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이 만든 충남 인권조례, 한국당 의원들이 나서서 ‘폐기’ 추진

인권단체들, “보수 표몰이 위한 꼼수...좌시하지 않을 것”, 인권위도 반대표명

[출처: 비마이너]

충청남도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들이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 폐지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것이 '혐오 선동 세력 표몰이'를 위한 시도이며, 한국 사회 인권 수준의 심각한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1월 16일, 충남도의회에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아래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이 발의되었다. 도민들 간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이견으로 갈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발의 이유다. 폐지안을 발의한 충남도의원은 총 25명으로, 한국당 의원이 24명, 그리고 국민의당 의원이 1명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들은 25일 오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 발의에 앞장선 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들은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그 자체로 혐오를 선동하고 인권을 삭제하는 심각한 인권 후퇴"라며 "충남 인권조례가 폐기된다면 한국당은 정말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폐기하려는 인권조례가 2012년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통과된 법안이었던 점을 들며 "한국당은 자신들이 만든 법안을 직접 폐기하려는 것인가"라며 "원칙도 없이 보수 권력을 통해 기득권을 이어가기에만 급급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기독교단체들은 성적 지향과 성별 지향성 같은 것들이 '역차별'을 낳고 동성애를 주장한다'라며 인권조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혜영 충청남도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바로 이것이 한국당 도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기독교 표를 모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김 공동대표는 "현재 충남도의원은 총 40명이며, 이중 과반수가 넘는 27명이 한국당 소속"이라며 "본회의에서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역 시민단체들은 물론 전국 인권활동가들과도 힘을 합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제기한 인권조례 폐지안은 소수자의 인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반인권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자 그 자체로 폭력"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자 한다면 인권의 가치를 도민에게 교육하고 홍보할 일이지, 조례를 없애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한국당은 그동안 지역감정, 전쟁위기, 종북몰이, 경제위기를 내세우며 기득권을 유지해온 정당"이라며 "이제 한국당은 인권을 볼모로 잡았다.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를 없애려는 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조례는 2012년에 현재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한국당 윤리원칙 20조에는 '차별금지'의 예시에 성적지향도 포함되어 있다"라며 "그런데 한국당은 차별선동세력의 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만든 원칙도 박살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집행위원장은 "인권조례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지자체를 통해 구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라며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도민의 동의와 지지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조례는 한국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일침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폐지안 발의가 인권의 소중함이 이야기되고 진보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활동가는 "우리가 늘 누리는 공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미세먼지나 황사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라며 "인권 역시 이렇게 문제가 드러날 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권은 주춤한 적은 있지만 후퇴한 적이 없다. 우리 모두가 충남 인권조례안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갈 폐지 움직임을 반드시 막아 인권의 보편성 획득을 향한 발전을 지킬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 단체는 항의서한을 한국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충남도의회는 오늘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를 열고 폐지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위원장의 장인상으로 인해 회의를 29일로 연기한 상태이다. 본회의는 2월 2일 열릴 예정이다.

  25일 오전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 발의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출처: 비마이너]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역시 25일 긴급 성명을 내고 충남인권조례 폐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충남 인권조례로 인해 다양한 인권 관련 활동이 추진될 수 있었다"라며 "인권조례 폐지는 인권의 지역화에 역행해 지자체의 인권보호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여성, 장애인, 어린이, 노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권보장 체계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조례폐지안 제안이유 역시 "조례의 제정 목적과 가치, 조례폐지 주장의 합리성, 지역인권 보장체계 폐지로 상실되는 공익 등에 대한 구체적 근거나 검토 없이 반대 여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합리성과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며, 도민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례폐지안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지역주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인권조례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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