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청 봉쇄‧점거한 택시노동자 6명의 이야기

그들이 기와지붕에 오른 이유


택시 해고노동자 6명이 전주시청을 점거한 지 2일이 지났다. <참세상>은 점거 현장에서 그들이 왜 점거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봉쇄 현장…기본 생활 불가

노동자들은 출입문을 단단히 봉쇄하고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과 연결된 출입문 3개가 밧줄, 쇠파이프 지렛대로 잠겨 있다. 점거를 한 곳은 시청 4층 휴게실, 기와지붕 아래다. 기와지붕 아래는 밖이 트인 실외다. 농성 1일 차 밤, 노동자들이 수많은 모기로 고통받았다. 화장실도 없어 농성장 한 쪽에 30cm 정도의 간이화장실을 만들었다. 남는 현수막으로 가림막을 만들었다. 여성 노동자가 사용하기 특히 힘든 환경이다.

  간이화장실

식사는 경찰과 시청 청원경찰이 지속해서 방해하고 있다.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물품은 농성장으로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의 동료 노동자들이 경찰을 막은 채 밧줄로 음식과 물을 겨우 올리는 식이다. 8월 31일은 김밥, 9월 1일 점심은 주먹밥과 빵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휴지와 세면도구, 모기향 등 생필품은 1일 오후 4시가 돼서야 지상에서 건네받을 수 있다. 수도시설이 없고 물도 부족하기 때문에 목욕은 물론 세수하기도 힘들다. 지상의 동료 노동자들이 보내준 물티슈로만 간단한 위생을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점거를 하고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시청 앞 택시노동자 김재주가 25m 조명탑 위에서 1년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고, 전주시가 약속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서다. 점거 노동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김재주가 내려올 때까지 점거 또한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봉쇄된 출입문


“억울하니까 올라왔죠”

장문성 씨는 지난 5월 해고됐다. 제천에서 5년 동안 택시를 운전했다. 지난해 아산시가 택시 도급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았고, 장 씨는 회사를 고소했다. 그러자 회사가 장 씨를 해고한 것이다. 그는 당시 민주택시노동조합(현재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이었다. 그에 따르면 노조 간부가 회사와 도급제를 유지하는 합의를 했고, 전액관리제 싸움을 해야 했던 장 씨는 지난 2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액관리제는 법으로 지키는 것이고, 이를 위한 투쟁이 정당하기 때문이었다.

“택시노동자도 정당한 보수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벌이는 전액관리제 투쟁이 맞는 길입니다. 저는 민주노조와 함께 죽을 각오로 싸울 것입니다.” (장문성 해고노동자)

정지순 씨와 안승혁 씨는 지난 2월 10일 해고됐다. 10년을 넘게 운전해 오던 택시였다. 이들이 몸담았던 제천의 택시회사는 3년 전 분사를 추진했고, 쪼개진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개월 촉탁 계약을 강요했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동시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에 가입해 복직 투쟁을 진행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에 고용승계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지만, 사법부는 사용자 승소를 내렸다. 억울했다. 그들이 기댈 곳은 지부밖에 없었다.

“억울하니까 이곳에 올라온 거죠. 점거할 수밖에 없었어요. 김재주 동지도 저 위에서 혼자 외롭게 싸우고 있잖아요. 정말 내려오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 요구는 너무 당연합니다. ‘있는 법 지켜 달라.’ 그뿐입니다.” (정지순 해고노동자)

“해고되고 실업급여로 힘겹게 생계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제 삶도 이후 어떻게 될지 막막하지만, 택시 전액관리제는 모든 노동자와 시민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전주시는 다른 지역이 사납금을 유지하는데 왜 우리만 하느냐고 해요. 전주시가 선례를 남기면 전액관리제는 전국으로 퍼질 것입니다.” (안승혁 해고노동자)

송민섭 대성교통분회장은 현재 대성교통의 민주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회사는 민주노조 분회장과 사무장을 부당 징계, 민주노조 조합원만 골라 배차 분리했다. 하루차를 운전하던 노동자를 교대차로, 교대차를 운전하던 노동자를 하루차로 바꿨다. 노동자 생활 리듬을 깨뜨리려는 회사의 괴롭힘이었다. 심지어 회사는 노조 조합비를 횡령하기도 했다. 회사가 노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건만 4건이다.

“택시노동자에게 생활 리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고가 자주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만 사고가 1년에 400건 가까이 납니다. 전액관리제를 한다면 사납금을 채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납니다.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기 마련이죠. 이렇게 정당한 투쟁을 전주시가 왜 시행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이곳을 점거했습니다. 제대로 관철할 것입니다.”(송민섭 대성교통분회장)

최낙현 씨는 지난해 4월 해고됐다. 사유는 교통규칙 위반이었지만, 민주노조 탄압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최 씨의 회사에 교통규칙을 위반한 기사가 적지 않았는데, 민주노조 조합원만 해고됐기 때문이다. 최 씨의 해고도 민주노조 가입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15년간 자영업을 하다가 생계유지로 택시를 시작했어요. 사납금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전액관리제가 정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납금 채우려다 보니 사람들이 신호위반하고 과속하는 거죠. 그래서 전액관리제를 주장하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민주노조와 함께 싸워 이길 것입니다.”(최낙현 해고노동자)

해고된 택시노동자들은 김승수 시장이 약속을 지켜 김재주 씨가 내려올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희망버스를 떠나보낸 이들은 오늘도 봉쇄한 문을 다시 점거한다.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

  최낙현 조합원

  장문성 조합원

  안승혁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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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귀한

    최낙현동지는 세종시 행복택시에서 민주노조를 세우겠다고 공공운수 분회설립을 하자 1주일만에 5개월여전의 사고를 이유로 상벌위에 회부됐고 유례없이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까지 인정받았지만 돈이 없다는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비싼 법무법인까지 써가며 법원으로 끌고 갔습니다. 돈없는 노동자 지쳐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