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폭력으로 얼룩진 인천퀴어문화축제, ‘폭력 방조한 경찰과 동구청장 규탄’

8일 진행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보수개신교 단체의 물리력 행사로 차질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가 지난 8일, 혐오세력이 인천퀴어문화축제를 폭력으로 훼방 놓는 것에 대해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과 허인환 동구청장이 방관했다고 규탄했다.

조직위는 10일 오후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정당한 광장허가신청을 불허하고, 반대 집회의 폭력적 양상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난 허인환 동구청장과, 그동안 조직위와 논의해온 모든 협의 사항을 기만하고 행사 당일 혐오세력의 폭력을 방조한 중부경찰서 및 그 상급기관인 인천지방경찰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허 구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합법적인 절차로 신고된 집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를 방조한 경찰청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축제를 방해한 보수개신교 단체에 물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 보상 역시 요구했다.

  11일 오후,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범죄 방조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된 모습. [출처: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

조직위는 8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진행을 위해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축제는 시작부터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인천퀴어반대대책본부 등 보수개신교단체들의 방해로 가로막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일,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가처분 명령을 위반할 시 1회당 1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7일,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따라 축제를 개최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하며 이들의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8일 오전 6시부터 축제 준비를 위해 광장으로 진입하는 차량과 인력을 가로막았다. 조직위는 광장에 집회신고를 했기에, 행사 진행을 위해 이들을 제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경찰은 ‘한 시간 뒤에 광장을 정리하겠다’는 말을 하고 차량 진입을 막는 이들을 한 차례 해산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은 광장 남서 측에 집회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조직위는 “동인천역 출구와 거리가 멀어 곤란하다”고 했으나, 경찰은 “통로를 확보해 주겠다”고 조직위를 설득했다. 그러나 축제 반대 단체들은 동인천역에서 남서 측으로 향하는 통로 역시 봉쇄했다. 조직위는 당시 경찰이 “축제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를 구별할 수 없다”며 광장 입구 전체를 막아 결국 인근을 배회하다 돌아가는 참가자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직위는 “집회 장소 밖 광장에 자리 잡고 앉은 축제 참가자는 끊임없는 혐오 발언에 시달려야 했고, 곳곳에서 대치상황이 발생했지만, 경찰이 투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대치상황은 오후 1시 30분경까지 계속됐다. 행진 차량이 광장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곧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조직위는 이들이 “바퀴 밑에 못 박힌 각목을 대고 차량을 흔들어 바퀴에 펑크를 내고, 노트북, 음향 연결선 등 기물도 파손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직위는 “그러나 경찰은 축제 참가자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위기상황에도 아무 조치 없이 서서 조직위의 개입 요청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차량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경찰은 차량을 견인하고 사회자와 조직위원들을 보호해 축제 장소로 인도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회원들도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혐오 발언과 폭력에 노출되었다. 조직위는 “휠체어 이용자 수 명과 활동가를 포함한 축제 참가자 50여 명이 혐오세력에 둘러싸여 고립될 위험해 처했다”라며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행렬을 강한 힘으로 밀어대는 바람에 휠체어가 쓰러질 뻔한 상황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불쌍한 장애인을 앞세운다”고 조직위 측을 비난했다. 인천장차연 회원 중 한 명이 “내가 원해서 여기 나온 것이고, 나 역시 동성애자”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반대 집회 측의 물리적 공격은 저녁까지 계속됐다. 이들은 축제 참가자들이 들고나온 깃발과 깃대를 빼앗으려다 부러뜨리거나, 깃발을 찢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행진을 진행하려던 축제 참가자들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직위는 “사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도착한 응급차마저 혐오세력에 진입이 가로막혔지만,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결국 (행진 신고 시간이 끝나는) 오후 8시까지 행진은 조금도 전진하지 못했고, 경찰은 수차례 축제 측의 자진 해산을 종용했다”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반대 집회 참석자들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합법적인 집회(인천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해산하라’는 경고방송만 계속했다고 조직위는 지적했다.

결국 4시간여의 대치 끝에서야 행진 대오는 동인천 남광장에 대기하고 있던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을 비롯한 축제 참가자들과 합류해 정리집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리 집회는 경찰통제선에 봉쇄된 채 혐오세력을 마주 보며 진행해야 했다.

조직위는 “성소수자에 대한 끔찍하고 잔악한 폭력 사태인 9.8 동인천역 북광장 혐오범죄 사태를 일으킨 것은 성소수자의 축제를 ‘음란 집회’로 매도하고, 정당한 행사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보수개신교단체와 정치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 의무를 내던지고 방관한 허 동구청장, 그리고 대규모 폭력사태 앞에 태만했던 경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직위는 “‘하늘도 우리 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종교도, 지자체도, 경찰력도 퀴어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고 오직 우리만이 우리 편이었다”라며 “앞으로 소수자 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인천을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총력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기사제휴=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