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표창’의 가벼움에 대하여(feat. TV조선 <미스트롯>)

[미디어택] 국정방향과 맞는 선택이었던가

‘방송은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된다.’ 정부가 준 메시지는 그것이 아니었을까.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을 총괄 제작한 서혜진 PD가 ‘2019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행사다. 문체부는 서혜진 PD의 주요 공적으로 “아이돌 위주의 음악 오디션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 제2의 트롯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트롯 스타를 뽑는 신개념 트롯 오디션 〈내일은 미스트롯〉을 총괄 제작해 시청률과 화제성은 물론 새로운 오디션 포맷을 선보여 방송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니…. 서혜진 PD라니 말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은 종편 개국 이래 18.1%라는 최고의 예능 시청률을 기록하며 ‘송가인’이라는 초특급 스타를 발굴했다. 송가인의 무대는 부르는 게 값이며 그럼에도 섭외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다. 그만하면 정부 표창 받을 만하지 않나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전형적인 ‘성과주의’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정부가 ‘새로운 오디션 포맷’이라고 추켜세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부터 살펴봐야겠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은 처음부터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이며 방영됐다. 방송사와 담당PD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트로트’와 ‘미스코리아’의 접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부터 출연자들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미스트롯’이라는 띠를 어깨와 허리에 두른 채 등장했다. 마치 미스코리아의 수영복 심사를 연상케 한 대목이었다.

  1952년 1월 21일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출처: 대한민국 정부]

그 후에도 출연자들이 노출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등 섹시어필에 나서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다. 성 상품화 논란이 정점을 찍었을 때는 ‘군부대 미션’을 진행할 때였다. ‘군 사기를 올리기 위한 위문공연에 여성들이 동원되듯’ 출연자들의 무대는 그러했다. 그만큼 미션 자체가 성적 대상화 의도가 짙었다. 이처럼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은 대놓고 성 상품화에 부응하는 기획·제작·연출이 만들어 낸 방송이었다.

TV조선 제작자들은 이를 모를까? 그렇지 않다. 문경태 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상품화’ 논란이 된 ‘미스코리아’ 콘셉트에 대해 “(미스코리아 콘셉트가) 마케팅과 홍보 전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그건 포장이었고, 프로그램의 진정한 힘은 무대와 노래, 그리고 출연자들의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Mnet에서 〈프로듀스101〉을 제작했던 한동철 PD가 ‘남성들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기획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인식이다. 2019년, 성평등 요구가 뜨거운 한국사회다. 그 속에서 ‘성 상품화가 포장이었다’는 말처럼 뒤떨어진 사고를 가진 사람이 ‘문화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방송사 PD라는 게 창피할 따름이다.

경연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그 주제에 맞는 ‘실력’을 겨루면 된다. 그런데, ‘미스코리아’를 가져와 그들로 하여금 ‘여성미’를 강조하도록 하는 것. 그것 자체가 바로 성적 대상화다. 단지 시청률 잘 나오기만 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논란은 종영 이후에도 계속됐다. ‘더팩트’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송가인이 행사 및 방송으로 거둬들인 수익금 25%를 TV조선이 가져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2위 정미애, 3위 홍자, 4위 정다경 역시 수익의 일정금액을 TV조선이 챙겨가고 있었다. 논란이 일자 TV조선 측은 “출연자들로부터 동의를 구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Mnet 〈프로듀스101〉에 따라 CJ가 수익을 배분 받는 것과 같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엄연히 다르다. CJ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대행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나눈다. 반면, TV조선은 별도의 노동 없이 그저 수익금을 가져간다. ‘재주는 송가인이 부리고 돈은 TV조선이 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TV조선 〈미스트롯〉을 성공시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서혜진 PD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 서혜진 PD에 따라붙는 수식은 ‘상품권 페이’, ‘갑질PD’ 등이다.

방송계갑질119 오픈채팅방을 관리할 때였다. 어느 날 창에 ‘임금 대신 상품권을 받았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상상할 수도 없는 증언이었다.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A씨가 털어 놓은 이야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SBS 〈동상이몽〉 촬영을 담당했다는 카메라 감독 A씨. 그는 임금으로 받아야할 돈 900만 원을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는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데도 말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SBS는 ‘임금’이 아닌 ‘도급대금’이라고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면피용에 가까웠다.

서혜진 PD는 A씨에게 상품권을 준 SBS 〈동상이몽〉 담당PD였다. 〈한겨레21〉이 A씨와 서혜진 PD가 나눈 통화내역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혜진 PD는 “저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거다. 감독님도 감독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시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을’의 위치에서 이 말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 A씨는 19년 동안 카메라 감독으로 방송계에서 일한 베테랑이었지만 그 사건 후에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 반면, 서혜진 PD는 어떠한 징계 등의 조치 없이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야 말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TV조선 〈미스트롯〉 그리고 서혜진 PD에 대해 어떤 평가들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성평등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기준으로 본다면 말이다. 젠더 감수성은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방송 프로그램. ‘타인의 노동으로 얻은 수익’을 쉽게 생각하며 그를 탐하는 방송사. 노동을 폄훼하고 갑질 논란에 섰던 PD. 그 가치들이 ‘시청률’, ‘화제성’, ‘방송산업 발전’보다 하찮단 말인가. 현 정부의 성평등·노동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국정방향과 맞아 떨어지는 TV조선 〈미스트롯〉이기 때문이었을까. TV조선 〈미스트롯〉 서혜진 PD 표창이 여러 면에서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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