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이 안타까운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발전대책’

[워커스] 세상평판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비판과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문제라는 얘기다. 지난 10월 1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반응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 시기 ‘공공의료’는 2016년 메르스로 인해 반짝 관심과 집중을 받았다. 진주의료원 폐쇄도 ‘최악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사회적, 정치적 쟁점으로 대두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번 공공의료 대책을 둘러싼 반응은 안타까울 정도로 잠잠하기만 하다.

혹자는 ‘정부가 공공의료를 아예 잊지는 않았다’며 ‘면피용’ 정도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무플’로 넘기기엔 이번 대책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밝혔듯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서비스1)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공급은 절대적으로 불충분하다. OECD국가에서 병상 수가 일본 다음으로 많고, 병원 방문 횟수는 가장 많은 나라에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출처: 김용욱]

숨겨진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환자 등 응급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돌볼 수 있는 병원부터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그 결과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인구 10만 명 당 서울은 28.3명인데, 경남은 45.3명에 달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 232곳 중 55곳은 산모가 아이를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모성사망비율은 OECD국가에서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으며, 신생아 사망률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아동·장애인 등 건강취약계층의 의료접근권도 비아동·비장애인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어린이를 위한 전문병원과 재활치료기관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장애인의 의료미충족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나 높다.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신종 감염병이나, 올여름 폭염과 같이 기후변화 등 새로 대두되는 건강위험요인에 대한 대비책도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간위주의 시장시스템과 ‘공공의료’ 비중이 매우 낮은 보건의료의 공급구조에서 기인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4대 분야 12개 과제에 달하는 대책은 ‘필수의료의 지역격차 없는 포용국가 실현’이라는 비전이 무색할 정도로 빈약하다. ‘권역 책임의료기관’ 선정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 대책 발표 때마다 나왔던 이러저러한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공공의료 인력양성을 위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의료계가 실효성을 문제로 우려를 표명한 게 유일한 반응이었다.

의료민영화정책, 이제는 그만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쪽으로, 공공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방향과 목표를 정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그동안 “취약지, 취약계층, 시장실패 등 잔여적 접근 형태로 운영되거나 미충족된 분야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던 데에서 나아간 것이다. 문제는 그 방향과 목표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으로 ‘공공병원의 확충’ 없이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의료’의 역할을 위탁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기본계획’과 다르지 않다. 공공병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를 민간의료기관에 그 역할과 기능을 위탁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민간의료기관은 시장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어서 지속적이지도 않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은 ‘국가책임제’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그리하여 필수의료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해서는 지역적 불균형과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군구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또한 필요하다.

주치의제도의 도입과 실시도 병행돼야 한다. 국민이 주치의를 정하고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주치의제도 실시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높여 의료비 본인부담을 줄이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성패를 가를 수 있기도 하다. 현재의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보장성만 높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본인부담 의료비 감소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 강화가 필수적이며, 그 수단으로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선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도입해, 현재 1인 의사가 대부분인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점차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 방안을 시행하면서 ‘원격의료’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도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가 있다.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 등 인력 양성도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서 맡을 수도 있으나, 기존 국립의대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공공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적으로 그 비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건강과 생명, 안전의 불평등 해소는 그 출발에서부터 반드시 새겨야 할 가치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것은 지난 20년간 대세였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의료민영화정책은 제주도민에 의해 영리병원 설립이 좌절된 것처럼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공공의료대책’이 그 들러리 역할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워커스 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