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채용성차별 은폐 의혹…“정부 미온 대응이 한몫”

채용성차별공동행동,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규탄

성차별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과 한화 금융계열사들이 최근 채용 관련 자료를 폐기해 여성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탓에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갔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이뤄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31일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채용 성차별 은폐 의혹을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기업들이 단계별 채용 성비를 공개할 것과, 정부에 채용 성차별을 근절할 제도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삼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생성명,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채용 성차별 의심 사업장이 채용 관련 서류를 모두 폐기하며 법률과 공권력을 공공연하게 비웃었다”라며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채용서류 보존 의무 위반이다. 또한 성차별이 드러나면 형사처벌 대상이어서 고의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기업의 채용 성차별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 공동행동의 ‘채용 성차별 전수조사와 엄정한 법 집행’ 요구에 ‘금융기관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거절했고, 금융위원회는 성차별 항목이 없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기업 비리를 점검했다. 이렇듯 정부가 미온적인 사이 업계 1위인 삼성과 한화가 자료 폐기라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노동부는 채용 관련 자료를 폐기한 기업들에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공동대표는 이를 두고 “영업이익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에 벌금 300만 원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며 “이는 노동부가 기업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기업과 정부가 여성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서지영 활동가는 “지난 7월 일자리위원회가 밝힌 채용 성차별 방지 대책은 ‘채용 단계별 합격자 성비’가 아닌 ‘최종 합격자 성비’만 제시하도록 한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현재 과태료 처분으로 끝난 기업의 범죄행위만 봐도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최미진 대표 또한 “법률에 제시된 여성의 권리 보장을 집행하는 건 행정부의 몫”이라며 “정부는 지금 문제에선 기업들을 상대로 채용 성차별 전수조사를 해야 하고, 노동위원회에 채용 성차별 시정제도 설립, 기업의 여성과 상설 등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30일 기업 다수에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면접 질문은 직무 중심으로 구성 △연애, 결혼 출산은 묻지 않을 것 △성별, 나이, 신체조건 제한자격을 두지 않을 것 △면접 과정에서 반말 사용 금지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끝으로 공동행동은 ‘채용 성차별 신고/제보 센터’ 운영을 통해 성차별 기업을 고발, 정부 대응에 대한 감시와 요구를 더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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