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청와대 농성 26일, 대통령 면담 기다린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투쟁결의대회서 장애등급제 폐지, 일자리 및 자립지원, 탈시설 요구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이 마로니에 공원에 모여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한 투쟁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장애인 정책 공약들이 예산 등을 이유로 공전하는 것을 비판하며 “임기 내 단계적 이행이라는 희망고문과 헛된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이 권리로서 보장되기 위한 정책과 예산을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2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3대 적폐(장애인수용시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7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420공투단은 정부가 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의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시키는 날로 기능한다고 보고, 이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기 위해 90여 개 단체들이 모인 공동투쟁기구다.

이들이 요구한 7가지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인 활동보조권리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교육권 보장 △장애인문화예술, 체육, 관광, 정보 접근 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 건강, 안전권 보장 △UN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준수 등이다.


박경석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3대 적폐 폐지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났더니 돈을 많이 달라고 해서 타 부처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했다. 노동부장관을 만나 중증 장애인 일자리를 이야기하니 미국 대통령이나 할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 번쩍 정신이 들었다. 미국 대통령도, 노동부장관도, 복지부장관도 할 일이 아닌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자기 공약을 지킬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3월 26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데 미국도 만나고 북한도 만나면서 가장 밑바닥에서 차별받은 국민 하나 못 만나는가?”라며 “문 대통령이 우릴 만나 약속대로 3대 적폐를 폐지하고, 대통령의 말대로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정부부터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동진 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대표는 “2016년 기준 정부 부처 장애인 고용 의무비율은 3%였지만 이를 지키는 정부부처가 하나도 없었다. 정부부처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정부가 민간기업에 지키라고 할 수 있나? 이것만 지켜도 공공부문 일자리 1만 개 충분히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강 공동대표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1박 2일 시설체험을 하는 전시행정을 할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에 고용된 장애인 수치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장애인의무고용률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의 경우 3.2%이며, 민간은 2.9%이다. 2019년부터는 이 비율이 각각 3.4%, 3.1%로 강화되지만 감독 강화부터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대 발언들도 이어졌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오늘 현장에 문재인 정권의 관료들이 안 보인다”라며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 철거 위협에 시달리는 노점상, 먹고 살기 위해 노동현장으로 간 노동자를 만나는 게 정부의 임무인데 정부는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의 정부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공동대표는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현장에 와서 아우성을 치는 목소리를 듣고, 상생을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촛불이 안되면 횃불을 들어서라도 우리 후손들에겐 새로운 세상, 사람다운 세상을 물려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1842일의 광화문 지하차도 농성은 끝났지만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월 13일까지 중증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앞에서 85일간 농성을 벌였다. 지난 4월 2일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당사자 209명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집단 삭발했다. 이들은 장애인활동지원과 자립생활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420공투단도 지난 3월 26일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6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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