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운동 30주년, “우리를 그 자리에 내버려둬!”

[기고] 6.13 정신 계승 노점상대회를 앞두고...차별철폐, 적폐청산, 노점생존권 보장하라

매년 노점상들은 6월이 되면 분주해진다. 6월 13일 개최하는 대회 때문이다. 이 대회의 시작은 1980년대로,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다. 당시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정권은 광주에서 학살로 얻은 피의 정권임을 무마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자주 개최했다. 국제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가난한 이들은 고달팠다. 거리는 외국인에게 보여 주기 위해 말끔히 정리돼야만 했고 ‘노점상들은 싹 쓸어버려야 할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단체의 초대 의장이었던 양연수 씨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군부독재 정권은 노점상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6월 16일부터는 서울지역의 손수레 보관소 등의 폐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강력한 노점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도시노점상연합회’로 결집한 노점상들은 6월 13일 서울의 성균관대학교 금잔디광장에서 약 3천여 명이 모여 ‘노점상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렇게 많은 노점상이 조직적으로 모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출처: 최인기]

집회를 마치고 5천여 명으로 늘어난 노점상들이 투쟁을 결의하며 시청으로 진출하였다. 노점상들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웠던 것이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사람들의 분노가 아스팔트 위를 뜨겁게 달고 왔다. 행진을 가로막는 전투경찰의 만행으로 모두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점상들은 분노했다. 6월 16일까지 멈추지 않고 밤을 새워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88년은 모든 곳에서 정권을 상대로 대규모 집회가 전개됐다. 이미 학생들은 투쟁의 선봉이었다. 노동자들은 87년 7월과 8월의 투쟁을 통해 계급적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농민들도 전국에서 들불처럼 이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시 빈민들이 정권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강력한 저항을 통해 군부독재 정권은 강경 노점단속 방침을 마침내 유보하고, 마차 보관소 폐쇄 계획을 보류했다. 마침내 정권이 백기를 든 것이다. 노점상들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을 통해 생애 최초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날 집회를 계기로 노점상의 생존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여론화되었다. 하나의 저항세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도시노점상연합회’로 조직된 노점상들은 6월 16일까지 계속된 이 투쟁을 통해 단결하면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치적 세례를 받은 노점상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 세력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당시 6.13 투쟁은 노점상의 6월 항쟁이었던 것이고, 6월이 되면 이를 매년 기리게 된 것이다.

[출처: 최인기]

이제 30년이 흘렀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된 지 1년이 흘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민주 노점상전국연합 최영찬 위원장은 지금의 정세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민주적 정권교체가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가난한 도시 빈민의 삶은 나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 내수시장을 늘림으로써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자는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임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면 공장이 돌고, 취업률도 활발해져 결국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논리지만 문재인 정권 1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도 그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의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겠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개악했다. 이제 최저임금 상승은커녕 물가상승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했으며, 여전히 구조조정과 높은 실업률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대회를 앞두고 6월 1일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은 많은 연대조직이 참여했다. 여성농민회총연합 김순애 회장은 “농민들은 대파한 단에 백원 이백원 밖에 안 해 이걸 팔지 못하고 갈아엎어 버렸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다시 밥쌀을 수입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정부도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고 전한다. 여전히 식량 주권을 포기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 농민이 가난해지면 도시 빈민도 덩달아 늘어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부양의무제 폐지’도 완화로 후퇴됐다.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까다로운 선정기준에 대한 개선도,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나 추가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인해 주거권, 생존권을 박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세입자 보호와 영세 가옥주의 주거생존권 대책 마련 없이 전면 철거 위주의 개발 사업이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떤가? 노점상 대회를 앞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장기적인 불황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래된 전통시장 상인들의 삶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개발이윤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위한 사업에 수많은 상인의 생존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30년 전과 마차 가지로 노점상 단속은 여전하다. 명백한 일자리의 박탈이다. 곧 생존권을 말살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약 1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용역 깡패를 매수하여 강제철거를 자행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이번 2018년 6.13 정신 계승 노점상대회는 지방선거로 6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대회’로 오후 1시부터 개최한다. 노점상은 이 대회를 통해 강제단속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용역 깡패 해체 및 경비업법 및 행정대집행법 등의 전면개정을 촉구할 것이다. 나아가 기만적인 ‘노점관리대책 중단과 노점감축’ 정책의 폐기를 대외적으로 외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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