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통화긴축,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26) 글로벌 통제전략과 위기의 소용돌이

버냉키-IMF-BIS 쇼크,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은 의도된 것

IMF, 신흥국에 '美 출구충격' 완충대책 권고
"(각국의) 시장이 미국 금리 상승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한 정책이 될 것"
- IMF의 게리 라이스 수석 대변인 2013.6.20

BIS 국제결제은행, 중앙은행은 시장동요에 개의치 말고 '출구 전략'을 소신껏 실행할 것
“중앙은행이 이제는 책임 있게 행동해야 ... 통화 정책의 역할은 끝났다”
- BIS의 하이메 카루아나 사무총장 2013.6.23


지난주 19일 미국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마구 요동치고 있습니다. 신흥국(이머징 펀드)에서 몇 주 사이에 유출된 돈이 200억 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날 20일 IMF는 출구전략 대비를 위해서 각국들이 완충대책을 마련하라고 독려했습니다. 그리고 곧 20-21일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BIS 연례컨퍼런스와 이후 총회에서 출구전략에 대해 쐐기를 박는 발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심지어 1조 달러의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출구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BIS 연례컨퍼런스와 총회에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장들이 모인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미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걸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미국연준-IMF-BIS 삼각편대가 나란히 통화긴축 폭탄을 떨어뜨리는 형국입니다.

‘버냉키쇼크’보다 치명적인 ‘차이나쇼크’, 의도된 성장통?

19일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할 때만 해도, 고용정상화와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동요는 곧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연이어 터진 글로벌 금융기관수장들의 통화긴축발언과 곧이어 벌어진 중국발 쇼크가 어우러져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동요를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중국발 쇼크는 실물부문의 침체를 알리는 경기지표 하락과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발표되면서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PMI 잠정치 48.3 9개월내 최저, 중국 성장률 전망치 8.4%->7.4%)

그런데 이런 경제지표들의 부진보다 더 심각한 것이 중국인민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돈줄죄기입니다. G2 정상회담을 시작한 이달 7일부터 중국인민은행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을 빼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 돈줄이 차단되면서 금리는 폭등하기 시작했는데요, 14일엔 중국 정부가 내놓은 국채가 제대로 팔리지 않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20일엔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의 금리가 12.8%에 이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글로벌 시장에서 이 금리는 0~3% 수준) 리커창 총리는 19일 국무원 성명에서 “시중은행은 현재 자금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금융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돈줄 죄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한 거죠.

"시중에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 가 있지 않은 것이 문제"
"인민은행이 돈줄을 조이고 있는 것은 그림자 금융을 견제하기 위한 것"
- 리커창 중국 부총리, 2013.6.24 신화통신


그런데 왜 갑자기 중국은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일까요? 미국 못지않게 돈을 많이 푼 나라가 중국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실물부문에 4조 위안(720조원)을 풀었고 이는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 후 유럽채무위기나 미국의 더블딥 논란 속에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은 통화량을 꾸준하게 증가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싸게 풀린 돈들은 중소은행과 투자신탁회사 등을 통해 부동산과 각종 금융상품에 들어갔고, 자산거품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통화긴축 조치는 중국판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뿌리 뽑기 위한 선전포고인 셈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비싼 대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초단기 금리가 12.8%에 이르고 주식시장이 폭락해서(6월 3주간 15% 폭락)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닥치는 건 감수해야 할 몫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의 이런 금융시장의 혼란은 의도된 성장통으로 보입니다. 또한 G2 정상회담에 맞춰 시행된 이러한 중국인민은행의 통화긴축은 사전 조율된 것으로서, 글로벌 통화긴축의 신호탄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연준, IMF, BIS 국제결제은행 수장들의 발언과 리커창 부총리의 발표들이 이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입니다.

