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피해자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공동고발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셀프조사의 한계 나타나” 강제 조사 필요성 강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재판거래' 피해자들이 공동고소 및 고발에 나섰다.

[출처: 류하경 변호사 페이스북]

전교조,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열차승무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등 17개 단체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사법농단을 수사로 해결하라”며 검찰이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공동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14개 사건을 예시로 들며 ‘직권남용’과 ‘직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고발인 양승태 등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위 사건들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거나, 당시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도한 행위는 직권남용”이라며 “해당 사건 내용과 판결을 청와대와의 거래 목적물로 삼고서, 해당 재판의 진행경과,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재판부 및 담당 대법관의 심증, 선고시점과 같은 절차적 사항 등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직무상 비밀을 타인에 누설한 행위로 직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4개 사건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 쌍용자동차 경영상 해고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KTX 승무원 사건, 통합진보당 사건 등으로 피해 단체들에 심각한 피해를 준 굵직한 사건들이다.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양승태 대법원 체제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전략 추진’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었고 "그동안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로 소개돼 있다. 이밖에도 사법제도나 사법행정을 비판하는 모임의 동향을 파악해 견제 내지 압박하기 위한 대응방안까지 마련한 행위들 역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최근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결과 발표에 대해 “사안의 핵심 정점이라 할 양승태에 대하여는 조사거부를 이유로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아니하였고, 핵심적인 주관자인 민일영, 박병대, 고영한 등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서면조사에 그쳤다”라며 “애초 외부참여자 없는 법원의 셀프조사의 한계로 예정된 일이었고,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외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사건이 정치적 거래대상으로 전락하였음을 알게 된 고발인들은 분노와 참담함을 누를 길이 없다. 사법농단이 사법부의 근본적 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가와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류하경 변호사 페이스북]

기자회견 직후 법률가들은 대법원 앞 시국농성에 돌입했다. 법률가들은 시국농성에 들어가며 “이번 사태와 같이 법원이 제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정권에 부역한 적은 없다. 그래서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과거 법원의 그 어떤 과오들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가히 충격적이다”라며 “특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원이 거래한 재판들이 모두, 노동자·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장 마지막으로 법원에 기댄 사건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안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는 우리 법률가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법률가들이 행동함으로써 사회적 공론을 주도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이 사법농단 사태를 부각해야 한다”고 시국농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특별조사단은 당초 조사결과 보고서엔 인용하지 않았지만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된 문건 8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문건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맡기려 한 점, 상고법원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의 의중을 '최대한' 살피려 한 정황 등이 드러나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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