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에서

[프리퀄prequel]

패턴은 그대로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정부의 무능이 드러난다.
사건을 어떻게 명명할지를 놓고부터 신경전이 시작된다.
책임을 지라는 공세와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반박이 돌고 돈다.
누군가의 실언이 등장한다. 속마음이라는 손가락질과 오해라는 해명이 시끄럽게 얽힌다.

조사를 어느 선에서 해야 하는지를 두고 진영이 갈린다.
두 개의 판 위에 올라가면 다 끝난다.
충분하다는 말과 잊지 말자는 말로 부딪치고, 책임의 직접성과 간접성을 따지며 몰아붙이고 두둔한다. 무능이 죄인지 아닌지, 태도의 문제가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두고 다툰다.
어느새 사람들은 한쪽 판 위에 올라가 있다.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은 노선을 정해야 한다.

비탈길은 이태원에서만 가파르지 않다.
저마다의 시소는 한쪽으로 깊이 내려앉아 있다.
그 비탈길에서 사건은 희미해진다.

그 ‘희미’에 대한 저항으로 사진 몇 장을 남겨본다.














최형락(b.1980)
사진가.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이미지가 드러나는 현장을 찾아다닌다. 물론, 번번이 실패하는 중이다. 언론사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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