갑작스런 통화긴축정책, 그 진의는 무엇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수장들이 이렇게 통화긴축 발언을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에 의한 거품을 사전에 조절하여 이후 벌어질지도 모를 갑작스런 버블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특히 수출부문에서 커다란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이때, 기업채무 수준이 상당히 높은 중국은 자산거품마저 일시에 꺼지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중국 GDP 대비 기업채무 2012년 128% 추정, 스페인 135%, 프랑스 110%, 한국 105%, 이탈리아 80%, 미국 72%, 독일 50%) 그래서 매를 먼저 맞는다는 심정으로 거품축소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며 그림자 금융을 사전에 뿌리 뽑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버냉키나 IMF, BIS 수장들의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일단 가장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생성된 버블을 사전에 조절하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올해 초 미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된다는 소식들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가릴 것 없이 주식시장, 채권시장은 초호황을 누렸습니다. 2012년 9월 이후 유럽채무위기가 잦아들면서 급반등하기 시작한 금융시장은 어느 새 2008년 위기이전 수준보다도 더 과열되었습니다.(5월 28일 미국 다우지수 사상최대 15521, 5월 22일 FTSE(글로벌 100대 기업) 지수 사상최대 6875)

금융시장의 이러한 초호황과는 달리 실물부문의 개선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그 마저도 양극화된 경제구조에서 고소득자들의 임금과 자산 가치만 늘다 보니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물경제의 회복은 요원하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유럽의 경우는 더블딥(재침체)에 빠져들면서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습니다.(2013년 4월 유럽전체 실업률12%, 청년실업률 스페인 56%, 이탈리아 40.5%) 그래서 무얼 보더라도 최근 8개월간 급격히 상승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초호황은 거품이외엔 설명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로벌 통화긴축의 선회를 알리는 발언과 조치들은 금융시장의 거품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통제전략이라고 보입니다. 양적완화에 기댄 금융거품을 걷어내고 안정화시키기 위한 사전조치인 셈이죠.

이제 글로벌 ‘옥석가리기’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지금 당장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기준금리가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미국은 양적완화의 축소의 전제가 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밝혔습니다. 심지어 미국 연준 위원들은 버냉키의 발언이 다소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현재 실물경제의 상황들은 출구전략을 펴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합하면 양적완화의 전체적인 기조는 유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버릴 이유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 안정화조치의 후폭풍은 무엇일까요? 가장 염려되는 채권시장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의 국채금리가 뛰면서 이에 연동된 다른 채권금리들이 동반 상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나 은행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들은 시중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양적완화로 인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일부 신흥국들은 급격한 외화유출로 인해 외환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나라들이 인도네시아, 터키, 인도, 필리핀, 남아공 등입니다. 마치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키는 형국입니다.

인도네시아 : 5월 외환보유고 급감(금년-7%), 5월 무역적자 급증(역대 2번째), 전기료, 연료비 등 공공요금 인상과 인플레이션, 외국인 자금 이탈

터키: 경기악화 및 경상적자 확대(경상적자 비율 7.1%), 전체 외채 중 단기채무의 비중 27.2%,(1년 미만 단기외채 1,550억 달러, 외환보유고 1,283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 외국인들의 자금이탈
-국제금융센터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 현황과 전망> 2013.6.17


급변하는 세계정세,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불을 당기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글로벌 쇼크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앞서 말씀드렸듯, 채권시장의 동요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벌써부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 위로 뛰어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를 넘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금리도 차례대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STX 팬오션 법정관리 이후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은 자금공급이 꽉 막혀버렸습니다.

비우량 회사채 금리 급등 9%, 한계기업이 몰려있는 건설, 해운, 조선업 직격탄
-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2013.6.23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적극 추진,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 마련 적기 시행"
- 신제윤 금융위원장 2013. 6.24


정부도 12년 만에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부실기업 가려내기 작업도 신속히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방침이라 밝혔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동요가 현 수준에서 관리된다면 당분간 위기를 피해갈 순 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중국발 쇼크(성장률 급락, 부동산 거품붕괴)가 현실화되거나 글로벌 통화긴축의 후유증으로 인해 신흥국들이 연달아 외환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수출부문으로 과도하게 편중된 우리의 산업현실에서 동시 다발적 금융위기와 공황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2차 피해의 자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BIS 사무총장이 언급한 안전벨트를 꼭 매라는 말이 기우이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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