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유행, “소득보장 없이는 거리두기도 불가”

‘보건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으로서의 감염병 정책’ 토론회 열려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예고된 가운데, 감염병 관련 대책이 보건뿐 아니라 사회정책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도대남병원,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사회적 ‘위험요인’이 소득, 노동, 장애 등의 불평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정책학회는 지난 3일 서울시복지재단에서 ‘불평등의 도전, 복지정치의 혁신’ 한국사회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더욱 취약한 사람들은 드러나고 있다며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오후 3시에 진행된 ‘보건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으로서의 감염병 정책’ 프로그램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정책의 한계도 지적됐다.


감염병에 미친 사회적 영향…“소득 보장 없이는 거리두기도 불가”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확산 여부에 결정적인 접촉률, 전파 확률, 감염 기간 등의 요소에 생물학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통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 금지를 비롯해 외출하지 않는 사회적 실천에 따라 접촉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개인행동을 비롯한 ‘사회적인 것’을 빼고 감염병 유행과 확산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규모 실업과 임금 감소, 소비·생산 위축 등 ‘경제적 위기’를 겪는 중이며 이는 당장의 감염병 대응에도 직접 관련이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노동자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일을 쉰 결과 임금이 감소해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다른 방법이 없는 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인 요인을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 진단·치료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비용 접근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건강보험이 없어 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공공의료기관이 지리적으로, 수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아프면 진단서 없이도 집에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근데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노동자의 선택이나 의지에 의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가격리 상황이 모두에게 공평하지도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불평등의 심화, 사회정책 실패가 방역의 실패

토론회에서는 감염병 대응 및 정책의 불평등 구조가 감염의 불평등을 키우고 결국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희 연구원은 “많은 사람은 건강을 보호할 자원, 위험을 회피할 자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과 건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예컨대 정규직·비정규직, 기업, 빈곤 모든 수준에서도 여성이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연구원은 “쿠팡물류센터에서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일자리가 없고,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택배 물량이 늘고 작업속도가 늘었는데도 거리두기는커녕 마스크도 착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김창엽 교수 역시 감염병 대응과 정책의 불평등 구조가 감염과 확산의 불평등을 키운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실업자에 대한 소득 보장 장치가 허약하면 많은 노동자가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을 계속해야 하며, 다른 보완 프로그램 없이 학교를 닫으면 저소득층 학생이 더 큰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감염병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고민

김창엽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직접적 건강 피해는 대부분 ‘의료체계’의 특성과 문제에서 비롯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보건의료는 ‘시장형 체계’로 감염병을 포함하는 상당수의 보건의료가 이 같은 시장원리와 조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인프라의 확대’를 통해 감염병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본 토대가 즉시 가동해 초기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보건의료 시스템 강화’를 통해 앞의 기본선 확보에도 부족할 시 민간도 마치 공공병원처럼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민간 자원 동원, 행정 구역 간 협력을 통한 환자 이송 등이다.

김 교수는 또 전국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위험과 자원, 역량이 다른 상황에서 지역별 대응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도의 확진자는 19명 정도이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지난 2월, 당시 2천 명의 확진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격리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환자가 급격하게 발생해 평상시 의료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전국 대비 대구시 확진자 비율은 54%이며, 사망자는 67%에 달한다. 현재 대구 인구의 감염 비율은 0.3%이며, 대구시는 2차 코로나19 유행을 대비해 대구 인구의 약 0.5%가 감염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토론을 통해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보건의료적 접근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시는 야당이 집권하고 있다. 대구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국무총리까지 대구에 와 상주하며 문제를 풀었지만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지난 3월 2일에야 생활 치료센터가 도입됐다. 대구에서 나타난 문제들만 보더라도 정치 경제학적 접근과 사회정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론회에서는 2차 코로나 유행이 예고됐지만 모든 사회구성원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체제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도 부각됐다. 김창엽 교수는 “상병수당이 충분하다면 아플 때 직장을 쉬자는 방역 지침을 훨씬 쉽게 실천할 수 있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수록 작업장 환경을 좀 더 안전하게 고칠 수 있다. 이는 감염병 유행을 예방하거나 억제하는 데, 또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사회체제 여러 층위에서 민주주의 또는 ‘민주적 공공성’의 역량이 축적되고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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