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난민 엑소더스, 美 진입 투표 예정

빈곤과 폭력, 기후변화에 쫓겨...최다 난민 출신 3국, “미국이 황폐화”

빈곤과 폭력에 쫓긴 사람들의 이야기...“이것은 대탈출”

“올해엔 비가 오지 않았어요. 작년에도 가물었죠.” 온두라스 선주민 초르티 마야 부족 카난 씨가 체념한 듯 말했다. 그는 가뭄과 흉작이 몇 해를 되풀이하면서 농사를 포기했다. “옥수수 밭에선 잡초도 자라지 않으니까요.”

중앙아메리카 ‘엑소더스(대탈출)’ 또는 ‘난민 이민자 캐러밴(이동식주택, 행렬)’에 떠난 이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저 밑바닥에는 빈곤과 폭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난 씨는 10월 초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아내와 세 아이는 고향에 남았다. 각각 열하나, 열넷, 열여섯 살 아이들은 한창 공부할 나이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는 못하고 있다. “전에는 달랐죠. 단비가 내리고 농작물은 자라났어요. 떠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65세의 아렐리 오렐라나 씨는 두 손자와 함께 걷고 있다. 그의 계획은 단순하다. 띨아이가 있는 미국 휴스턴으로 계속 걷는 것뿐이다. “아이들 아빠가 살해됐어요. 더는 건사할 수가 없었죠. 일자리가 있어야지.” 오렐라나 씨가 어깨에 멘 유일한 가방에는 옷가지 몇 벌만 들었을 뿐이다. 손바닥에는 딸의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다. 그의 딸은 3년 전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었다.

미리암 카라안사 씨는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빗기며 사연을 들려주었다. 모두처럼 저임금과 불안한 일자리, 치솟는 물가와 만연한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버텼다. 하지만 지역 갱단이 소위 전쟁세를 내라고 하면서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공사장을 전전하는 남편 한 달 월급을 훨씬 웃도는 액수였다. “돈을 내지 않으면 딸애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온두라스는 이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34세의 루스 아비가일 씨는 갓난아이를 매고 길을 떠났다. “아이가 ‘엄마, 배고파’ 할 때면 너무 괴로워요. 돈이 없어요. 주스 한 병이나 살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걷던 헤르손 마르티네스 씨는 지역 갱단으로부터 집에 무기를 보관하라는 협박을 받아왔었다. “내가 그런다면, 아이도 갱이 돼야 할 테니까요.”

부모 없이 홀로 걷는 아이들도 있다. 12세의 마리오 다비드 군은 집이 너무도 가난했다. “쥐꼬리만 한 돈도 갱단이 뜯어 갔어요.” 마리오는 미국에 가면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길 바란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을 거예요.”

17세의 한 소녀도 불안한 미래에 온두라스를 탈출했다.“우리가 해낼지 아니면 돌아가게 될지 몰르겠어요. 하지만 어쩌면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출발한 거죠.” 최근 <가디언>이 현지를 연속 보도하며 전한 난민들의 이야기이다.

중앙아메리카 엑소더스 난민 행렬이 멕시코시티에 차례로 도착하고 있다. 이 곳은 미국 텍사스주 최남단 멕알랜 국경에서 약 1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비지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난민들은 여기에서 우선 미국 국경 진입을 앞두고 투표를 할 예정이다. 어떤 루트를 택할 것인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 등이 논의될 계획이다. 미국 정부와의 대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난민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투표는 8일(현지시각)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멕시코연방인권위원회(CDHFF)에 따르면, 현재 6천여 명이 멕시코시티에, 다른 4천여 명이 멕시코 남부에서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난민 행렬은 지난 달 12일 온두라스에서 200여 명이 미국으로 떠나며 시작됐다.* 난민 행렬이 시작되자 SNS와 지역방송을 통해 소식이 퍼져 나갔다. 그 사이 대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장 많을 때는 1만2천 명을 넘었다. 첫 번째 난민 행렬에 고무돼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에서 다른 3개의 대열이 새로 생겨났다. 이들은 주로 걷거나 히치하이킹을 하며 이동하고 있다. 유모차를 끌거나 휠체어를 타고 가는 난민도 있었다. 냇가를 건너기도 수영을 하거나 작은 뗏목을 만들어 이동하기도 했다. 온두라스에서 출발했을 경우 미국 멕알랜 국경을 목적지로 해도 최소 3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다. 멕시코 시티에 도착한 온두라스 출신 난민들은 지난 20여 일 간 맨몸으로 하루에 40-8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했다.

장시간의 행진에 난민들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배긴 지 오래다. 30도가 넘는 덥고 습한 날씨에 물집과 탈수증으로 힘들어 하는 이가 많다. 이미 고향에서 다친 몸을 이끌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깨나 다리에 총상, 머리 흉터 등 빈곤과 폭력이 몸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기도 했다.

[출처: DemocracyNow!]

