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문제는 민주주의 아닌 석유

CELAG 보고서, 미국이 경제위기 야기…5년간 390조원 피해

미국이 연일 베네수엘라를 흔들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쿠데타 세력을 지원한다. 그러나 문제는 ‘석유’와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정부 인사도 이 문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은 최근 미국 우파 상업언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생산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불법화하는 것은 미국에 최고의 이익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서구에 이해를 둔 세계 모든 정치인과 기업가에게 이것이 중요한 조치라는 것을 확신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출처: 폭스비즈니스 화면캡처]

사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천연자원을 매장하고 있다. 은, 백금, 다이아몬드, 석탄, 철광석, 알루미늄, 보크사이트, 망간, 티타늄 및 인산염과 같은 광물이 대표적이다. 베네수엘라는 또 1980년대 후반 구아나 국경 지역에서 금 매장지가 발견된 뒤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금 매장 국가가 됐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8위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4번째로 많은 석유를 공급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미 후안 과이도 쿠데타 세력 수장은 지난달 23일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한 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 민영화해 다국적 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석유 국영기업 민영화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만 그는 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과이도가 베네수엘라 헌법을 거론하며 민주주의를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은 또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석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2018년 12월 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중 양국은 50억 달러 상당의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게다가 양측은 베네수엘라 광업, 주로 금광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도 석유산업 현대화를 위한 광범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란과 터키, 인도와 같은 국가와도 무역 증대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 나라들은 미국이 발표한 ‘인도주의적 조치’를 거부한다. 베네수엘라를 돕고자 한다면, 오히려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막힌 은행 계좌를 풀면 된다는 입장이다.

사실 원조로 위장된 미국의 개입은 이미 수년간 준비돼 왔다. 지난 2017년, 6월과 11월에 미군은 베네수엘라 해안과 국경에서 ‘사이스컴’이라는 이름의 광범위한 군사훈련을 했었다. 이는 ‘인도주의적 원조 작전’을 위한 훈련으로 진행됐다.

그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이 1월 30일 ‘정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듯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쿠데타는 첫 번째 조치이며 펜타곤은 다음 표적으로 쿠바와 니카라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 언론은 그 이유로 이 세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출처: venezuelanalysis.com]

쿠데타 세력의 협소한 입지

그러나 베네수엘라 쿠데타 세력은 미국과 서구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현실적인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분열돼 있으며 베네수엘라 군대도 국경 침입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더구나 마두로 대통령은 외국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통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반대 인사들도 속한다.

남미 14개국의 우익 정부로 구성된 리마그룹도 쿠데타 세력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외국의 군사 개입에는 반대한다. 4일 리마그룹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베네수엘라 군대에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서 인정하고 원조 물자 수송을 저지하지 말라”고 호소하면서도 “무력 없이, 외교적인 조치를 통한 평화로운 과도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쿠데타 세력은 최근 최소 25만 명을 원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마그룹이 최근 4천만 달러의 원조를 예고했지만, 이 액수는 600만 명에 대한 식료품비, 500만 명에 대한 연금 등 사회서비스로 지출되는 베네수엘라 국가예산 약 30억 달러의 약 1%를 웃돌 뿐이다.

계속되는 미국과 서구의 위협…“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

한편, 유럽연합(EU)이 최근 중재회의를 소집하면서 미국과 쿠데타 세력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선동이 한풀 꺾였지만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EU는 7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중재그룹 회의’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새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쿠데타 세력의 불합리한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자 이미 마두로 정부가 거절한 바 있다.

이 같은 중재그룹의 입장에 볼리비아와 멕시코, 카리브 국가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볼리비아는 향후 회의에도 참가하겠다고 밝혔지만 멕시코는 외세개입을 금지하는 헌법을 이유로 배제하고 있어 중재그룹의 목표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출처: venezuelanalysis.com]

그동안 미국과 베네수엘라 야권은 경제위기를 문제로 마두로 정부를 비난했지만 이의 주된 책임은 미국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틴아메리카지정학전략센터(CELAG)가 8일 2013년부터 5년간 부과된 경제제재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가 경제 위기에 주요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제재에 따른 손해액은 모두 3500억 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에선 현재 외국 개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최소 1천만 명이 마두로 대통령이 쓴 ‘미국 국민에 대한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과이도 쿠데타 세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 독일이나 캐나다 등에선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는 서명 운동과 시위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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