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하청 인생, 우리 힘으로 바꿔낼 것

[연속기고] 충북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존중’시대③ 모비스 하청노동자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현대모비스충주지회)

[기획자 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산화해 간 이용석 열사의 뜻을 잇고자 매년 10월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비정규직철폐 투쟁 주간 동안 충북비정규운동본부가 주목하는 것은 간접고용 문제입니다. 고용형태가 만들어내는 차별은 심각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차별을 당연하게 간주합니다.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해도, 꼭 필요한 일임에도 낮은 가치의 일로 취급합니다. 사용자가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심지어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일은 저임금`비정규직인 게 당연한 듯이 인식되는 현실입니다. 이를 바꿔내기 위한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포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 산별노동조합들도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와 차별해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추진 과정을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간접고용이 유지되는 자회사가 거론되고, 차별을 없앤다면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업무 대부분을 저임금에 묶어 두려 합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이런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병원, 민원 콜 센터, 쓰레기 수거운반,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상황실 등 공공부문 간접고용노동자들과 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녀들이 말하는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어떤 것일까요?


[출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주야 맞교대, 종일 서서 일하는 현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는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들어가는 조향장치 등 친환경 부품을 만든다. 노동시간은 일부 상시주간을 하는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간과 야간 모두 기본 8시간에 잔업 2시간으로 총 10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일하는 방식은 주로 단순 조립업무이고 일부는 눈으로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공정(목시검사)이 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10시간 주야간 교대근무라서 야간노동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다. 작업을 할 때는 10kg이 넘는 완제품을 사람이 직접 들어서 옮겨야 하는데 하루에 수십, 수백 개를 옮겨야 한다. 일이 끝나면 온 몸이 뻐근하다.

모비스 노동자들은 작업할 때 필요한 소모품을 받는 데까지 한참이 걸린다. 업체 관리자에게 요구하면 원청 모비스에게 결재를 받아야 소모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모비스와 하청 업체 간에 떠넘기기로 노동자들만 힘들 때가 많다.

“원청은 우리를 기계로 보는 것 같아”

모비스 관리자들은 늘 현장에 내려와서 생산과 일상을 간섭한다. 하다못해 쓰레기를 버리는 것까지 사소한 것들에도 개입과 간섭이 끊이지 않는다. 모비스 개입과 간섭이 많을수록 노동자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생산기계에 문제가 생겨서 작업시간이 펑크가 났다. 그 정도 되면 모비스가 알게 되고 기본적으로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계를 수리하고 생산을 다시 시작하는데 제품 받침대 고정핀이 약해서 부러졌다. 그 고정핀이 제품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고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그게 부러져서 갈고 있는데 모비스 과장이 와서는 기계 수리로 생산량이 펑크가 났는데도 “그냥 작업을 하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노동자들이 기계도 아닌데 무슨 일이 있어도 중단 없이 생산품이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붙이곤 한다. 이럴 땐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곤혹스러운 일 하나 더. 모비스 임원이 현장을 방문하면 난리가 난다. 예전 군대에 있을 때 사단장이 방문할 때 대청소하고 난리를 쳤는데 모비스 현장이 똑같다. 모비스 VIP가 방문하면 대청소는 물론이고, 완제품 파레트도 새 것으로 가져다 놔야 한다. 바닥에 붙은 테이프도 모조리 떼었다가 다시 붙이는 등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이걸 모두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

현장관리자들의 일상적인 감시도 심하다. 감시는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노동자들은 감시와 통제만큼은 없애고 싶다고 말한다.

[출처: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간접고용 노동자, 알고 들어왔지만 서럽다

노동자들은 모두 사내협력사, 즉 간접고용이라는 걸 알고 들어왔다. 하지만 차별을 경험할 때마다 ‘나는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걸 실감한다. 그럴 때면 설러움이 몰려온다.

우리가 더 힘들게 일하는데도 임금과 성과급이 원청노동자들과 차이가 난다. 업무 내용과 휴가도 다르다. 심지어 모비스 원청노동자들은 티타임처럼 간식타임도 따로 있는데 우리는 없다. 모비스는 주간만 근무하지만 우리는 교대근무다. 모비스는 책상에 앉아서 숫자만 보고 일하면서 숫자가 안 맞으면 협력사직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만 하는데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내용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모비스 원청과 업체 간 업무합의가 되지 않아 애꿎은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야할 때도 있다. 그 뿐인가. 최근까지 협력사노동자들은 주차장사용 우선권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대회의실에서 모비스 회의가 있었는데 관리자들이 ‘협력사 직원들은 대회의실 앞으로 다니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 하대를 하거나 욕을 하는 사례, 협력사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 등 ‘내가 간접고용노동자구나’라고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1년 마다 쓰는 근로계약서, 우리는 모비스 노동자인가 아닌가?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를 다시 쓴다. 시급을 빈 공간으로 두고 나중에 소장이 와서 시급 얼마를 적으라고 한다. 보통은 당연히 최저시급을 적게 된다. 그런데 자기 시급을 다른 이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며, 월급명세표도 돌려보지 말라고 지시한다.

간접고용이라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차별을 한다. 실질적으로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돈을 벌어주는 것인데 그에 반해 대우는 형편없다. 어디 가서 직장 이름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현대모비스에 다닌다고 할 수도 없고, 미산정공(협력사)에 다닌다고 하기도 좀 그렇다. 그냥 모비스 안에 있는 협력사에 다닌다고 하면 모비스 다니는 줄 안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의 사용자는 각 업체의 사장도 아니고, 현대모비스 공장장도 아니다.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노동존중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

최저임금이 올라도 변하는 건 없다. 아직도 노동자들은 작년 최저임금으로 시급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노조를 설립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니 임금인상은 교섭의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다. 1년 벌어서 1년 먹고 산다. 그달 벌어서 그달 먹고 산다. 하루살이 인생이 바로 우리다. 한 달 쓴 것을 갚기 위해 한 달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임금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동강도가 좀 줄었으면 좋겠다. 노동강도가 완화되면 생활의 여유와 시간 여유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 강도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건설한 지 3개월이 조금 넘었다. 현장의 노동조건을 노동자 스스로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정신없이 지나온 3개월이지만 조금씩 노동조합을 알아가고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재인정권이 노동존중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존중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쟁취해야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간접고용노동자의 현실을 우리 스스로 바꿔낼 때 바로 노동존중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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