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공식

[리부트reboot]








열사

민족민주열사와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의 공식 일정이 끝나자 참배객들의 헌화가 시작됐다. 제단 위로 빼곡하게 놓인 영정사진을 좌우로 여러 번 훑어보고 나서야 아는 얼굴들을 찾았다. 진행요원들에게 위치를 일러주면 꽃을 건네받아 영정 앞에 놓아주었다. 이제 막 헌화가 시작됐지만 사회자가 방송을 통해 안내한다. “신고한 광장 사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헌화를 마무리하고 제단을 정리하겠습니다.” 황망한 마음에 직접 제단에 올라 꽃을 놔두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회자가 재차 이야기한다. “제단 위는 비좁고 위험하니 올라가지 마십시오, 이것으로 헌화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행요원들이 제단에 방금 놓인 꽃과 영정들을 하나 둘 포개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헌화할 시간을 더 달라는 참배객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광장 사용 원칙상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최 측과 행사 진행에 불만을 가진 일부 참배객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바닥에 내려진 영정들은 순서 없이 포개져 노란색 노끈에 질끈 동여매졌다. 제단을 철거하면서 나온 스티로폼 조각들이 여기저기 액자와 바닥 사이에 날려 뒹굴었다. ‘열사’라는 이름으로 귀결된 사람들의 영정사진이 “열사정신 계승”이라는 문구의 티셔츠를 입은 진행요원들의 손에 들려 하나 둘 광장 밖 운반차량에 실려 나갔다.




제주 4월

제주 4.3 평화기념관 전시실에 한 노인이 아들로 보이는 보호자의 손을 잡고 들어섰다. 전시장 스크린에서는 제주 4.3 항쟁의 발단을 보여주는 만화가 상영중이었는데 진압경찰이 군중에게 발포하는 장면에서 노인은 얼굴이 사색이 되며 떨었다. 보호자가 노인을 진정시키려고 달랬지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두려워하는 노인은 마음이 쉬 진정되지 않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평화기념공원에 위치한 봉안소 내부에는 제주 4.3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을 실감나게 재현해 놓았다. 그 참혹하고 사실적인 광경에 봉안소를 찾은 관람객 일부는 재현된 발굴 현장이 실제인지, 재현된 모형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제주 4.3의 기억과 죽음을 대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






영결식

세월호 참사 이후 4년 만에 열린 정부주관 공식 영결·추도식이었다. 지난 세 번의 추도식보다 큰 규모로 준비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분향소를 나온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제단 위에 빼곡히 놓이자 태양이 유리 액자에 반사돼 빛났다.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을 통제하면서 비표가 없는 사람은 제단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많은 정치인과 공무원 그리고 유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추도식을 먼 거리에서 지켜봤다. TV 생중계로 지켜본 세월호 참사와 동거차도에서 바라본 사고해역, 목포항 펜스 너머의 세월호 선체를 떠올리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거리감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 추도사가 끝나고 구역별로 조가 나눠진 추도객들은 유족들부터 순차적으로 제단에 올라 분향했다. 마지막 헌화가 마무리되자 무대 위 길게 줄을 선 유족들이 호명 순서대로 위패와 영정사진을 받아 가슴에 품고 내려왔다. 정부 합동분향소가 철거되기 전 열린 마지막 추도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