속 작업하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대피라는 건, 피해 발생을 사전에 막기 위해 하는 노력이다. 결과적으로 피해가 없다는 것은 회사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 화학물질 유출 피해는 즉시 신체상의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누적돼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급박한 상황이 됐을 때 개별 근로자들 혹은 이들의 대표 단체인 노동조합이 바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대피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작업중지권 발동 주체를 사용자에서 근로자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회는 오는 18일 2차 징계위가 열리면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만약 징계가 확정되면 사측을 부당 노동행위로 고소하고, 해고까지 간다면 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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