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노동권을 이주 논의의 국제적 기본틀로 해야 한다

[낮은목소리](11)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 회담에 부쳐

배경

10월 3~4일 뉴욕 UN 본부에서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회담(High-Level Dialogue on International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열린다. 이는 2008년 12월 19일 유엔총회 결의안 63/225에 따라 2013년 68차 회기에 열리기로 되어 있다. UN에 따르면 이 회담의 목표는 ‘국제이주의 이익을 이주민과 국가들에 확대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감소시키며 개발과 연계’하는 것이다. UN은 2006년 이주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열었고 여기에서는 세계적으로 이주에 관해 논의하는 틀로서 정부끼리 참가하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 GFMD)’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GFMD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개최되었고 2013-14년 행사는 2014년 5월에 스웨덴에서 열린다. 2007년 벨기에 브뤼셀, 2008년 필리핀 마닐라, 2009년 그리스 아테네, 2010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2011년 스위스 제네바, 2012년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주에 관한 국제적 기본틀이 어떤 기구가 아니라 포럼이라는 형식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GFMD는 정부에 어떠한 강제력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압력을 행사하는 틀이 아니고 그저 이것저것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그것도 이주를 개발과 연계시켜, 경제적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혐의가 짙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주민 운동 단체들의 비판과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GFMD 무용론

예를 들어 국제이주민권리(Migrants Rights International, MRI)라는 네트워크는 GFMD가 열릴 때마다 ‘민중의 국제 행동(People's Global Action, PGA)’이라는 부대행사를 개최하여 이를 비판했다. 즉 GFMD의 논의가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이주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주와 개발을 연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고, 이는 이주민의 인권과 이주의 근본원인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배제하면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들이 이주를 단순히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이주민을 송금 수단으로만 여기며 이주민의 생존과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주민이 그 출신국이나 목적국, 고용주들에 의해 계속 착취당해야 한다는 얘기이며 GFMD는 이러한 정책과 담론만 참가국들에 유포시키고 있다는 얘기다.(http://hld2013.gcmigration.org 참조)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는 ‘이주가 권리가 되고 이주민의 완전한 인권이 보장되며 그들의 기여가 인정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입장서를 이번 UN 고위급 회담에 앞서 제출하였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주가 사회경제적 개발과 관련하여 되풀이되어 논의되는 주제이지만 2006년 UN 고위급회담 이후에 이주-개발 연계 논의가 더욱 강화되어 더 많은 정부, 국제기구, 민간 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러한 담론은 GFMD라는 틀에서 가장 확대되었고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더 이주노동과 송금을 성장과 개발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주가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연구되고 논의되고 장려되는데 왜 현실에서 저개발의 결과로 이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노력이 기울여지지 않는다고 이들은 비판하며, 국제금융기구, 정부간 기구,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주에 관한 이러한 경제 실용적인 관점만 채택하고 있다고 비꼰다. 이주의 과실만 활용하려는 논의는 결국 이주와 안보의 연계로도 이어지는데, 국경의 군사화, 엄격한 비자 정책, 이주민에 대한 편견 조장 등이 그러한 것이다. 즉 필요한 만큼의 정규적인 이주를 넘어서는 비정규적 미등록 이주를 막기 위해서 국경을 요새화하는 정책을 쓰고 이주민을 범죄자화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의 권리와 복지, 인권은 생략되어 있다.(http://iamr4.com 참조)

MRI와 IMA 두 그룹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주민 권리운동 단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GFMD를 규탄하고 이 체계가 아닌 다른 체계를 구성할 것을 주장한다. GFMD가 이주민의 권리 측면을 철저히 외면하고 이주민을 경제적 활용,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고 정부와 고용주들의 이해에만 부합하는 논의를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GFMD는 국제적인 이주 논의의 기본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과 노동권이 기본틀이 되어야

이번 고위급 회담을 위해 대표적으로 위 두 그룹은 대응행사를 뉴욕에서 준비하고 있다. MRI 측은 ‘민중, 힘, 공동체: 이주, 노동, 인권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으로 ‘민중의 국제행동(PGA)' 행사를 열 계획이고, IMA 측은 ‘4차 국제 이주민&난민 총회’를 개최한다. 내용을 보면 PGA 행사는 △이주 정책에 있어 ‘인권 기본틀’ 옹호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강제이주를 만드는 자유시장 경제정책 대안 추구 △풀뿌리 이주민 조직의 운동 확장 및 이주민 권리운동과 다른 사회정의운동, 특히 노동운동, 경제정의운동, 인종/젠더 정의운동과의 연대운동 촉진 등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서 △이주민 관련 법, 정책, 관행에 인권 기반 접근 △순환이주/단기이주 비판 △이주민 범죄자화 규탄 등을 주장하고 있다.

IMA의 입장은 △민중의 개발목표를 지킬 것- 인권, 빈곤과 불평등 타파, 식량주권,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보편적 사회복지, 젠더 정의, 환경 지속가능성, 새로운 국제적 경제,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 평화와 안보 △이주민 인권을 완전히 보호할 것- 이주민 인권에 관한 정기적 평가 메커니즘 수립, 특정한 본국과 목적국 사이의 협력 대화 장려, 송출업체, 대부업체 규제할 것, 취약한 위치의 이주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이행할 것, 이주민이 국가안보에 위협이라는 목적국의 기본인식을 바꿀 것, 관련 UN과 ILO 협약 조항에 맞게 정부들이 법률을 고칠 것 △정부와 정부 간 정책결정 과정에 풀뿌리 이주노동자들의 참가를 증가시켜서 투명성과 민주적 참여를 장려할 것 등이다.

국제노총(ITUC)은 △국제산별 소속 40개 이상의 가맹조직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조직하여 고위급 대화에 노조의 핵심요구가 반영되도록 노력. 진보적 정부가 우선적 타겟 △노동이주에 관련한 UN의 유일한 공식기구인 ILO의 역할과 권리기반 접근을 적극적으로 독려 △노동이주에 관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사회적 대화 촉진 △이주에 관한 모든 논의와 정책, 프로그램, 협정이 UN의 일상적 체제에 기본이 되도록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정부들에 로비 △UN고위급 대화에 참여하는 각국 참가단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포함되도록 요구 △GFMD의 비민주성과 비책임성을 폭로하는 공동행동 조직 등을 입장과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UN이 GFMD와 같은 UN 바깥의 틀이 아니라 UN 내에서 책임을 지고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에 초점을 맞추는 논의체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것의 전제는 GFMD를 해체하는 것이다. 물론 UN 내에서 이주 관련 책임단위를 일정하게 만든다고 해서 이주민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틀일 뿐이며, 송금과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온 것을 중단하고 권리를 중심에 둔 틀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주민을 외면하고 억압하는 국제 법제도적 형식을 확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주민의 권리가 국제적으로, 일국적으로, 지역적으로 신장되기 위해서는 이주민 조직화와 세력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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