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연이은 자살...고용허가제 폐지 요구 커져

“고용허가제 시행 13년, 죽음의 굴레 만들어져…착취되거나 단속되거나”

20대 이주노동자가 연이어 자살하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망한 두 노동자는 유서를 통해 사업장 변경 등이 제한돼 힘들다는 고충을 호소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 단체 등은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이주노동자는 100만 명으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끌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주노동자 착취제도이자 죽음의 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전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용허가제를 꼬집으며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있지 않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어, 일이 힘들고 위험해도 그냥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설사 변경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3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본국으로 쫓겨나야 한다”며 “참고 견디라고 종용하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004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직간접적 사망과 부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30여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사망했고, 올해 알려진 사례에서만 3명의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며 “지난 13년 동안 정부는 사업주의 이해만 반영하여 끊임없이 제도를 개악해 왔을 뿐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끊임없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과 7일, 자살한 2명의 이주노동자도 고용허가제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네팔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 씨가 남긴 유서 [출처: 청주네팔쉼터]

8월 6일, 충북 충주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27세 네팔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 씨는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합니다. 제가 세상을 뜨는 이유는 건강 문제와 잠이 오지 않아서 지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받습니다.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되었습니다. 제 계좌에 320만 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자살했다.

다음날엔 경기 화성의 돼지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5세 네팔 노동자 다벅 싱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벅 싱 씨는 “저는 이제 없습니다. 저를 누군가 데리고 갔습니다. 꿈이 많았으나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유서를 남겼다. 그의 지인에 따르면 다벅 싱 씨는 농장에서 휴가도 안 주고, 사업장 변경도 안 해주는 점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편 오는 20일엔 이주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을 위한 결의대회가 열린다. 전국의 이주노동자는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한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에 참여해 고용허가제를 폐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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