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입니까?

[워커스 이어말하기]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조차 부정하는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 반려 철회해야

몇 년 전 내가 학교에 근무할 때 일이다. 나는 담임에, 주 22시간 수업, 그리고 도서관 업무까지 맡게 됐다. 폭탄 업무를 떠안게 된 것이다. 동료 교사들에게 ‘이건 좀 너무한 게 아니냐’며 불평했더니 다음 날 교감에게 불려갔다. 교감은 “22시간 수업하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말했다. 22시간 수업을 할 기간제교사를 다시 채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간제교사가 이런 일을 겪는다. 부당한 지시에 항의했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하고, 해고를 당하지 않으면 근무하는 내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억울해도 참고, 부당해도 참고, 과로도 참아가며 이를 악물고 일한다.

올해 1월 기간제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과 더 이상 부당한 차별을 참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권리선언이었다. 특히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 기간제교사를 배제해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것을 보고 우리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간제교사노조가 도입된 지 20년 만에 큰 용기를 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9일 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반려 이유는 위원장이 학교에 근무하지 않고, ‘계약의 종료 또는 해고되어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어 현직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하는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A: 저는 작년에 아기를 낳아 육아 때문에 학교 근무를 쉬고 있어요.
B: 지난 1학기로 계약이 만료됐고, 2학기에 근무할 학교를 구하고 있습니다.
C: 지난 5월부터 근무했는데 7월 방학식 전날까지만 계약됐습니다. 방학은 쉬고 2학기에 다시 계약하기로 했어요. 겨울 방학도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이죠.
D: 1년 계약했는데 정규 교사가 조기 복직을 하기로 해서 2학기 근무를 못 하게 됐어요.

[출처: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 사례처럼 기간제교사의 노동은 외줄타기처럼 불안정하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찾아 이 학교 저 학교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본다. 출산 휴가나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다보니 출산, 육아 문제가 생기면 일을 쉬어야 한다. 방학 기간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 때문에 방학과 동시에 실직자가 된다. 정규 교사가 조기 복직하면 하루아침에 학교를 나가야 한다.

이렇듯 재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조건은 도외시하고 기간제교사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매우 부당한 기계적 조치이다. 민주노총 및 진보정당,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 반려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지난 9월 4일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교원노조법 개정을 요구하며 “산별노조에 해당하는 교원노조는 해직 중인 교원이나 실업 및 임용을 반복하는 기간제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전교조와 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신고반려 문제를 조사하고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교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정부의 이중잣대도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두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자 인사혁신처는 기간제교사를 ‘교육공무원법’에 규정된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교원’이 아니라던 기간제교사가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니 ‘교원노조법’을 적용해 기간제교사의 노동기본권을 묵살하고 있다.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차별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땐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큰 용기를 내야 한다. 온갖 탄압과 고용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일어난 기간제교사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차별 개선을 가로막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기간제교사노조 투쟁에 지지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대를 막겠다며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전심사제도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비정규직 사용을 정당화하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미 기간제교사가 사용이 불가피한 비정규직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간제교사를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교사노조가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정규직 전환 제로’ 정책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배제하고서 차별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그 또한 말뿐이다.

단적으로 최근 대법원에서 기간제교사의 1급 정교사 자격증 발급 거부가 차별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교육부는 그간 차별을 당한 기간제교사들에게 사과하고 하루빨리 1급 정교사 자격을 위한 연수 계획을 내놔야 하지만 예산을 운운하며 깜깜무소식이다. 무엇하나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지 않고서 개선되는 것은 없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철폐를 위해 할 일이 많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바로 우리가 더 잘 싸울 수 있게 도와주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헌법에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 아닌가? 노동사회단체들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지지, 연대 활동과 더불어 기간제교사노조의 노조설립 신고 반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지지와 연대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 노동조합을 디딤돌 삼아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위해 기간제교사들도 더 열심히 싸울 것이다. 또한 기간제교사뿐 아니라 공무원,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 [워커스 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