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보유국? ‘우리흥’ 뒤엔 수많은 불인정 노동이 있다

[워커스 상담소]

그라운드 밖에서의 경기

2022 카타르 월드컵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에 대한 열기가 항상 뜨거운 것은 아니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축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주목도는 각별하다. 그런데 올해는 노동계에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문제가 계속 쟁점화되면서 그라운드 밖에서도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흔히들 야구는 시간제한(1)이 없는 스포츠, 축구는 시간제한이 있는 스포츠라고 부른다. 그래서 축구는 야구와 다르게 작전으로서의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서는 굳이 추가 득점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길 수 있고, 최소 ‘지지는 않는’ 묘수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그라운드에서의 필승법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산업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난해 8월, ‘프로축구단 트레이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기소된 포항스틸러스 전 대표이사에게 벌금형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8월, 인천지방법원은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에게 마찬가지로 퇴직금 미지급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계약서에 ‘용역’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노동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형식이 어떤지가 주된 요소가 아니다”라며 어떤 계약서를 작성했는지와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처럼 유명 프로축구단조차 가짜 3.3(2)을 활용해 노동법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종목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산업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분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노동자로 인정되는 직업 역시 트레이너·통역·주무·장비사와 같이 프로구단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물론, 최근에는 부산아이파크 유소년지도자,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임단 감독(3)과 같은 지도자(감독·코치)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등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가짜 3.3의 확산과 스포츠산업의 가짜 3.3

가짜 3.3이 확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것이 ‘사업주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노동자와 가짜 3.3 계약을 체결해 4대 보험 가입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 것은 무자료 고용이나 일용근로소득 신고보다 비용처리에 유리하고, 나아가 상시근로자 수를 줄여 사업장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B형). 또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세만 원천징수하는 ‘무작정형’과 달리, 근로계약 대신 도급·위탁·용역 계약 등을 체결하거나,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등록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사장님으로 위장하는 경우 퇴직금,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의 각종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해진다. 증명 책임이 노동자에 있기 때문이다.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가짜 3.3 노동자와 근로기준법

A형 [무작정형]
▷ 근로계약으로 알고 있으나,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3.3%) 원천징수
○ 사업주의 우월한 지위 → 부당한 대우에 순응하며 불안정한 노동조건 감수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함으로써 가짜 3.3 위장 효과를 일차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중요

B형 [이상한 계약형]
▷ 도급·위탁·용역계약 등 체결하고,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3.3%) 원천징수
○ 계약의 형식 위장 → 입증자료 문제로 권리구제를 포기하거나 실제 패소할 위험
노동자 아님은 사업주가 입증책임을 지게하여 가짜 3.3 위장 시도를 줄이고, 법적비용 최소화 필요

C형 [사장님 위장형]
▷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등록시키거나, 개인사업자 등록자와 노무계약 체결
○ 전문적 노무관리 및 특수한 고용형태 도입 →근로관계 전반을 위장하여 개별적 대응으로 노동자성 입증받기 어려울 수 있음
함부로 노동자성을 박탈시킬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 2조의 근로자 사용자 정의를 전면 재구성할 필요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자료집

여기에 스포츠산업 특성이 더해지면, 산업 전반에 가짜 3.3을 통한 불안정 고용이 횡행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타 산업에 비해 학연과 선후배 연고가 강하게 작동하고,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이 협소하며, 레퍼런스 체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법도 도와주지 않는다. 유소년지도자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에대한법률(기간제법)에 따른 사용기간 제한(2년)의 예외 조항을 적용받기 때문에, 장기 근속한 가짜 3.3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즉, 구단에서는 법적 다툼에서 지더라도 계약만료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면 끝이다.

축구 열기가 사그라져도 노동은 남는다.


폐쇄적인 연고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취업 시장과, 법·제도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스포츠산업 가짜 3.3 노동자들의 반격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유소년지도자들과 코칭스태프들의 노동자성 인정 사례가 연달아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포항스틸러스와 인천유나이티드, 그리고 부산아이파크는 노동청의 시정지시를 이행하는 대신 기소된 후 형사소송에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버티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즉, 구단에서는 급할 것이 없으니 3년이든 5년이든 버틴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단의 ‘시간 끌기’에 지쳐 낮은 조건에 합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단의 방침이 불분명한 계약의 형식과 모호한 사실관계 때문이라기보다, 앞서 언급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소년지도자와 코칭스태프의 노동자성 분쟁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프로축구연맹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위임계약 체결 시 업무수행 과정에서 어떠한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적은 있다”라며 구단의 가짜 3.3 활용을 옹호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축구연맹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노동청에서 결론이 뒤집혔음에도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부산의 모 프로축구단 유소년지도자의 계약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제 7조. 구단이 본 계약을 파기할 수 있게 하는 행위

○ 코치가 구단의 문서상의 동의 없이 위험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부상/질병을 얻었을 경우
○ 코치 본인의 부주의나 악의적인 행동으로 인해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시
○ 구단의 예정된 활동에 이유 없이 불참하였을 경우
○ 구단의 활동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거부의 경우
○ 참가하는 대회의 리그나 축구협의의 규정과 규칙, 기타 대한민국 법에 대한 위반의 경우
○ 제 6조 6항에 명시된 것에 국한되지 않은, 구단과 리그, 팀 동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의 경우
○ 본 계약 중 중요한 조항 위반의 경우

자료: 부산의 모 프로축구단 유소년지도자 계약서 발췌

가짜 3.3 퇴장을 위한 레드카드

노동법이 계약의 형식과 세금의 종류를 달리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걸 제한하는 것은 그 계약의 거래 대상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인격을 가진 인간’의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스 시스템을 구축해 구단의 미래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축구가 ‘그깟 공놀이’가 아닐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소년지도자와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아직 노동법의 당연한 대원칙이 낯설다.

연고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프로축구가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고, 팀 컬러를 갖추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경기 한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헌신적이고 종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3.3 계약을 통해 반칙을 일삼는 구단과 휘슬을 불지 않고 노동자성 인정 문제를 방조하는 프로축구연맹에 엄중히 경고한다. 다음은 레드카드를 받게 될 것이다.


(1)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라는 말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만화 작가의 실수로 시간제한(타임 리밋)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2) ‘가짜 3.3 노동자’란 계약의 형식 및 세금의 종류가 위장돼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3)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초심 판단을 유지하며 프로게임단 감독에 대하여 최초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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