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법과 이상한 공정성 논란

[워커스] 세상평판

지난 8월 30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새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교사들은 빠르고도 확실하게 반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사 입장의 지명 철회 요구글이 등록되고 여기에 2만 명의 서명이 모이는 데는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교사들의 반대를 이렇게 순식간에 불러낸 버튼은 유 후보의 2년 전 교육공무직법안 발의 전력이었다. 이 꼬리표가 장관 자질 부족으로 판결되는 논리는 유 후보가 “쉽게 들어와 적당히 편한 일을 하”는 학교 비정규직들을 챙기며 “피땀 흘려 정규직”이 된 교사들을 역차별했다는 청원 문구들에 잘 드러나 있다.

2016년 11월 유 후보가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직 법안은 학교 비정규직의 대명사인 교육공무직을 정식 직제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조리원,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종들은 이미 교육공무직으로 불리고는 있으나 지방교육청이나 학교마다 처우가 달라 일자리의 책임전가와 하향경쟁에 내몰리고 있었다. 직제가 도입돼야 그 근거로 이런저런 전국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기에 당시 법안은 교원·공무원 외 학교 직종들로 교육공무직제를 신설하고 그 세부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내용 정도만 담고 있었다. 다만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과 국가·지자체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앞으로의 처우 논의 과정에 전례 없는 기대를 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화근이 됐다.

[출처: 김용욱]

교육공무직법 반대에 앞장선 현직과 예비 교사들은 이 법이 비정규직 문제에 앞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 문제라고 주장했다. 입직시험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 국가가 직제와 고용안정을 허용한다는 발상이 교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공정하지가 않다고 했다. 결국 법안 발의는 일주일 만에 철회됐다.

이번 지명 철회 청원이 2년 전 일의 연장전임을 감지한 유 후보도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재발의는 없을 것”이라고 딱 잘랐다. 교육공무직의 처우가 이미 개선되고 있어 입법 필요가 없어졌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 추진 실상은 둘째치더라도 교육공무직에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2년 전 본인의 주장과도 어긋난 발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인사청문회의 결과는 점치기 어렵지만 새 교육부 장관 자리를 놓고 첫 공방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는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교육공무직의 고용이 불안정해야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교사들. 그리고 그들을 달래기 위해 교육공무직의 고용안정이 더는 필요 없다고 답한 장관 후보. 정작 교육공무직 당사자들은 존재감이 없는 공방이다.

교육공무직 일자리 문제를 두고 당사자가 아닌 교사의 발언권이 이렇게 큰 건 어찌 된 일일까? 비정규직이 학교 전체 종사자의 40%를 넘으니 머릿수에 밀린 건 아니다. 학교 일자리에 관해 발언할 대표 자격은 임용시험을 거친 자신들에게 있다는, 나아가 자신들이 한국 사회의 공정성도 대변한다는 일부 교사의 믿음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이 단순한 믿음의 구조가 비정규직이 늘상 겪는 고용불안보다 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중요하다는 이상한 공정성 논란을 만들어냈다.

이 논란을 좋아하는 자들은 공정함의 추구를 기득권의 욕심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의 안정성으로 따지면 교사가 ‘가진 자’가 아니라 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그 안정성은 국가가 사용자로서 교원의 신분, 인건비, 정년, 근속인정 등을 보장하도록 한 법제도에 근거한다. 그리고 교육공무직법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그 혜택을 자신들이 시험으로 따냈다고 여긴다. 그 때문에 교육공무직의 고용이나 인건비가 개별 학교 회계로 임시적이고 부수적으로 처리되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간 개선될 순 있어도 상대적으로는 공정하다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교육공무직들은 지금의 직제 없는 무기계약직 처우에 만족하라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입법이 되더라도 쉽게 들어온 기존의 교육공무직들은 전부 해고해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무서울 정도의 시험 절대주의다.

이런 상황에서 2년 전 교육공무직법은 발의 배경과 내용 모두 곡해되고 공격받았다. 가장 문제가 된 부칙 2조4항은 유 후보가 사서교사, 영양교사 등 교사의 동일·유사 업무에 대해 비정규직이 사용된 일자리를 교사 일자리로 바꾸어 임용한다는 것이지 기존 비정규직을 교사로 특채한다는 것이 아님을 설명하고 끝내는 조항 삭제를 약속했음에도 오해와 반발은 줄지 않았다. 결국 2년 전 ‘오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유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교육공무직법안이 “기간제 교사에게 정규직 정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법안”이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유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다가 기득권의 시험 절대주의에 부딪혀 고배를 마신 개혁가 인가? 교육공무직의 처우가 개선돼 입법이 필요없어 졌다는 그의 최근 발언을 곱씹는다면 더 이상 그렇게만 평할 수는 없다. 그 발언의 밑바닥에는 법안 폐기 이후 교육공무직 노조들의 재발의 촉구, 기존 법안에 못 미치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 발표와 그마저도 10% 수준이던 교육부의 전환 심의 결정으로 이어진 상황들을 통째로 없는 셈 치겠다는 결단이 깔려 있다. 이 결단은 불공정하다는 오명만 떨칠 수만 있다면 지난 2년간 교육공무직들의 좌절과 투쟁은 모른 척하겠다는 정치인 유은혜의 결단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모른 척’은 정세가 풀렸을 뿐 본인의 소신은 버린 적이 없는 개혁적 정치인의 이미지를 다듬어내고 있다.

야당의 본능적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명 철회 청원에서 기회를 엿본 자유한국당은 유은혜 낙마에 정조준하겠다며 연일 으름장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공약이 흐지부지되는 가운데 이제는 ‘공정사회’ 논란이 승부처라는 것을 정규직도, 정부여당도, 야당도 모두 알고 있는 낌새다. 지금 이들은 교육공무직의 일자리를 두고 각자의 ‘공정성 역할극’을 하고 있다. 이 공정성 논란, 계속돼도 괜찮을까? 이상한 연극이고 사회적 낭비다.[워커스 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