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후드 아래서 일하던 급식실 조리원, 폐암으로 사망

한 학교서 2년 새 4명 뇌출혈 등으로 쓰러져…학비노조 “경기도교육청, 안전 문제 해결 위한 특별교섭 나서야”

경기도 수원의 K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던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학교의 다른 조리실무사들도 뇌출혈로 쓰러지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입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밝혀져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K중학교 조리실무사들은 1년이 넘게 공조기와 후드가 고장난 상태에서 조리업무를 해왔고, 이 시기 유해공기를 장기간 흡입해 사망에 이르게 됐는데 경기도 교육청은 조문조차 오지 않는다”고 비판에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에 따르면 폐암으로 사망한 이은숙 조합원은 지난해 4월 보건증 발급 과정에서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임파선까지 전이돼 수술이 불가했고, 항암치료로 연명했지만 지난 4월 4일 끝내 사망했다.

  본문 내용과 상관 없음. [출처: 김한주 기자]

K중학교 급식실에선 지난 2016년부터 이 씨를 포함한 4명의 조리실무사들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 A조리실무사는 2016년 6월 튀김 작업 중 구토 증상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틀 후 B조리실무사도 조리 작업 중 걷지 못할 정도로 어지러워 병원에 갔고 7일간 입원했다. 지난해 5월엔 C조리실무사가 급식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재까지 치료 중인 C조리실무사는 뇌경색과 오른쪽 전신 마비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오늘 오전 경기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에 걸친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도 노동자들을 도구화했던 경기도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이 빚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급식실에서 공조기와 후드는 유해공기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마스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비로, 노조는 폐암발병 사실 확인 직후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해결을 요구했으나 경기도교육청은 이렇다 하게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오늘까지 수수방관 하고 있다”라며 “학교현장에서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심각한 화상사고가 발생해도 경기도교육청은 파악조차 하지 않았으며, 이제 와선 중대한 사고가 아니면 분기별로 산업재해 사고를 보고하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설업, 제조업보다 높은 산재발생률에도 산업안전 전문가 1명 없는 경기도교육청에 15,000명의 급식실 노동자들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는 경기도 교육청에 △고인의 죽음에 예를 다하고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에 나설 것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보위설치 의무를 당장 이행할 것 △노조참여를 보장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업체를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관할인 수원교육지원청이 후드, 공조기 등의 수리비를 지원하고 배기 보강도 마쳤다”고 밝혔다. 학비노조가 요구하는 산재처리 노력에 대해선 “산재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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