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 정부가 한시적 국유화해야”

[인터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한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지부장

이스타항공 615명의 노동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 된 지난 14일.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지부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미 제주항공과의 매각 과정에서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또 한 번 대량 해고가 단행되면서 1600명 중 12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된 까닭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2월 임금 40% 지급을 마지막으로, 8개월 째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무급 순환휴직 등의 고통분담 안을 제시하며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한 고용유지 방안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이 조차 거부당했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212억 6700만 원)을 축적한 인물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이 의원의 20대 자녀들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다.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 역시 이상직 의원의 형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페이퍼컴퍼니다. 이 의원이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탈세, 탈루, 횡령 의혹들도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이 의원의 ‘셀프 탈당’으로 문제를 덮었다.

노조는 지난 9월 3일부터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지만 정부 여당은 사태를 방치했다. 박이삼 지부장이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하나의 일자리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어째서 이스타항공 1200명의 대량해고에 침묵하고 있을까. 16일 저녁, 단식 3일째를 맞은 박이삼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지부장

단식 3일차다. 국회 앞 농성은 38일째를 맞았다. 건강은 어떤가.

난생 처음 하는 단식이지 않나. 생각보다 힘들다. 단식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단식을 하면 두통과 메스꺼움 등이 온다고 하더라. 어제 많이 힘들었다. 밤새 시름시름 앓았다. 아침이 되니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도 같다.

1600명의 직원 중 12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8개월간 임금 314억 원이 체불됐다.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

9월 7일 해고통지서를 받았지만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애초 준 해고 상태로 계속 지내왔으니까. 다들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에 가 있는 사람도 있고, 택배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고. 기자들이 생계 어려운 분들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소개를 해 주기도 했는데, 그곳 업주들이 카메라로 찍는 것을 싫어한다더라. 그래서 그 분들의 모습을 다 보여드릴 수도 없어 안타깝다.

정리해고로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었지만, 사실 그것 역시 별 의미가 없다. 다 죽은 자다. 이미 죽은 자들은 실업급여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산 자들은 그것도 안 되는데 월급도 안 나오는 거다. 정비사들은 급여를 못 받으며 계속 출근하는 상태다. 어떤 분은 열 정거장 넘는 길을 걸어 다닌다고 하고, 매 끼 라면만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해고된 사람들은 알바라도 하는데, 해고가 안 된 사람은 4대보험이 걸리니 취업도 못 한다. 해고가 돼도 재취업이 어렵다. 항공업계 자체가 완전히 죽었으니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지 않나. 예전에는 국내 항공사에서 나와도 해외 항공사라도 갔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된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79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노조에서는 회계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가 2016년에는 31%, 2017년에는 30%, 2018년에는 15%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이 100억 원이 훌쩍 넘었다. 2018년 대비 2019년 매출은 2.5% 감소했을 뿐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794억 원 적자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거다. 이전에는 백 몇 십 억 씩 흑자를 내다가, 매출이 2.5% 감소했다고 794억이 적자가 날 수 있나. 나 같은 경우도 올해 1월까지 한 달에 6일 밖에 못 쉬면서 비행을 했다. 같은 달 대표이사가 직접 50억 흑자가 났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2월부터 갑자기 월급이 안 나오는 거다.

현재의 이스타항공 회계법인은 이상직 의원이 케이아이씨(KIC)에 있을 때부터 따라다니면서 회계를 해 주던 법인이다. 이상직 의원의 형인 이경일 전 대표가 케이아이씨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려고 했었을 때도 그 회계법인이 회사 회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본다. 회계감사 내역을 보면 내용이 너무 허술하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 적혀 있고 세부 내역들이 없다.

이상직 의원은 공정위 기업결함심사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에 매각할 목적으로 회사를 회생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이 같은 사실을 언제 알게 됐나.

