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 올린 ‘빠른 배송’, 건강권 시계 거꾸로 돌렸다

[이슈①] 택배·마트업계도 뛰어든 이커머스 경쟁…나쁜 ‘야간 노동’ 확산 우려




쿠팡이 쏘아 올린 ‘로켓배송’이 이커머스 시장을 비롯한 택배 및 마트업계의 배송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은 ‘익일배송’에서 ‘당일배송’으로, 다시 ‘새벽배송’으로 배송 시간을 줄이며 야간배송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배송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몸집 키우기에도 여념이 없다. 이커머스 및 물류·배송 기업의 출혈 경쟁으로 질 나쁜 ‘야간노동’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야간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져 왔던 만큼, 기업들의 배송 경쟁이 노동자의 건강권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쿠팡의 말처럼 이들은 ‘양질의 근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워커스》가 야간 배송 시장이 만든 일자리를 취재해봤다.

누가 이기나

코로나19로 온라인·모바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61조1234억 원에 달한다. 전년도(135조2640억 원) 대비 19.1%가 성장했다. 4년 뒤인 2025년에는 27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네이버 쇼핑(17%)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쿠팡(13%), 3위는 이베이코리아(12%), 4위는 11번가(6%) 순이다.

그중 쿠팡은 ‘로켓배송’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갔다. 2014년 당시 연간 2300만 개 수준이었던 로켓배송은 6년 만에 누적 10억 개로 빠르게 늘어났다. 쿠팡이 기존 택배업체의 ‘2일 배송’을 넘어서기 위해 취한 전략은 자체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쿠팡의 사업 모델인 ‘풀필먼트 시스템’은 유통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보관부터 제품 선별, 포장,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쿠팡은 현재까지 전국 30여 개 도시에 무려 170여 개의 물류센터를 세웠다.

쿠팡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며 위협을 느낀 이커머스, 유통, 택배 기업들도 ‘빠른 배송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인 네이버는 지난해 말,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 입점 업체들이 CJ대한통운 허브 터미널 풀필먼트 센터에 미리 물건을 입고하는 방식으로 배송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 두 기업은 기존의 곤지암, 군포, 용인에 이어 추가로 20만 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등을 당일·새벽배송하기 위한 인프라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공세에 맞서 대형마트도 ‘당일배송’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자체 경쟁력을 갖춘 식품 부분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대형 마트 중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이마트는 2014년,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오픈한 이커머스 사업의 선발주자였다. 하지만 2019년 말 세 번째 물류센터를 세운 후 사업 정체기를 겪었다. 그러다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천억 원에 인수하며 다시 한번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나섰다. 현재 이마트는 온라인 배송 담당 직원이 마트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포장해 배송하는 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이 PP센터는 전국 매장 140여 곳 중 114개 점포에 이른다.

홈플러스도 기존 매장을 온라인 물류기지로 활용하며 당일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들은 전국 140개 점포 중 107개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온라인 배송을 중심으로 하는 풀필먼트센터도 전국에 10곳을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는 3년 내 온라인 상품 포장 직원을 현재 1900명에서 4000명으로, 냉장유통 배송 차량은 1400대에서 32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주문 후 2시간 안에 상품 포장 및 배송이 이뤄지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바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쓱닷컴’ 배송노동자는 이마트 노동자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마트 3사에서 배송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5천 명이다. 이들의 하루 노동 시간과 배송 건수를 정하는 곳은 대형마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대형마트 소속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대형마트와 직접 위·수탁 계약을 맺지도 않는다. 화주인 대형마트와 운송계약을 맺는 쪽은 운송사다. 배송노동자들은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한다. 운송사가 또 다른 운송사에 재하청을 주기도 해, 2~3단계의 다단계 하청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성진 씨는 경기도 김포의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노동자다. 그 역시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일하지만, 이마트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그는 이마트의 1차 운송사인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엘제이(LJ)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이성진 씨가 야간조에서 일하는 이유는 ‘수입’ 때문이다. 야간조는 월 200만 원 초중반 정도인 주간조보다 약 100만 원 더 수입이 높다. 하지만 수입이 높은 만큼 위험도 높다. 그는 새벽 배송 도착 시간인 오전 6시 안에 이마트가 배정한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과속’이 불가피해진다. 이 씨는 “지금 주어지는 배송 건수를 기준으로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한다면, 적어도 퇴근 시간이 2시간은 늦어질 것”이라며 “배송 시간을 단축하려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 돌멩이가 차량의 앞 유리로 날아와 벌써 두 번이나 유리창을 갈았다.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라고 토로했다.

