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덜 받더라도 비정규직 없는 공장 지키고 싶어요

[연정의 바보같은사랑](90) 안부2 : 2016년 여름, 갑을오토텍지회 투쟁(2)

임금 줄여 일자리 나누기 했더니 노조파괴 ‘용병’ 채용한 회사

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에는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연장수당 지급도 반영되어 있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까지 12시간 맞교대를 하다가 2015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회 손찬휘 사무국장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이전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2,800~3,300시간에 이르렀다고 이야기한다.

“하루 25시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을 많이 했어요. 매일 잔업하고, 한 달에 1~2번 쉬면서 특근도 6~7개 씩 다 했고요. 돈은 많이 벌었는지 몰라도 몸이 다 상했어요. 돈 쓸 시간이 없더라고요. 몸도 힘들고...”

올해 23년 차가 되는 이승호(가명) 씨는 주간연속2교대제 하고 나서 월급이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최근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하면서 우리 잔업 특근을 쪼개서 노조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신입사원 채용을 회사에 제안해서 60명을 채용하게 된 건데, 사측이 이걸 악용해서 특전사 출신 용병들을 채용한 겁니다. 우리가 뒤통수 맞은 거죠.”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스로 생산성 10% 향상을 제안하면서 설비투자와 신규채용을 사측에 요구했었다. 노동조합에서는 10년 이내에 기존 직원의 70~80%가 정년퇴직을 하고, 그 자리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노조 측의 계산으로는 당시 70~80명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 생각되었지만, 회사 측에 부담이 될까봐 20여 명을 먼저 뽑을 것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사는 60명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노조에서는 이들 중 52명이 노조 파괴를 위해 모집된 ‘용병’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국에서 지원한 600명은 이 ‘용병’들의 채용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다. 노조파괴 ‘용병’들의 연봉은 신입사원 초봉의 2~3배에 달하는 4천 만 원~8천 만 원이었다. 52명에 대한 채용취소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노조 측의 제안으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실제 지원했다가 들러리가 되었던 1차 서류심사 합격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들 중심으로 30명을 채용하게 된다. 지난해 입사한 30명의 노동자들은 지금 갑을오토텍 투쟁에 함께 하며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꼭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풀립니다.”

지난해 신규채용으로 입사한 강준영(가명) 씨는 식사가 부실해서 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이 좋지 않다며 걱정을 한다. 입맛이 없어 밥이 안 넘어 갈 때도 있다. 30대 초반인 강 씨는 갑을오토텍에 들어오기 전에 그 또래 청년들이 그러하듯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같은 일을 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차별받지 않으면서 노동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해준 갑을오토텍이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형님, 아버지, 삼촌 뻘 되는 분들이 많으신데 잘 해 주세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투쟁하는걸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하루 빨리 회사와 교섭이 잘 되어 이 문제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장 안에서 집회 참여 중인 조합원들

절대로 핍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갑을오토텍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주화 된 공정이 없다. 이 회사는 생산직과 식당노동자, 버스기사, 경비 등 모든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다. 다만, 식당과 버스, 경비는 각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정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고용과 복지혜택 등에서 생산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바늘 구멍만한 게 점점 커지니까 아예 처음부터 막아야죠. 회사 요구대로 경비나 식당노동자들을 외주화 하게 되면 전력이나 자재 관리로 비정규직이 확산되다가 결국 전부를 내주게 될 게 뻔 하잖아요. 임금을 덜 받더라도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키고 싶어요.”

1986년 만도기계 안양 공장에 입사하여 올해 31년 차가 되는 김종대(가명) 씨는 자신의 임금이 적게 오르더라도 갑을오토텍에 절대로 핍박받고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곧 정년퇴직을 하게 되지만, 후배들을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식사팀에서 배식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선(가명) 씨는 3년 전에 이 회사에 직원식당 정규직으로 입사하였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정년 퇴직하자 회사는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자 하였으나 노동조합이 이를 막아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근무할 수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죠. 잘 먹어야 열심히 투쟁할 수 있잖아요. 즐겁게 합니다. 힘든 것 몰라요.”

이 씨 옆에서 더운 김을 쐬어 가며 종일 국을 끓이는 박순옥(가명) 씨는 “밥 잘 해주고 국 잘 끓여주는 게 파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식당에서 20년 넘게 근무하여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박 씨는 재작년까지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가요도 몰랐어요. 작년에 조합원들이 눈 다치고 갈비뼈 부러지고 머리를 연장으로 때려 뇌진탕 걸리는 걸 보면서 해도 너무한다 싶어 참여하게 되었어요. 일하다가 손을 다쳐 일을 못할 때가 있었는데, 노동조합이 있어 산재 신청하고 고용불안 없이 쉴 수 있었어요. 정직원들은 그만큼 일도 열심히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하거든요. 저는 회사를 오늘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젊은 후배들 위해 싸우는 겁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이에요.”

박 씨는 이전에 한 회사였던 옆에 있는 대유위니아(구 위니아만도)에서 정규직이었던 직원 식당을 외주화하면서 음식 맛이 없어져 그 곳 노동자들이 갑을오토텍에 와서 밥을 먹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큰 들통에 담긴 국을 휘휘 젓는다. 대우위니아는 생산직도 이미 비정규직 외주화가 되어있다.

