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사전신고제, 다시 헌법재판소 간다

“이번에는 위헌판결 날까... 위헌으로 보는 재판관 느는 추세”

사전신고제 조항을 이용해 기자회견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집시법이 다시 헌법재판소로 간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청구인 김 모 씨가 집시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모 씨는 지난 2014년 4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오바마 방한 반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가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한반도 위기 부추기는 한미동맹 반대한다’는 구호를 선창하는 등 기자회견을 빙자해 피켓과 방송 장비를 이용한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약식기소했다.

이에 김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다시 2015년 1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7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씨를 포함한 15명이 참가해 플래카드를 세우고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으며 △기자회견 사회를 본 김씨가 구호를 선창하면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면서 구호를 제창했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1차 자진해산 요청을 하고 사법처리 될 수 있음을 경고했으나 다시 구호를 제창하는 등 해당 기자회견이 신고의무의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해 유죄를 판결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다시 1심 판결에 항소심을 제기하고 사전신고제를 규정한 집시법 관련 조항(제6조 제1항)과 그 처벌 조항(제22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이 또한 기각되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 청구인은 사전신고제 자체가 기자회견 등의 정치적 활동을 가로막는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에는 위헌판결 날까... 위헌으로 보는 재판관 느는 추세”

집회 주최는 애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따라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면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사전신고제가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 등 ‘협력의무’를 위한 조항이라고 본다(2014년 판결). 그러나 ‘집회’ 개념이나 규범적 제한을 두지 않아 기자회견이나 플래시몹 등 2인 이상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옥외에 모이기만 하면 신고의무가 부과돼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또 집시법상 신고를 해도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거나 주거·학교·군사시설 주변이라는 이유로도 금지당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절대적 금지집회(제5조 제1항), 시간 제한, 공공기관 등 장소를 금지하는 문제, 금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관할 경찰관 서장이어서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주최했을 경우 형벌을 가하는 조항도 헌법에 위배 된다고 지적된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009년 동일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재판관 8인 중 2인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으며 2014년에는 9인 중 4인이 위헌의견을 내는 등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보는 재판관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구인 측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통해 “집회의 목적, 시간, 장소, 인원 등에 비추어 사회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개연성이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인정되는 경우만을 신고대상이 되도록 입법체계를 개정해야 한다”며 “개정되지 않는 한 사전신고제 중 모든 집회를 신고대상으로 하는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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