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손으로 코 푸는 사용자…창구단일화로 인한 노조파괴 심각

대학 내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증가… “창구단일화 폐기해야”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수노조 제도와 함께 도입된 ‘창구단일화’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제도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로 관리자에 의해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은 부당노동행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부당노동행위 신고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기는커녕, 온갖 증거를 제출해도 수사를 회피하기 바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울지부)는 6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가 비정규직의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노조가 파괴되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광운대학교의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불러온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소개됐다.

조종수 서울지부 세브란스병원 분회장은 “민주노조의 조합원들에겐 더럽고, 위험한 일을 시킨다. 항의해도 묵묵부답이다”라며 “감염 박스 운반하던 조합원이 어깨와 허리를 다치는 일이 있었는데 병가 후에도 계속 그 일을 시켜 결국 견디다 못해 그만뒀다. 억울한 일이 많지만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고소해도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016년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증거가 폭로됐지만 2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첫 고소에서 당시 노조는 업무일지를 통해 원청인 세브란스 병원과 용역업체인 태가비엠 소장이 노조파괴 지시를 주고받은 증거를 확보하고, 전 소장의 부당노동행위 시인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고용노동부는 7개월간 시간만 끌다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다 두 번째 고소에서 노동부는 용역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전보다 진척된 수사를 진행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안수빈 서울지부 고려대병원 분회장은 사측의 노조 지배개입 문제를 고발했다. 고려대병원 역시 청소 용역업체 태가비엠이 위탁을 맡고 있다. 안 분회장은 “복수노조가 2015년 만들어졌는데 각종 탄압과 차별로 많은 조합원이 복수노조로 넘어가 결국 2016년 민주노조가 교섭권을 뺏겼다”라며 “올해 7월 복수노조 지부장과 대화하던 중 현장 소장이 직접 가입서를 주고, 노조가입을 종용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는 지난해부턴 복수노조에 70만 원의 복지기금을 지급해 어용노조를 지원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부에 따르면 2011년 복수노조와 함께 창구단일화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용역 회사는 그들이 지배개입할 수 있는, 소위 어용노조가 다수노조이면 이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어용노조가 과반이 아니라면 개별 교섭을 진행한다. 그리고 계속 어용노조를 지원해 과반 노조로 만들어 기존의 민주노조를 형해화시킨다. 이에 따라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했던 대학들도 굳이 무리해서 계약해지를 하지 않는다. 대학은 더 이상 원청 사용자 책임을 두고 씨름할 필요도 없어졌다.

최수연 서울지부 광운대 분회장도 “세원종합관리는 개별 교섭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복수노조와 교섭을 하더니, 올해 9월 복수노조가 민주노조 조합원 수를 앞지르자마자 이 합의를 어기고 민주노총과는 교섭 못 한다며 대표이사가 도망 다니기 바쁘다”라고 서울지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형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학계나 현장에서 교섭창구단일화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최소한의 개선도 안 되고 있다”라며 “사용자의 개별 교섭 동의권을 없애고, 소수노조 조합원을 포함해 총회를 거치게 하는 절차나 견제 장치 등이 마련돼야만 노동3권이 온전히 행사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월 서울지역 23개 기관의 용역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내 괴롭힘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노조파괴 사업장의 직장내 괴롭힘 수준은 평균의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9월호'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에 따르면 서울 지역 23개 기관 328명의 노동자 중 193명(58.8%)이 직장 내 괴롭힘을 적어도 한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 수준이 각각 4.11, 4.0으로 측정됐는데 평균치인 2.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 기관 중 괴롭힘이 심한 기관 3, 4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