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제철거 앞두고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려는 시민들

서울시, 23일엔 물품 수거 시도…26일 기억공간 강제철거 집행하나

  26일 경찰이 세월호 기억공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향하는 시민과 취재진, 활동가들을 일일이 검문하며,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강행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기억공간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 5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이유로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강제철거를 통보한 서울시는 23일엔 서울시 공무원들을 동원해 기억공간 물품 수거를 시도했다. 물품 수거는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실패했지만, 강제철거 의사를 철회하진 않고 있어 관련 단체와 시민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26일 오전부터 광화문 기억공간 주변엔 1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억관 철거 반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으며, 몇몇은 세월호 기억관 주위에 머물며 혹시 있을 강제 철거에 대비하고 있었다. 1인 시위에 나선 한 서울시민은 “SNS를 통해 세월호 기억공간이 강제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부터 나왔다”라며 “세월호 참사의 상징적인 공간을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하는 것은 참사를 잊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서울시의 행정을 비판했다.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23일부터 기억공간을 지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고, 이후 많은 분들이 광화문으로 모이고 있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제 철거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서울시의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오 시장의 입장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은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속해서 가져가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두 단체는 기억공간 존속을 위한 논의 협의체에 오세훈 시장이 직접 참여할 것과 기억공간의 한시적 바깥 이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시민들의 강제 철거 중단 요구에도 오세훈 시장의 입장은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고 한다. 무책임하게 직원들을 앞세워 ‘세월호 참사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라며 오 시장을 규탄했다.

한편 전날인 25일엔 재난・산재 참사 피해가족들이 오 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기억공간 철거 중단과 대안 마련 협의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광화문의 기억공간은 단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만을 기억하는 곳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모두의 ‘기억과 다짐’의 공간’”이라며 “서울의 중심지에 ‘생명과 안전의 기억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며 대한민국과 서울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참사를 어떻게 대응하고 그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회의 인권과 안전 수준의 현주소라고 한다”라며 “서울시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가장 솔선수범하신 시장이자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억되길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서한에 참여한 재난·산재 참사 피해가족들은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태안화력발전 고 김용균 군 어머니 김미숙 씨, tvN 고 이한빛PD 어머니 김혜영 씨,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 씨, 평택항 사고 고 이선호 군 아버지 이재훈 씨, 아산 스쿨존 교통사고 유가족 민식 아빠 김태양 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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