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재난대피소 315곳 중 ‘모든’ 장애인 접근 가능한 곳은 ‘0’곳

장애인 접근 가능하다는 대피소 살폈는데… 휠체어 접근 가능한 곳은 41%에 그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계단 입구에 휠체어 이용자를 의미하는 장애인 마크가 붙어있다. ②경사로 입구가 너무 가파르고 요철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는 진입할 수 없다. ③지하주차장에 마련된 대피소. 그러나 점자블록이 없다. ④휴일로 주민센터 문이 닫히자 대피소 문도 닫혀있다. (사진 제공: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출처: 비마이너]

창원시 내 재난대피소 315곳의 장애인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모든’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대피소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 후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휠체어 접근성을 비롯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굉장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 전국 대피소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과 대책이 시급하다.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아래 삼별초)와 경남아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작년 9월 5.8의 경주 지진 후 창원시 시민안전과로부터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피소 목록’을 제공받아 지난 3~10월까지 대피소 315곳을 조사했다. 삼별초에 따르면 창원시 등록장애인은 5만여 명이며, 이 중 1~2급 중증장애인은 1만여 명 가량 된다.

현재 우리나라엔 총 2만 4천여 개의 대피소가 있으며 창원시엔 496개가 있다. 대피소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민방위기본법’에서조차 없으며 장애인을 위한 대피소 법령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관련 ‘별표2 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종류 및 설치 기준’에서 최소한의 접근성만을 규정하고 있다.

28일 삼별초가 공개한 통계분석집에 따르면, 재난 대피소 중 표지판이 보기 편한 위치에 법적 규격과 색깔에 맞게 제대로 설치된 경우는 137곳(43%)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169곳(54%)은 잘 보이지 않거나 부착 위치가 휠체어 높이와 맞지 않는 등 미리 위치를 알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대피소임을 알기 어렵게 해놓았다. 9곳(3%)은 아예 표지판이 없었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곳은 129곳(41%)으로 절반도 되지 않았으며, 경사로가 아예 없거나 경사로에 문제가 있어 재난이 발생해도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이 어려운 대피소가 156곳(50%)에 달했다.

시·청각장애인의 접근권도 엉망진창이었다. 대피소의 302곳(96%)에 점자블록이 아예 없었다. 나머지 13곳(4%)도 대피소 내부보다는 건물 입구나 대피소 근처에 있는 정도여서 대피소 내부의 점자블록 여부를 고려하면 미설치율은 100%에 가깝다.

삼별초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눈의 역할을 한다”면서 “점자블록이 없을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시각장애인이 아니고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 발생 시, 비청각장애인은 사이렌 등 소리를 듣고 대피할 수 있으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각경보기를 설치해 청각장애인도 화재 등 재난을 인지하여 대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대피소 315곳 중 307곳(97%)에 시각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삼별초는 “건물담당자에게 시각경보기 설치 여부에 대해 질의했으나 시각경보기 자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충격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심장제세동기와 응급용품이 비치된 곳도 15곳(5%)에 불과했으며, 300곳(95%)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재난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대피소는 항상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대피소 315곳 중 295곳(94%)이 상시 개방되어 있어 그나마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상시 개방된 대피소 대부분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었다. 이같은 경우 긴박할 시에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 이용자 등이 이동 차량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민센터처럼 공공기관에 대피소가 있는 경우엔 공무원이 근무하는 평일 낮 시간만 개방하고 주말이나 휴일엔 대피소 출입문을 폐쇄해두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 나채준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취약계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 연구위원은 “현행 법률의 분산된 체계에선 안전취약계층에 관한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보호가 어려울 수 있어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안전관리강화를 통합 지원을 추진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에선 장애인 복지 정책을, 행정안전부에선 재난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나 어느 부처도 장애인 재난관리를 담당하고 있지 않아 장애인에 대한 통일된 재난관리정책이 없다”면서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수립을 집행할 담당 부서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혜정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미국의 장애인 피난 매뉴얼에 대해 소개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미국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포괄적 내용의 가이드라인은 재난을 대비해 장애인이 준비해야 하는 것과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 각 주별 관련 단체 및 장애인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피난 매뉴얼에서는 각 장애 유형을 이동장애, 감각장애, 발달 또는 인지 장애 등으로 나누어 각 장애 유형에 따른 피난 시 유의점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서 대표는 “미국과 일본은 재가 장애인과 시설 장애인의 대피 방법은 물론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기초적인 대처 방법과 실질적인 사례를 꼼꼼하게 제시해 놓은 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피난 매뉴얼은 초보적인 수준”이라면서 “서울소방안전본부 매뉴얼이 그나마 장애 유형별로 되어 있었으나 세부 내용에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난 시 장애인 안전을 위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 △장애 유형별 당사자가 참여한 재난대피시설 실태 전수조사 △장애 유형별 대피 매뉴얼 제작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대피소 개선 △정기적인 재난대피 훈련과 함께 재난약자의 장애포괄적 훈련 등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참세상 제휴 언론사 비마이너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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