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공동성명에 등장한 인권 실사, 한국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INTERNATIONAL1]

[출처: 청와대]

미얀마 투자 기업들에 대한 G7 정상의 요구

세계 주요 7개국이 지난 6월 13일 G7 정상회의를 마치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내언론은 공동성명을 두고 중국과 관련한 문제를 본격 거론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작 한국기업이 당사자가 될 미얀마에 대한 성명 내용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얀마 기업들과 거래 관계를 맺는 기업들에 대한 요구가 포함됐다. 바로 ‘실사(Due Diligence)1’를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실사라고 하면 보통 기업 인수 합병 등을 앞두고 조사하는 과정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동성명서에 사용된 ‘Due Diligence’를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에 대입해보면, 회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시해야 한다.

우선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및 환경침해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발생하는 침해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완화할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 노동자들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수립한 대책이 잘 이행되는지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를 본 주민들이나 노동자들이 포스코 인터내셔널에 문제를 제기할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포스코 인터내셔널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홈페이지2에 가보면 윤리경영의 실천지침 중 ‘인권의 보호와 존중’에서 다음과 같이 약속하고 있다.

인권의 보호와 존중

인권을 존중하고 관련 국제 기준을 지지하며 자유, 안전, 삶의 질적 향상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간의 존엄성을 확립한다.

1. 인권관련 국제기준 존중 및 법령 분수

○ 세계인권선언, UN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UN글로벌콤팩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권관련 국제기준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회사 및 공급망 내 노예, 강제 노동 및 인신매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대 노예 방지법(Modern Slavery Act) 및 기타 유사법령을 준수한다.

○ 명확한 인권보호 정책과 체계를 확립하고 경영활동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 인권관련 국제기준에서 요구하는 인권규정을 준수하고 직원의 인권을 보호하며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노력한다.

2. 인권존중을 위한 실사의무(Due Dilligence)

○ 인권을 침해하거나 불안을 초래하는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필요시 실사를 실시할 수 있다.

○ 실사 결과가 회사의 경영활동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하거나 불안을 초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 인권과 관련된 활동 내용과 결과에 대해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의사소통한다.

출처 : 포스코 인터내셔널 실천지침


주목할 점은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불만을 초래하는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필요시 실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필요할 때만’ 실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실사가 현재 법률로 강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 상황은 G7 공동성명에서 다뤄질 정도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공동성명에 합의한 만큼,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즉각 실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포스코가 실사를 하지 않고 버틴다면, G7 공동성명조차 따르지 않는 기업이 될 것이며 이런 상황은 한국 정부에도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실사를 의무화하는 유럽 국가들

올해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이 발표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이 원칙은 기업들이 실사를 자발적으로 실시하도록 책임을 부여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기업 자율에 맡겨졌던 실사는 이제 법률로 의무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법률이 지난 2017년에 필자가 소개3한 프랑스의 ‘감시의무법’이다. 대기업에 한해 적용되지만,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를 의무화하고,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사 책임까지 지도록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법안이 영국의 현대 노예제 방지법이다. 강제노동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반드시 영국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실사의 실시범위는 공급망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는 이미 영국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에는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해 공급망까지 실사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런 추세라면 EU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실사와 이에 따른 공개는 당연한 의무가 될 것이며, EU 외의 지역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기업은 실사를 하고 공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뉠 것이고, 이는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시간은 없다

현재 한국기업들이 내세우는 ESG 경영은 이 실사의 한 부분일 뿐이다. 즉, 기업이 실시해야 할 실사의 의무 중 ‘보고서 공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기업들이 공급망까지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실사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미얀마 같은 인권침해 발생 국가에 투자하는 기업이 실사하지 않을 경우,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국제 사회로부터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다. G7 공동성명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더 이상 한국기업에게 실사는 “필요할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ESG 경영이라는 말로 회피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한국 정부도 G7 정상회담에 참여했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이 합의문을 어떻게 이행할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은 국가가 이 합의문에 명시된 실사의 의미를 “몰랐다”고 변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미얀마 군부 기업에 한해에만 3천억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실사를 하지 않는다면 G7 정상회의에 참여한 대한민국의 국격은 무엇이 되는가?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 유력 대선주자 모두에게 묻고 싶다.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에 실사를 하라는 G7 공동성명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각주>

1. 아직 한국에선 이에 대해 확립된 번역어가 없다. 그러나 보통 ‘실사’로 많이 번역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동일하게 사용했다.

2. https://www.poscointl.com/kor/ethicalNorms.do 윤리경영의 실천지침에 들어가야 확인 할 수 있다.

3. http://workers-zine.net/2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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