[출처: https://es.wikipedia.org/wiki/Viacrucis_del_Migrante]

이런 난민들의 고통을 많은 멕시코 주민들은 모른 채 하지 않았다. 난민 행렬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빵이나 아이스크림, 식수, 신발이나 옷가지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콩과 쌀, 옥수수빵 200개를 지원한 한 멕시코 주민은 “아무것도 없는 이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멕시코 시정부가 음식과 음료,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CDHFF는 멕시코 적십자와 유엔인권위원회와 함께 이 엑소더스 행렬에 음식과 쉼터, 안전과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이나 주정부로부터의 지원은 없었다.

지난 4월에도 1,500명 규모의 난민 행렬이 있었다. 이처럼 난민들이 대규모로 떠나는 경우가 몇 해 전부터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멕시코를 통과하는 동안 서로를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만나기보단 어디선가 사라지는 난민들이 많은 탓이다. 살인, 강간과 도적, 납치가 들끓는다. 이번에도 2일 밤 무장남성들이 멕시코 푸에블라를 통과하던 난민 여성과 아이들이 탄 차량 2대를 탈취했다.

[출처: 중남미 뉴스통신 텔레수르]
빈곤과 폭력, 기후변화...최다 출신 3국, 미국이 황폐화

난민들은 중앙아메리카에서 극도로 심각한 폭력과 불평등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대부분은 멕시코와 미국으로 가기 위해 이 위험한 행진을 하고 있다.

현재 온두라스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인구의 70%가 빈곤하다. 세계적인 살인율로도 악명이 높다. 폭력과 마약거래는 2009년 쿠데타 뒤 더 심각해졌다. 온두라스 군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축출했다. 지난해 선거가 치러졌지만 논란이 많았고 분쟁은 더욱 심각해졌다. 쿠데타 1년 뒤 49만 명이 온두라스를 등졌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60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엘살바도르도 가장 높은 살인율을 가진 나라 중 하나이다. 100명 중 1명이 갱단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이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온두라스,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는 미국이 1980년대 내전에 개입한 곳이다. 미국의 진보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최근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에 “난민 행렬이 미국이 만든 비참과 공포로부터 도주”라며 “이 세 나라는 미국의 가혹한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 레이건의 테러와의 전쟁이 이 세 나라를 황폐화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미국은 온두라스에서 2009년 군부가 후원한 쿠데타로 집권한 정부를 재빨리 인정하고 비호했다.

폭력과 빈곤 외에도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농부들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공포 선동하며 중간선거 유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치러진 중간선거를 위해 이 난민들을 이용했다. ‘국가적 비상 사태’라거나 ‘침공’, ‘테러리스트’ 등의 용어를 써가며 거의 매일 공포를 조장하면서 득표를 노렸다. “범죄 집단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을, 법을 수호하는 미국인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공화당을 찍으라”는 식의 말이었다. 난민 혐오 발언과 함께 병력 5,200명도 국경에 배치했다. 군대가 난민에게 발포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병력은 모두 15,000명을 파병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불법 입국’을 중앙아메리카 각국 정부가 막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금을 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원조를 줄이면 더 많은 난민들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 지원금은 각국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뿐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트럼프는 또 트위터를 통해 난민 행렬에 “범죄자와 중동인이 섞여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난민들과 동행하는 언론인들은 아무도 트럼프의 말을 믿지 않는다.

각국 미대사관이나 정부들도 애써 트럼프 편에서 난민들을 협박했다. 과테말라 미대사관은 페이스북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여러분이 미국에 들어온다면, 수감되고 추방될 것이다.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 이민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17일 비행기 두 대 분의 연방군을 국경 도시인 타파툴라로 보냈었다. 일부는 특수부대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입국해 체포된 사람은 온두라스 출신 47,900명, 엘살바도르 50,011명, 과테말라 66,807명 등 모두 165,000명으로 나타났다. 불법 입국으로 체포된 사람은 올해에만 396,579명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이 수는 크게 줄은 것이다. 2000년에 16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국경에서 불법 입국을 문제로 체포됐었다.

“우리는 중단할 수 없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경찰은 난민들을 자유롭게 통과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과테말라는 원래 온두라스에서 난민 입국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난민들이 경찰에 굴하지 않기로 고수하며 국경을 넘었다.

온두라스 출신의 호세 루이스 카르메라 활동가는 “과테말라 국경은 폐쇄됐었지만 우리는 평화롭게 열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장애물을 넘을 것이다. 우리는 한걸음 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단할 수 없다. 이것은 대탈출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난민들은 되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살해 위협이나 갱단에 의한 강제 모집, 빈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세의 다윈 라모스 씨도 “나는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은 나를 죽일 것이다. 왜 우리보고 테러리스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에는 아이와 임신한 여성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뿐”이라고 호소했다.


* 난민 행렬은 마르톨로 푸엔테스 전 의원이 10월 12일 온두라스 북서쪽에 위치한 산페드로 술라에서 지역 언론에 이들과 함께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푸엔테스 씨는 행진 도중 온라인 중상모략을 이유로 과테말라 당국에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