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회장에게 양복 받았다는 기동민 의원

[1단 기사로 본 세상] 조사 받고 나오면 될 일을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검찰이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여당 국회의원을 뒤늦게 소환 통보했다. 지난 21일 동아일보(14면)와 한겨레신문(10면)에 이 내용이 보도됐다.

  8월 21일 동아일보 14면(위)과 한겨레 10면.

동아일보는 소환 통보 받은 이를 ‘A의원’으로, 한겨레는 ‘ㄱ’의원으로 각각 표기했다.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언론의 익명 처리 뒤에 숨었던 그의 이름이 공개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인 22일 매일경제신문이 8면에 “통합당 ‘라임의혹 기동민, 檢조사 즉시 응하라’”라는 제목으로 그의 이름을 보도했다.

전날 있었던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 소속 유상범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을 향해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당선 축하 명목으로 고급 양복도 선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 회견에 기동민 의원은 입장문을 내놨다. 기 의원은 입장문에서 “사실과 다르기도 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가 있었다면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고, 지난 국회 임기 4년간 김봉현(라임 물주) 씨와 단 한 번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8월 22일 매일경제 8면

정치인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사실과 다르기도 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라는 말은 유포된 내용의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이라는 거다.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는 말은 ‘돈을 받았을 수도 있는데 정치자금(뇌물)은 결코 아니다’ 쯤으로 해석된다. 기 의원은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 의원은 입장문에서 ‘검찰의 악의적인 피의사실 유포’에 희생양이 됐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정부의 맹렬한 지지자들은 검찰의 악의적 피의사실 유포를 극도로 혐오하기에 기 의원의 이런 입장문은 그들의 즉각 응전을 불러와 진영 대결로 몰고 가 버린다. 그 속에서 실체적 진실은 사라지고 만다.

‘지난 국회 임기 4년간 김봉현 씨와 단 한 번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는 말은 그 전엔 김 씨를 만났다는 뜻이다.

수천만 원, 여행비 수수 의혹도 불거졌는데

기 의원 의혹은 지난 5월부터 불거졌다. 이미 한국일보가 지난 5월 5일자 10면 머리기사로 ‘김봉현, 4년 전 국회의원 당선인에 양복 선물… 정치권 로비 의혹’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기 의원은 당시 한국일보 기자에게 “4년 전 김 전 회장을 만났고 당선 축하 인사로 양복 선물을 받은 것도 맞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20대 국회의원 임기 내내 연락 한 번 없는 관계로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 의원은 “당선 축하 선물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한겨레도 지난 6월 19일자 8면에 ‘스타모빌리티 대표 체포… 라임 정관계 로비 수사 속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 의원 의혹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체포된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김봉현 회장과 기 의원을 연결시킨 고리라고 지목했다. 또한 한겨레는 체포된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가 광주MBC 사장 출신으로 김 전 회장을 여권 인사들을 연결시켜 줬다고 보도했다.

아무튼 한겨레는 지난 6월 19일 기사에서 양복과 함께 ‘현금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에 기 의원의 입장을 듣기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기사를 끝냈다. 5월에 한국일보엔 입을 열었던 기 의원이 6월 한겨레 취재엔 왜 답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6월 한겨레 기사엔 다른 의혹도 나온다. “2015년에는 이 대표가 기 의원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을 때 김 전 회장이 리조트 비용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는 내용이다.

  한국일보 5월 5일 10면(위)과 한겨레 6월 19일 8면

기 의원 스스로 당선 축하 양복을 받은 걸 인정했고 도덕적 비난을 받겠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면 재빨리 조사받고 나오면 그만이다. 그런데 한 벌에 100만 원 하는 양복을 꼭 입어야 국회의원을 하나.

또 한편으로는 지역 언론사 사장이 범죄자와 여권 인사의 연결고리라는 의혹 앞에 한없이 부끄럽다. 기레기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