  식사시간에 배식 중인 식사팀 조합원들

함께 산다는 인간의 마음으로 하는 투쟁

지회 손찬휘 사무국장은 향후 10년 이내에 현재 근무 중인 노동자들의 70~80%가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데, 사측은 이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측이 제시한 단체협약 대표적인 개악안 중에 하나가 이 부분 입니다. 기존에 외주화 시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를 하게 되어 있던 조항을 ‘협의’로 바꾸자고 하는 겁니다. ‘협의’로 바꾸게 되면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할 수가 있거든요.”

이 회사는 2008년도에 경비업종 외주화 시 노사 간 합의로 의결한다는 현안문제 합의서를 작성하고, 여기에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초에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경비노동자들을 생산직으로 인사변경하고, 잡마스터 용역 경비들을 투입하였다. 노동조합의 경비 외주화를 막는 투쟁으로 인해 사측은 회사 안에 용역 경비를 들이지 못하고 관리자들이 경비 업무를 하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에서는 기존 단체협약 효력을 인정하고 회사의 일방적인 용역경비 인력 투입을 법 위반이라고 하였다. 손찬휘 사무국장은 회사가 8월 1일 잡마스터 용역들을 정문 앞에 배치한 것도 위 판결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방효훈 대외협력국장은 경주 발레오 등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자극하기 위해 경비나 식당 회주화 등 가장 약한 부분을 먼저 공격 한다고 이야기한다. 조합원들이 생산 라인을 건드리면 반발하겠지만, 자기와 상관 없는 가장 약자라고 생각하는 식당이나 경비 문제를 건드리면 ‘내 일이 아니니까, 나와 상관 없는 문제니까’ 하면서 동의해 줄 거라는 회사의 노조파괴 전략에 의한 것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전체를 공격하는 것을 막아내는 방어막으로 경비나 식당 외주화를 허용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한 겁니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실제 그런 것들이 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가장 약한 우리의 동료들을 버리는 행위에 동의하기도 했었습니다.”

방 국장은 갑을오토텍에서는 단 한명의 노동자도 그런 회사의 입장에 동의하거나 동조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흔들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것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함께 산다’는 인간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날 집회에는 조합원의 자녀들도 참석하여 농성 중인 부모님에게 쓴 편지글을 낭독하기도 했다. 조합원의 딸 정유희 씨가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티 한 번 안내고 3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아버지를 외롭게 했다며 울먹이며 편지 낭독을 한다.

“진짜 오랜만에 아빠 얼굴 봤을 때 너무 반가워서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는데, 얼굴이 많이 상하고 살이 많이 빠진 아빠를 보니까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아빠 앞에선 ‘살 빠지니까 더 젊어 보이는데’ 라고 괜히 철 없는 말만 했었어. 나는 ‘유희야, 아빠 배고픈데 라면 하나 끓여줄래?’ ‘유희야 아빠 컴퓨터 좀 알려줘라.’ ‘유희야 아빠랑 도서관 가자.’ 이런 아빠의 작은 부탁들이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몰라. 아빠 집에 돌아오면 내가 라면도 투정 없이 끓여주고, 다정하게 손 잡고 산에도 가고, 컴퓨터도 알려줄게. 나랑 엄마랑 경희는 아빠가 어디에서 뭘 하든 언제나 아빠 편에서 든든한 힘이 될 거야. 우리 가족, 앞으로 당연한 것에 그리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며 살자”

함께 라면 끓여 먹고, 손 잡고 산에 가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한 작은 소망이 이루어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갑을오토텍 투쟁 연대 요청 웹자보 [출처: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중단 충남범도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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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ㅈㅈㅈ

    이 회사는 결론이 났네요. 망하면 되는데 뭘 걱정... 회사도 정신차리고 노조도 직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좋은 사례가 될 듯...

  • 크크크

    완전 소설 쓰는군..

  • 아는사람

    과도한 노동시간?
    고의로 생산성 떨어드려 연장잔업으로 수당 챙기려한것이 누군가 ?
    야간에 시간 남아돌아 일찌감치 골판지 깔고 잠잔게 누군가?

  • 개그하냐?

    요즘말로 어이가 없다.
    진짜 연봉1억 받던 주,야 월화수목금금금 으로 일하던 몇몇을 빼고는 모두 임금이 올랐는데 3분의1로 줄어? 그걸 수용할 집단이면 애시당초 회사가 이렇게 망가질 일도 없다.
    민중언론 참세상 이 아니고 노조언론 구라왕 으로 이름 바꿔라.
    임금 덜받아도 좋다는 사람들이 회사적자 아랑곳안하고 임금인상에 상여금 인상을 외치나?
    앞뒤가 너무 않맞는다.
    기사쓰는 기자분 연정님 안그래요?

  • 사측똘마니들어라

    관리직들아 니들 댓글단거 볼때마다 한숨나온다 대표이사 하는짓거리보고도 니들 보호줄거라고 생각이 드니? 니들은 걍 대체생산용 노예야 같은 회사주는 월급받고사는 같은 노동자끼리 물어뜯지말자

  • 사랑이

    적자에 매년 임금 올려달라 하시니 회사도 어떻게 막을수가 없어서용병을 채용한거잖어요 막아보려고 그만들 철수하시고 일하세요 일거리더 줄어들고 회사 망하면 어디로들 가실건데요.사장님이 맘에 않들면 돈많이 주는데로 찿아 가시든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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