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언론사 편집장까지 소환하는 경찰

[편집장 칼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고 보니

경찰에 소환됐다. 지난 6월 16일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6.16 함께 걷자 행사’에 참가했다는 이유다. 경찰은 이 행사에서 불법적으로 행진하면서 도로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조사한다고 했다.

<참세상>은 6.16 행사를 통해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위로받고 해고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랐다. 또한, 이 행사가 원만하고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했다. 여러 국회의원과 언론사 관계자까지 나서 경찰청을 찾아가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평화로운 행진을 위한 경찰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찰이 행진을 불허하면서 행진을 강행하려는 참가자들과 갈등이 빚어졌다.

  6.16일 함께걷자 행사에 참가한 참가자들

당시 참세상은 경기지역 언론사와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이 행사를 보도했다. 필자는 참세상 편집장으로 현장에서 공동취재단을 총괄하며 취재했다.

그런 필자에게 경찰은 직접 전화까지 걸어 경찰 소환에 응하라고 종용했다. 취재를 위해 갔다고 목적과 신분까지 밝혔지만 경찰서에 출석해 진술하란다. 처음엔 참고인 조사라더니 그다음에는 피의자 신분이라고 했다. 사무실로 날아온 소환장에는 집시법 위반에 더해 도로교통 방해 혐의라고 쓰여 있다.

소환장을 보내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아낸 경찰이 필자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 채 소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취재를 나간 언론사 편집장을 경찰이 집시법 등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기자회견이든 집회든 취재 현장의 상황은 언제든 돌발적으로 변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충돌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취재기자가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불려가 진술을 해야 한다면? 편집장까지 소환되는 마당에 도대체 현장의 어떤 기자가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가.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올해 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서울로 상경해 농성을 시작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도를 넘고 있다. 6월 16일 행사 하나만 가지고도 경찰이 몇 명이나 소환했는지 알 수 없다. 쌍용차 범대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감독, 정당인, 일반 시민, 심지어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확인된 소환자만 마흔 명이 넘는다.

사측이 용역을 동원해 노동조합원에게 폭력을 가한 SJM사건에서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30명이나 줄소환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묻지마 범죄, 성범죄가 심각하다며 불심검문까지 부활시킨 경찰이 매번 이렇게 무더기 소환을 남발하고 있는데, 민생문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나. 시국사건에 동원되느라 살인사건 조사할 시간조차 없었던 영화 ‘살인의 추억’의 그 시계가 지금 다시 째깍 거리고 있는 건 아닌가?

또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언론에 대한 탄압도 도를 넘어섰다.

정신건강 컨설팅 기업인 마인드프리즘 이명수 대표는 경찰과 구청의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철거를 비판하는 칼럼(<한겨레> 5월 29일 자)을 썼다. 그러자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이명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이 대표는 지난 4일 서울경찰청에서 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사적인 행위도 아니고 경찰의 공적 활동에 대한 지적이었다. 오해가 있고 잘못된 지적이 있다면 경찰은 입장을 발표하거나 같은 신문에 반론문을 내면 된다. 그런데도 일간지 칼럼에 대해 해당 경찰관이 명예훼손으로 글쓴이를 고소하고, 이를 빌미로 글쓴이를 경찰서로 불러 몇 시간 동안 조서를 받았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기에다 이제는 쌍용차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며 쌍용차와 정부의 대응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사 편집장까지 소환해서 조사하겠다는 것이니, 그 의도가 너무 뻔한 것 아닌가.

경찰은 필자에게 소환장까지 보냈고 출석요구를 여러 차례 해왔다. 하지만 차마 내 발로는 못 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참세상>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고, 그곳엔 언제나 편집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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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 소환장 , 쌍용차 ,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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