우리도 제주항공 인수가 좌초된 후에야 알았다.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왜 회사가 임금체불을 발생시켰는지, 왜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시켰는지 이상했다. 제주항공과는 3월 2일에 계약을 했는데, 1월부터 4대보험을 횡령했고, 2월부터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회사가 멀쩡하다던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기업결함심사에서 동종업계 경쟁사끼리는 결합이 불가능하다. 한 업체가 완전히 회생불능 상태가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임금이 완전한 미지급 상태일 때. 둘째, 가용한 기자재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때. 셋째, 제주항공이 아니면 인수할 기업이 없을 때.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임금을 미지급하고, 셧다운을 시켜 기자재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인수할 업체도 제주항공밖에 없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의 녹취록에서도, 최 사장이 “국내선이라도 운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이 사장이 “셧다운을 해야 관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답하지 않았나. 여기서 ‘관’은 기업결합심사를 하는 공정위를 말하는 거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제주항공과의 M&A가 좌초됐음에도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이상직 의원이 회사와 직원들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떠난 후,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 최종구 사장 등의 경영진은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구조조정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자신들이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보름도 되지 않아 대량 정리해고 얘기가 나왔다. 이는 결국 회사를 재매각 하던지, 없애던지 한다는 것이었다. 재매각을 하려면 이 상태로는 불가능하니 인원을 대량 해고해 시장에 내놓은 뒤, 매각이 되지 않을 시 없애겠다는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의 직원이 나갔고 420명이 남았다. 회사는 이들 중 100여명을 추가로 정리해고 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이 된다. 폐업신고만으로도 도산기업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리는 거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증거 인멸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 여당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정위 기업결함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비행기 운행을 중단했다. 항공사에서 운행이 중단됐는데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말이 되나. 국토부는 항공사에 굉장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묵인한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는 거다.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제주항공 매각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7월 23일까지 기다리다 매각이 좌초되니 고용노동부는 그때야 체불임금 TF를 만들었다. 정부도 알고 있었다는 거다. 이는 이상직 의원이 사전 작업을 해 놨다는 의미다. 민주당 역시 몰랐을 리 없다. 민주당이 노조에 찾아와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이낙연 대표는 이후 ‘직원들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리감찰단에서 조사를 시작해 보니 감당이 안됐던 거다. 그러니 이 의원이 탈당을 한 것이고.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억울하다고 말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소리를 치고 화를 내면서 말을 끊더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존중을 외쳤던 정당이 노동자에게 소리를 치는 것이 말이 되나. 이상직 의원과 같은 전주고 출신 윤준병 의원은 입에 거품을 물더라.

이상직 의원의 부정축재와 세금탈루, 불법증여, 임금체불, 4대보험 횡령 등과 관련해 고발과 진정을 넣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상직 의원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국세청에도 탈세제보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에는 7월 30일에 제보를 했는데 아직 조사조차 없다. 지금까지 노조와 시민단체, 참여연대, 국민의 힘까지 세 번의 제보가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국세청은 검찰이 조사를 해야 자신들도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검찰은 국세청이 조사해 검찰에 고발을 해야 자신들이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 얘기가 다르다. 떠넘기기를 하는 것이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국세청이 조사를 해 검찰에 고발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검찰에서는 고발인 조사만 2주에 걸쳐 5번을 했다. 조서까지 작성했다. 그런데 8월 21일 날 전화가 오더라. 아무리 사건을 남부지검에서 맡으려 해도 자신들 소관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주지검으로 사건을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본사 주소지만 전주에 있고, 실제 본사는 서울 강서구에 있다. 이스타항공 2대주주이자 이상직 의원의 형이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 사무실의 등기부등본상 주소도 이스타항공 본사 4층이다. 전주지검으로 사건을 왜 이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상직 의원은 전주고 출신으로 전북 전주가 지역구이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에 단독 입후보한 적도 있다. 그는 이미 지역의 여러 법조계 및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최종구 대표도 전주지검장과 고등학교 동문이다. 여러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스타항공의 대량 해고 사태 해결과 운항 재개를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나.

이제는 이상직 의원과 회사의 손을 떠난 문제다. 정부 여당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까. 애초 국토부는 업계 구조개편을 하려고 했었다. 지금이라도 구조개편 하면 된다. 다만 저비용 항공사들이 다 무너지게 생겼으니, 이들을 묶어서 한시적 국유화를 하자는 거다. 정부 관리로 고용유지를 하며 일단 코로나19 상황을 넘기는 거다. 무급순환휴직이든, 체불임금 일부 반납이든 노동자들의 희생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 해오지 않았나. 휴직 기간에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일할 때는 급여를 받는 방식으로 버티면 된다. 이상직 의원도 지분을 헌납한다고 했으니 털고 나가면 되지 않나. 이스타항공 주식을 소각시키고 정부가 들어오면 된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회사에 지원하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직 의원과 정부 여당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

그동안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민주당사를 포함해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집회와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철저하게 이를 외면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노동자들 목소리에 응해야하지 않겠나. 진상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이상직 의원은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직원들이 고용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