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언론의 공생

[1단 기사로 본 세상] 2.4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 언론보도 살펴보니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달 끝난 SBS 주말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선 배우 김응수가 강철우 서울시장으로 나와 “사립학교는 노다지”라고 기염을 토했다. 땅 짚고 헤엄치듯 혈세를 챙기는 사립학교의 재정비리가 드라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 누구도 이걸 단지 드라마 속 가상현실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드라마 개천용보다 더한 사립학교 재정 현실이 2월 2일자 세계일보 11면에 2단짜리 기사로 드러났다.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꼽히는 홍문종 전 의원이 75억 원대 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홍 전 의원은 경민학원 이사장과 경민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12~2013년 서화 매매 대금 명목으로 24억 원을 지출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 75억 원을 횡령 배임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홍 전 의원이 경민학원 설립자 아들이자 이사장, 총장으로 경민에 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며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할 학원과 학교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전횡했다”고 짚었다. 1심 판결에 홍 전 의원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어디 홍 전 의원뿐이겠는가.

  세계일보 2월2일 11면.

문재인 대통령이 뽑는 장관마다 부동산 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정권이 내놓는 부동산 대책인들 오죽하겠나. 이 정부 들어 25번째인 2.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2월 4일 아침. 중앙일보는 1면 머리에 ‘전국에 주택 85만 가구, 문 정부 들어 최대 공급’이란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렇게 보수 언론은 ‘공급다운 공급정책’을 마치 정권의 항복문서처럼 받아들었다.

남아도는 게 아파트인데도 더 지으라고 겁박했던 보수 언론은 경제부총리로부터 “공급 쇼크 수준”이란 자평을 듣고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어디에 지을지는 발표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내댄다.(동아일보 2월 5일 1면 ‘5년 내 83만 채 택지 공급… 어디에 지을지는 발표 못해’)

보수 언론은 부동산 투기 잡기엔 애초 관심조차 없었다. 부동산 광고와 광고 같은 부동산 기사도 쌍글이로 챙겨 왔던 언론에게 부동산은 영원히 투기 붐으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 2.4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1월 한 달 동안 우리 언론이 보도한 부동산 기사를 보면 투기 잡을 대책마련엔 아무 관심도 없다.

  매일경제 1월 25일 27면.

매일경제신문은 1월2 5일 27면에 ‘코로나 집콕 답답해서… 중형 아파트 인기 쑥’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는 한국부동산원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다. 매경은 이 기사에서 “중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가 꼽힌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그 비싼 중형 아파트를 덜컥 살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이런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 이미 1인 가구가 일반화될 만큼 핵가족화가 진행됐는데도 “중형 아파트의 인가와 가치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의 발언도 실렸다.

민중가요 가사에서나 들어봤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넘어, 압구정동 아파트 전체의 지난해 평균 가격이 30억 원으로 전국 최고였다는 기사도 보였다. 세계일보가 1월 19일 1면에 쓴 기사다.

  세계일보 1월19일 1면.

이 기사 역시 부동산업체 직방이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썼다. 직방 분석 결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평균값이 29억900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단다. 평균 거래가가 20억 원을 넘는 지역은 압구정동 외 반포동, 용산동5가, 대치동, 서빙고동, 도곡동, 잠원동 등 7개 동이었다. 대부분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이다.

서민들 삶과 1도 관계없는 이런 기사가 비록 단신이긴 하지만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동아일보는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5669만 원을 기록해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동아일보 1월 9일자 6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리일’ 아파트 분양가가 역대 최고인 3.3㎡당 5669만 원으로 결정됐단다.

  동아 1월 9일 6면.

이 가격이면 국민주택 이하인 24평형 아파트 한 채가 13억6000만 원이 넘는단 소리다. 여기에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족히 15억 원이 넘는다. 이런 아파트를 넙죽 분양 받을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이런 기사를 쓰는지.

결국 기사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집 장사를 돕는 홍보물이나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사는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원베일리는 총 2990채 규모로 조합원 몫을 뺀 224채가 3월경 일반분양된다”고 끝맺는다.

여기 홍보성 기사가 하나 더 있다. 매일경제는 1월 13일 6면에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에 공급되는 공공분양 아파트 ‘위례 자이더시티’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수도권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매경 1월13일 6면.

이 단지는 일반분양을 고작 74가구 모집하는데 4만 5700명이 몰려 평균 61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매경은 친철하게도 “위례신도시 중심 입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아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끌었다”고 기사를 끝맺었다. 주변보다 시세가 ‘훨씬 낮아’ 분양만 되면 대박이란 소리다. 이 역시 기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 단지는 ‘공공분양 아파트’인데 ‘자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요즘 공공분양은 순수한 의미의 공공분양이 아니다. 말만 공공일 뿐 실제로 재벌이 시공에 나서면서 해당 재벌의 아파트 브랜드를 그대로 따왔다.

2.4 부동산 대책이 나온 다음날(2월 5일) 아침신문엔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는 광고 같은 기사들이 즐비했다. ‘성남의 더블 역세권’, ‘강남 생활권 누리고’, ‘개발 호재까지 풍부’(이상 조선일보 2월5일 D1면), ‘명소, 워크힐 산책로 인근 평당 2100만 원대 공급가’(중앙일보 2월5일 D1면), ‘트리플 역세권- 한강 조망 아파트’(동아일보 2월5일 C3면)

이런 걸 언론이라 부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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