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와 페미니즘 경제

[페미코노미] 적녹보라 가치로 가부장체제적 경제를 전환하자

코로나19 상황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재편된 글로벌 경제가 만든 약한 고리들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본주의-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가 빚어낸 사회적 참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글로벌 경제의 심장부라고 일컫는 미국에서 대공황급 실업사태가 빚어졌다. OECD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경제 쇼크 상태’라고 말한다.

흔히 성장률을 말해 온 경제 관련자들은 2020년 성장률이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일 것이라 예측했다.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으며, 회복이 V자형이 될지 U자형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심지어 L자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올해 국내총생산 기준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종전 –1.3%에서 –5.2%로 내렸고, 유로존도 –2.0%에서 –7.3%로 낮췄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람들 개인의 삶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이 숫자들은 곧 국가 구성원들의 실업과 기업의 도산을 의미한다. 세계는 이 충격을 놓고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그린뉴딜’, ‘한국판 뉴딜’ 등 화석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아직은 대안적 삶을 제시할 구체적인 지반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논의 속에서 페미니즘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논의들 속에서 왜 페미니즘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까? 필자는 페미니즘이 이러한 논의들이 건너뛰는 지점을 파악할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라는 개념을 바꾸어 낼 수 있는 상상의 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배제당해 온 여성과 퀴어,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동물들을 ‘경제’의 논의 선상에 올릴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힘은 여성의 ‘권리’를 넘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와 임금노동자와 동물이 처한 구조적 상황을 직면하려 할 때 주어질 것이다.

코로나19와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상관관계는 다양하게 살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사태로 깨달은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차별과 배제, 낙인과 폭력을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에 혐오와 배제, 폭력과 착취를 경험했던 존재들은 코로나 국면에서 더욱 심각한 경험을 하게 된다. 국경봉쇄, 사회적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면서 인종혐오로 인한 폭력이 드러났고,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은 더 큰 폭력에 노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가부장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하나의 예로 ‘집’을 이야기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의 최전선으로 ‘가정’이 부각됐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사회적 친밀성의 공간들은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다. 국가와 사회는 ‘집’ 혹은 개인적 공간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집’을 즐기기도 했지만 갇히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과 현실성을 보게 된다. ‘집’의 안과 밖,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집’은 여성, (가출) 청소년, 난민, 이주민,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존재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집’이 상징만큼이나 현실적으로 안전한 공간인지에 대해 페미니즘이 던진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집’은 상당수의 청소년과 여성들에게는 가부장적 폭력이 행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코로나 국면에서 ‘가정폭력’이 많이 증가했다는 증언과 사례가 나왔다. BBC에 따르면 코로나 국면의 ‘가정폭력’에 대해 세계 여러 국가의 여성들이 ‘가부장적 팬데믹’을 비판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스페인에서는 ‘마스크19’ 캠페인이 시작됐다. 격리 기간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약국에 가서 ‘마스크19’를 요청하면 폭력을 당한다는 신호라고 한다. 파트너 집에 2주 동안 갇혀 있던 한 여성이 이를 통해 가족에게 돌아간 사례도 있다. 코로나19는 가부장적 성장치의 측면에서 섹스-젠더-섹슈얼리티와 가정-가족의 관계를 드러냈다. ‘집’이 주는 공포와 ‘집’ 밖으로 밀려난 자들의 불안을 동시에 보여줬다.

집이 여성과 청소년에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은 자본주의-가부장적 경제 시스템과 연결된다. 여성(임금노동을 하는 여성이라 해도 임신·출산·양육·가사를 담당하는)과 청소년이 상대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며, 여성의 노동은 비가시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여성민우회가 4월 9일 진행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이라는 오픈채팅방 액션에서, 한 여성은 코로나 국면에서 어렵게 노동하는 택배 기사에 대해 사회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가정 내 여성 노동자에게는 전혀 죄책감이 없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다.


페미니즘은 현재의 경제체제를 가부장적 경제체제라 명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회는 경제체제를 가부장적 경제라고 부른 적이 없다. 페미니스트들도 이 용어가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명명할 때, 이 경제가 남성-이성애-자본-인간 중심적 경제임이 드러난다. 이 중심성은 성-종-계급체계의 중심성을 드러내는 그물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가부장제를 비판해 온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성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남성 중심성은 이성애 중심성과 짝을 이루고 있다. 중심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개별 남성과 개별 이성애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구조적 중심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회구조적으로 성적 관계에서 남성-이성애 중심성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 성적 관계가 자본주의 가부장체제의 정치경제체계와 연동돼 있다는 것이 필자가 보는 성-계급체계다. 그리고 이 성-계급체계는 종적 체계와 연동돼 있다. 인간중심적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인류는 동물을 포함한 타종에 대한 지배-배제-차별-낙인-폭력-착취를 가한다. 이 체계를 필자는 가부장적 성종계급체계로 부른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과 경험으로, 지금의 남성-이성애-자본인간 중심적 경제체계를 적녹보라적 가치에 기반한 경제로 전환할 기회를 맞았다. 경제가 문제라면 그 경제를 직면하고 대안적 경제로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제중심에서 사회중심 혹은 문화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 경제가 잔인함과 폭력성에 기반한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 우리는 그 ‘경제’라는 영역을 우리의 ‘경제’로 탈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자본주의-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이 시점에서 대안적 ‘경제’를 생각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적녹보라적 가치에 입각한 페미니즘 경제, 적녹보라적 경제로의 전환을 생각해 볼 기회다. 적녹보라적이란 크게는 사회주의-생태주의-페미니즘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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