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때리기’…보수언론, 삼성의 공모자

‘반올림 언론보도 피해소송 판결의 의미’ 토론회

“단체(반올림) 존립을 위해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디지털데일리, 2015.9.6.)
“반올림이 삼성전자에 매년 순이익의 0.05%를 외부 사단법인에 기부하라고 요구했다”(디지털데일리, 2015.10.7.)
“명분 잃은 반올림…IS 끌어들이기 등 막장 집회 변질”(뉴데일리경제, 2016.4.12.)
“반올림, 노숙투쟁 ‘빈축’…‘매일밤 술 판에 쓰레기’”(뉴데일리경제, 2016.7.12.)


언론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반올림 때리기’에 몰두한 기사들이다. 법원은 지난 13일 ‘뉴데일리경제’를 두고 “허위의 악의적인 내용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7월엔 반올림을 비난 보도한 ‘디지털데일리’에 대한 손배 판결도 있었다.

잇따른 법원의 판결은 언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또한 기업의 ‘광고로 언론 길들이기’는 멈출 수 있을까. 법원 판결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토론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반올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추혜선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렸다.


법원 인정과 사회적 비용이란 한계

뉴데일리경제, 디지털데일리의 반올림 보도는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교섭 과정을 자체를 왜곡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012년 교섭을 시작했다. 삼성은 피해자 가족 소수에 국한에 보상을 진행하려 했고, 반올림은 보상 논의에 다른 피해자까지 포함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피해가족 6인이 따로 꾸린 ‘가족대책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조정위원회는 2015년 7월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반올림은 이를 수용했지만, 오히려 삼성이 공익법인에 의한 보상에 반대하며 조정 절차 중단,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반올림은 보상위원회 논의 중단과 삼성전자의 사과를 요구하며 20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농성 중이다.

일부 언론은 교섭 차질에 대한 탓을 모두 반올림으로 돌렸다. 뉴데일리경제는 “협상 최대 걸림돌은 ‘반올림’”, “공익법인 운영비에 원고의 활동비도 포함되므로, 원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익법인 설립을 주장한다”는 등의 보도를 했다. 동시에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삼성의 책임은 사라졌다.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재발방지대책은 합의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보상’, ‘사과’에 관해서는 논의가 보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법인 해냄 김성순 변호사는 “법원 또한 디지털데일리가 경위에 대한 설명 없이 수차례에 걸쳐 지나치게 경멸적인 표현으로 반올림을 비난하는 기사를 보도했고, 감시, 비판, 견제라는 정당한 언론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법원 판결로 반올림의 명예는 일부 회복했지만, 이미 수년간 반올림에 대한 왜곡 보도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법원 개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사가 통신사의 왜곡 보도를 그대로 인용 보도하는 일이 잦아 법원의 구제 수단 행사도 어렵다고 말한다.

일례로, 연합뉴스가 지난해 9월 유엔인권보고서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기사를 보도하고, 30여 개 언론사가 이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사실 보고서는 삼성전자를 칭찬하는 것이 아닌, 삼성전자와 정부 태도를 비판하는 취지였다.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던 바스쿠트 툰작 유엔 특별보고관이 직접 한국 언론의 오보를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언론만 다루는 ‘삼성’ 직업병

고 황유미 씨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후 2017년 11월 27일까지 국내 44개 언론사(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제외)에서 보도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기사(검색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는 389건이다. 이중 경향신문 105건, 한겨레신문 95건이었다. 반면, 매일경제,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등의 언론사는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생산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이를 두고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극히 일부 언론사에 편향됐고, 대다수 언론사가 침묵하는 데 최대 광고주인 삼성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적으로 활동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며 “반올림의 활동을 왜곡하지는 않더라도,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침묵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 교수는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성 기사만 생산하는 미디어 환경을 지적했다. 실제로 언론사(정기간행물 등록) 수는 2013년 8,770개에서 2015년 10,838개로 늘었다. 반면, 구독률은 2013년 20%에서 2015년 14%로 감소했지만, 결합열독률(신문 열독률+인터넷기사 이용률)은 2013년 76%에서 79%로 증가했다. 심 교수는 이를 두고 “인터넷상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중하는 언론사들이 광고주의 선의에 의존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광고 의존성에 따라 언론은 ‘받아쓰기’ 취재 관행이 굳어졌다”며 “광고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고, 언론인은 자율적인 윤리강력준수 및 교육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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