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거제 희망버스 출발한다...“조선소하청노동자 해고막자”

법률가단체 결합, 일주일간 조선소 무료 노동상담과 거리강연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으로 조선사 정규직 노동자 1만 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6만 명이 해고위기에 놓였다.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조선업 도시 거제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시민사회는 희망버스를 통해 조선업 위기를 초래한 재벌과 정부에 동시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오는 29일 서울 대한문에서 출발하는 희망버스는 거제에 도착해 조선 하청노동자들을 만난다. 울산, 목포, 거제 지역의 하청 노동자와 부산 한진 중공업, 거제 대우조선 등 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곳에 모인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뭉치는 것은 조선소 역사상 처음이다.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민주노총 등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29일 노동자와 시민들이 거제로 모인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시민과 노동자 3천 명이 높이 3미터, 길이 7미터의 ‘고용안정호’를 함께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는 “내년에 조선하청노동자 5~6만 명이 해고 위기를 맞는다. 대한민국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일 먼저 해고하는데 쌍용차에서 2천 명 넘게 해고됐을 때 26명이 돌아가셨다. 5~6만 명이 해고되면 우리 사회가 이분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동성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준비위원장도 참석해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1~2만 명의 하청노동자가 잘려나갔다. 임금, 상여금이 깎이고 한 두가지 있던 복지마저 줄었다. 하청노동자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처음으로 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폭력적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조선소 대기업들이 누적한 사내유보금만 해도 엄청나다. 희망퇴직 받으면서 한 푼도 안 쓰고 있다. 돈을 쌓아놓고 노동자는 자르고 있는데 대기업들은 지금을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법률가 단체도 나서 하청노동자를 직접 상담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공동 활동을 진행해왔던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노총 법률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가 결합했다. 변호사, 노무사들은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거제에 머물며 하청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법률적 자문을 제공한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소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거나 거리에 부스를 설치해 체불임금, 부당해고, 체당금 상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상담은 무료로 진행된다.

엄진령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부회장은 “노동자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 소리 낼 수 있는 노동조합들이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선업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위기 주범 정부와 재벌이 정책실패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재벌과 채권단, 대주주만 살리는 ‘노동자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를 살리는 ‘재벌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29일 거제에 결집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하청업체 임금체불 원청이 책임져라 △업체폐업 고용승계 원청이 책임져라 △다단계 불법하도급 물량팀 고용 폐지하라 △하청노동자 노동조합 건설하자는 네 가지를 요구할 예정이다. 모인 대오는 두 개로 갈라져 1팀은 대우조선 남문으로, 2팀은 대우조선 서문으로 행진한다. 오후 5시 30분엔 대우조선 서문에 모여 문화제를 열고 집회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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