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난민 강제 자궁절제 뒤 문제되자 추방”

난민아동 545명 부모 찾지 못해, 3분의 2는 아이와 분리돼 추방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여성난민을 강제로 불임수술 한 뒤 문제가 되자 해당 난민들을 추방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진보언론 <커먼스드림>은 13일(현지시각) 현지 인권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ICE가 여성난민들의 처참한 학대 폭로에 대한 보복으로 해당 피해자들을 추방한 것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1일 에이피통신에 따르면, ICE는 해당 피해 여성 6명을 추방했으며 최소 7명이 추가로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ICE 폐지를 요구하며 인권 활동가들이 시위하고 있다. [출처: Joe Piette/Flickr cc]

여성난민에 대한 강제 자궁절제 논란은 지난 9월 조지아 주 남부에 위치한 어윈카운티 구치소에서 일해 온 다운 우튼(Dawn Wooten) 간호사가 내부고발하며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우튼 간호사는 당시 이 시설에서 여성난민 다수가 원치 않고, 필요하지 않은 자궁절제술을 강제적으로 받았다며 당국에 고발했다.

우튼의 내부고발 직후 미국 <씨엔엔>이나 <뉴욕타임스> 등 다수 언론이 이 뉴스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미국과 세계는 충격에 빠졌었다. 미국 하원의원 173명도 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을 낼 만큼 그 여파가 컸다.

실제로 11일 에이피 보도에 따르면, 동의하지 않은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난민이 이를 당국에 밝힌 직후 추방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케냐 출신의 37세의 므베티 엔동아는 정부 조사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례를 밝힌 뒤 단 몇 시간만에 추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국에 “지난해 복통과 과다 질 출혈로 병원에 이송됐고, 당시 이전에 받았던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새 처방전을 신청했지만 대신, 자궁에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나는 그들에게 학대받고 고문당하며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여성난민을 지원해온 엘로라 무케르지 콜롬비아대 교수는 “그는 수사관의 질문에 대답해도 사태만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두려워 했다. 그리고 인터뷰 몇 시간만에 그의 최악의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고 <에이피>에 전했다.

<에이피>는 인터뷰한 여성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은 담당의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거나 수술 외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며 고통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들의 설명은 전반적으로 구금된 여성들이 제기한 혐의의 패턴과 일치하며 일부는 변호사와의 인터뷰나 의료기록에도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언론은 “담당의가 수많은 자궁절제 수술을 했다는 초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윈카운티구치소 모습

인도주의 단체 ‘프로젝트 사우스’ 사법책임자이자 우튼의 변호사인 아제데 샤샤하니는 “ICE가 조사를 지원하는 대신, 인권 침해 증거를 적극적으로 없애고 생존자와 증인을 제거하고 있다”며 “의회가 이 같은 부정의를 조사하고 즉시 중단될 수 있도록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국토안보부도 내부 수사 중이다.

문제가 된 담당의의 변호인은 “그는 조지아 시골의 고위험군, 소외된 주민을 치료하기 위해 헌신해온 매우 존경받는 의사”라고 불렀다.

미국 조지아 주에 위치한 어윈카운티구치소는 ICE와 계약을 맺고 있는 민간 영리구금시설로 비위생적인 조건과 관행으로 코로나19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구금된 난민아동 545명 부모 찾지 못해

<커먼스드림>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난민여성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 사건은 부모로부터 난민아동을 분리한 조치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발생한 가장 끔찍한 미국 내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의 임기는 이민자에 대한 적개심과 편협함으로 특징된다”며 “특히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와 치명적인 위험을 피해온 난민들은 라틴아메리카와 세계에서 수십 년 간 계속된 미국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탐사보도센터 <리빌>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민아동 25000명 이상이 지난 6년 동안 100일 이상 구금됐고, 약 1000명은 피난처를 찾는 데 1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10월 21일 <엔비씨뉴스>에 따르면, 이민당국에 가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임명된 변호인들은 난민아동 545명의 부모를 찾지 못했으며, 이들 부모 중 3분의 2는 자녀 없이 중앙아메리카로 추방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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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학도

    세계인의 선망의 국가였던 미국이 이렇게 도퇴되는 측면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