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을 촉발한 코로나19, 공황의 원인은 아니다

[기고]코로나 공황? 문제는 코로나가 아닌 경기순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세계경제가 공황으로 진입하는 듯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와 공황으로부터 시작된 긴 경기순환이 종료되는 것이다. 이 순환의 막바지 미국호황은 감세와 저금리 등 트럼프의 재선 전략으로서 집행한 부양정책의 효과였다. 지난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취약한 경기순환 내내 실행된, 심지어 호황국면에서도 실행된 세계적인 저금리, 제로금리정책은 자본주의의 장기불황이 심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호황이 강화되던 미국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에 휘둘린 연준 의장 파월이 황당하게도 호황기에 금리인하, 저금리 공황정책을 집행해 주식시장에 거품만 잔뜩 만들어 놓았다가 결국 공황으로 가게 됐다.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하니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제로금리도 약발이 없다. 3월 3일 1차로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하 시 효과는 단 하루였고, 다음날 동일한 폭락에도 효과는 제로였다. 그리고 2주도 못된 3월 15일 추가로 1% 포인트 전격적인 인하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또다시 폭락했고, 세계주식시장도 급락했다. 금리만 인하하면 주식시장 폭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파월과 트럼프의 생각은 모자라기 짝이 없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2008년 공황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과 마찬가지다. 금리인하로 공황을 막을 수 있다면, 자본주의 역사에서 공황이란 없었을 것이다. 호황기에 공황정책을 집행한 결과, 공황기에 금리인하 같은 전통적인 금융정책 수단은 이제 없어져 버렸다. 연준은 자산매입과 양적 완화로 공황에 대처하고자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금융시장과 금융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실물경제를 부양하기는 어렵다.

연준은 급기야 3월 23일 회사채까지 포함하는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함으로써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은 상태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확대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 의회에서 2조 달러가 넘는 경기부양 패키지가 협의되고 있다. 금융, 재정개입 모두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능가하는 조처들이다. 하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은 재정위기와 국가채무위기의 심화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2021년 회계연도 예산안이 4조 8천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2조 달러의 추가재정의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 확산 전에 이미 2020년 회계연도에서 1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황은 이후에 ‘코로나 공황’으로 불릴지 모른다. 공황에 코로나라는 무거운 혹이 매달린 셈이다. 트럼프든 문재인이든 또는 부르주아 정책당국자들에게는 공황과 정책실패의 책임을 전염병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 다행스러울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공황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들은 방역대책에 실패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가 아닌 경기순환이다. 세계경제가 호황 막바지에서 공황으로 전환될 국면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공황이 불가피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공황이 온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코로나는 공황의 촉발요인일 뿐이지 공황을 가져온 원인은 아니다. 오일 쇼크로 인해 1974년 공황, 1980년 공황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1973년 10월 중동전쟁과 오일쇼크는 공황을 가져왔다. 하지만 2001년 9월 911테러와 아프간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에도 불구하고 2001년 3/4분기부터 미국경제는 오히려 경기회복으로, 나아가 호황으로 전환됐다. 1939년의 제2차 세계대전도 미국경제를 경기회복과 호황으로 가져갔다.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WHO가 2009년 8월부터 세계적 유행병으로 선포한 신종플루는 지난 금융위기와 공황의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2010년 8월까지 한국에서만 80만 명이 감염됐지만(세계 통계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전염병의 대유행 속에서도 미국과 세계경제는 이미 2009년 7월부터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경기회복으로 나아갔다.

요컨대 전쟁이나 전염병은 공황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또 아닐 수도 있다. 그것들은 공황의 촉발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공황의 원인은 아니다. 전쟁이나 전염병이 공황을 가져올 것인지 여부는 공황의 조건(잠재적으로 진행되는 과잉생산과 불균형의 누적, 그리고 그 위에서 전개되는 대버블의 형성)이 성숙됐는지에 달려있다. 경기순환의 국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경기순환에 전염병이 붙어있어서 코로나가 공황의 양상과 진행에 특정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통상적인 공황과 달리 이번 공황이 당장 생산축소, 소비축소, 그리고 실업증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도 그 효과라 할 것이다.(공황은 실물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보통 과잉생산→판매불능→생산축소/투자감소→실업증대→소비축소→생산/투자ㅜ추가감소→실업 추가증대→...이런 식의 악순환으로 전개된다.) 이 공황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공황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필자가 2018년 또는 2020년 공황을 전망했던 것은 공황의 조건이 이미 성숙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 하에서는 코로나가 아닌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결국 공황이 발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김성구, <2008년 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 및 붕괴 논쟁 평가>, 김성구 외/《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나름북스, 2017/김성구, ‘자본주의 공황과 경기순환’,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자전선 강의안, 2020, 참조. 또한 박하순, <한국경제의 현황과 전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2019 및 노동자전선 정책토론회(2019. 3. 22)의 발표문(박하순의 앞의 글이 이 발표문의 완성본이다)과 토론문(신재길, ‘다가오는 공황: 이번에는 다른다’)에서도 동일한 전망이 제출됐다.]

마르크스의 공황론은 호황국면에서 공황국면으로의 전환의 필연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지만, 공황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발발하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 분석은 경기순환과 공황을 따라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3월 23일 현재 시점에서 중국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는 듯 하고, 한국도 비슷하게 예상된다. 유로존과 미국도 3월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며, 2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3월 생산과 소비의 감소폭이 너무 커서 미국과 유로존도 1분기에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 GDP 통계는 시간이 더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이 공황이 지나간 후 자본주의 국가재정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위기에 빠진 자본을 회생시키느라 손실의 사회화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나면, 지난 2010~12년의 재정위기 당시처럼 금융자본의 공격이 기다릴 것이다. 금융자본은 국가재정이 위기라며 국가개입을 공격하고 긴축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채권(국채)을 안전하게 챙기고자 한다. 재정위기와 긴축정책이 강화되면, 향후 불황으로부터 자본주의 세계가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황이 지나가도 거덜 난 국가재정 하에서 대중들의 생존의 위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