야간배송 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노동조건도 악화하고 있다. 이 씨는 올 초 재계약을 하며 총 50만 원가량의 ‘새벽 수당’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기존 정액제 개념이던 새벽 수당이 ‘건당 500원’으로 바뀐 것이다. 노동자들이 새벽 수당만큼의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물량인 ‘기본 건수(하루 34건)’보다 한 달에 약 200개를 더 배송해야 한다.

워낙 노동강도가 세다 보니, 노동자들은 기본 건수 이상의 배송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일방적으로 계약 조항을 변경하면서, 원하지 않는 과도한 업무와 더 위험한 노동에 뛰어든다. 이 씨는 “새벽 수당 액수만큼 소득이 줄어든 건 아니다. 이마트가 그만큼 배송 물량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소득은 10만 원가량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친구’ 비정규직 비율이 90%로 증가한 이유는

쿠팡 배송 노동자인 ‘쿠팡친구’(구 쿠팡맨)의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70~80%)보다 증가해 현재 90%에 달한다. 높은 노동강도로 퇴사자가 늘고, 신규채용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쿠팡친구는 입사 후 3개월의 수습 기간과 1년 단위의 평가를 통과해야만 2년 뒤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쿠팡에서 야간배송을 하는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쿠팡의 퇴사자는 입사자보다 1.5배 정도 많다. 퇴사자가 늘며 전체 쿠팡친구 1만5천여 명 중 정규직 비율은 2천 명 이하(약 10%)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진영 지부장은 “쿠팡은 채용률이 떨어지면 지인을 쿠팡친구로 데려올 시 100만 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급한 대로 부족한 인력이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채워지는 인력들 또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위험한 노동을 한다. 정 지부장은 “빨리 배송을 해야 하는 기본 시스템 때문에 뛰다가 넘어지거나 차에서 내리다가 문에 찍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런 경우가 80% 이상일 것”이라면서 특히 야간노동에 대해서는 “심근 경색 사례도 많다. 야간조의 경우 배송 완료 후 캠프에 복귀한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상황이다. 최근엔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해 바로 시술을 받은 사람도 있다”라고 전했다.

높은 노동강도에 따른 건강권의 위협은 산업재해 승인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12일 〈한국일보〉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쿠팡친구의 산재승인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7년 141건이었던 산재 승인은 2018년 193건, 2019년에는 33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58건으로 늘어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천112건에 달했다.

정 지부장은 “실제 노동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일례로 프레시백(쿠팡의 다회용 신선식품 포장재)이 매우 큰데 이것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추가 업무가 늘어났다. 한 손에는 택배 박스를 들고 한 손에는 프레시백을 들고 뛰다 보니 이동 자체에서 더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쿠팡친구는 1만 명 규모였으나, 올해는 약 5천 명 더 증가했다.

“8시간 야간노동은 너무 길다”

야간 노동은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기업의 ‘빠른 배송’ 경쟁으로 야간노동이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쿠팡에서 발생한 9명의 일용직·계약직·외주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 중 5명이 야간노동 중이거나 야간노동 후에 사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쿠팡 측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휴게시간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김한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같은 일을 해도 야간노동이 주간노동보다 피로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노동강도를 봐도 쿠팡 물류센터의 야간 물량은 주간조보다 적을 때는 1.5배, 많을 때는 2배까지 차이 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2시간 노동에 대한 20분 휴식’이라는 노조의 요구안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 지부장은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24시간 내내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에서 8시간 이상의 야간노동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또한 빠른 배송은 노동강도를 높인다.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빠른 배송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배송에 대한 시민들의 기존 의식을 바꿔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배송’의 확산과 장시간 야간노동에 대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쿠팡은 새벽배송 등 더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와 배송 모두를 24시간 운영 중이다. 쿠팡으로 촉발된 기업들의 배송 경쟁으로 야간노동이 확산하고 있다”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물류센터를 셧다운 하는 등 심야 노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또 심야노동에 대해서는 법정 휴게시간 외에도 별도의 휴게시간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간수당 등 소득을 이유로 야간노동이 선호되는 경향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장 소장은 “야간노동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야간수당을 높이는 방식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 야간노동 전체를 없애자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야간은 쉬는 시간’이라는 사회적 합의와 이에 따른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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