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배제하고 특별감독 5일째 강행하는 노동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부 대전청, 권한도 없고 책임도 안 지는 식물지청…더 이상 실랑이 의미 없어”

[출처: 김한주 기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의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이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반대에도 5일째 강행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실시된 태안화력발전소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부실했다는 것을 근거로 이번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에는 상급단체 및 시민대책위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노동조합 상급단체 참여는 어렵다”라고 참여를 막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21일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는 전면 작업 중지를 실시하고, 특별산업안전보건감독에 시민대책위와 유족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 19일, 20일 고용노동부 대전청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 1-8호기의 중단과 특별산업안전보건감독의 시민대책위 참여를 요구했다. 노동부 대전청은 ‘보령지청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권한을 두고 핑퐁게임을 이어가다가 결국 1-8호기의 작업 중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1일 노동부도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 사고조사 및 진행상황’을 발표하며 “특별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처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의 일환이므로, 피의 사실과 관계돼 사업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참여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대표 및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감독 과정에 참여하므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1-8호기 작업 중지와 관련해서도 △사고가 발생한 9-10호기와 1-8호기는 구조 및 형태가 상이 △전면작업 중지 시 옥내저장탄의 자연발화로 인해 화재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시민대책위는 “(대전청장은) 19일 면담에서는 ‘컨베이어를 통해 석탄을 공급하는 형태는 동일’하다면서도 시정 지시 사항을 잘만 이행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 등 입장을 오락가락하고 있다”라며 “또 다른 김용균이 있어야 작업 중지를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식물지청 대전청을 규탄한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대전청과 보령지청, 이를 엄호하는 노동부와의 실랑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 언론팀장을 맡고 있는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지난해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해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부실 조사로 끝이 났다”며 “작업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라는 결과만을 낸 채, 작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원청과 하청이 약 1억 원의 과태료를 냈는데,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성토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불법파견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원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한 증거들을 수집해 알리는 중이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에 공문을 보내 석탄취급설비 낙탄 처리를 일일보고 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 고 김용균 씨와 동료들의 휴대폰에선 한국서부발전의 업무 지시 메시지가 대거 발견되고 있다. 소화전 밸브가 안 닫히니 조치할 것, 낙탄이 떨어진 안쪽까지 청소할 것, 컨베이어 벨트 주위 낙탄을 즉각 처리할 것 등이 업무 지시 내용이다.

  한국서부발전(원청) 소속 관계자가 한국발전기술(하청) 소속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직접 내리고 있다. [출처: 시민대책위]

  한국서부발전(원청) 소속 관계자가 한국발전기술(하청) 소속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직접 내리고 있다. [출처: 시민대책위]

22일 오후 5시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선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가 열린다. 제주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가 추모 발언을 맡았고, 청년 하청 노동자, 산재 피해자 등이 현장 발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집회 후 청와대로 행진한다. 시민대책위원회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듣겠다는 것이다.

시민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배상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현장시설 개선 및 안전설비 완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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