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믿었는데”...해고 위기 도시가스 검침노동자들

노조 결성 5개월만에 ‘권고사직’ 종용...원청 ‘예스코’ 대화 거부

예스코 도시가스 검침, 점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 5개월 만에 해고 위기에 놓였다. 20년 넘게 센터를 운영해온 위탁업체가 돌연 변경되면서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서와 해고예고통지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원청인 예스코는 현재까지 고용승계와 관련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예스코 도시가스분회 조합원들은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예스코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앞서 예스코 도시가스 검침, 점검 노동자들은 지난 6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간담회가 노조 결성의 결정적 동력이 됐다. 지난 4월 박 시장은 이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분들이 조합가입을 해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변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노동조합 가입했다고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발견되면 센터든 회사든 서울시가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김효영 예스코 구의고객센터 검침노동자는 “박원순 시장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노조에 가입을 했다”며 “하지만 현재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스코는 서울 19개, 전국 24개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센터의 운영 및 관리는 각기 다른 위탁업체들이 맡고 있다. 대부분 예스코 본사 퇴직자들이 위탁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평균 3~5년 기간을 두고 위탁업체가 변경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해고 사태가 일어난 구의고객센터만 유일하게 20년 넘게 한 위탁업체가 운영을 맡아 왔다. 그런데 지난 9월 28일, 구의고객센터의 위탁업체인 보승건설(주)이 돌연 노동자들에게 올해 말 예스코와의 계약 만료 사실을 알려왔다. 구의고객센터는 서울지역 19개 센터 중 가장 먼저 노조가 결성된 곳이자,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소속해 있는 곳이다.

김효영 조합원은 “너무 불안해서 10월에 열린 24개 센터 체육대회에서 본사 CS팀 부서에게 고용승계 관련해서 물었더니 ‘고용승계가 될 것이니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11월부터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서와 해고예고통지서에 사인을 하라고 요구하고, 집마다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현재 예스코는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지역 19개 고객센터 중, 업체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서나 해고예고통지서를 발송한 경우는 이번 구의고객센터 사례가 유일하다. 때문에 노조에서는 사실상 노조 가입을 겨냥한 보복성 해고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교육, 행사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던 예스코 직원들이 이제는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업체변경을 통해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예스코 본사 CS부서 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해고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박명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도시가스 사업 허가권은 서울시에 있다. 누차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업주에 대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4월 간담회에서 밝힌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업주를 제지하겠는 약속을 지키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역시 “검침, 점검 노동자들이 정든 일터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예스코 도시가스 검침, 점검 노동자들은 각 센터에 소속 돼 약 80~140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임금은 검침 100원 미만, 점검 1000원 미만의 건당 수수료로 책정된다. 1인당 약 4~5000세대를 담당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새벽, 야간, 주말 근무도 늘어나는 등 노동조건도 꾸준히 악화 돼 왔다. 이에 지난 6월, 노동자들은 적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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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주

    어머니가 도시가스 검침원이셔서 아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주말까지 나가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만큼의 대우도 못받으며 원래 검침료나오는 만큼도 회사에서 지급해주지 않으니 이렇게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만큼 받아야하는것은 정당한 대우인데 이것을 소리치고 싸우며 이겨내야한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부디 시장님은 이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