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후 “피해자는 일자리 잃었다”

인턴활동가도 계약 해지 “경실련은 ‘사고지부’ 조치 철회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충북·청주경실련의 조직 폐쇄 등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이 조치로 피해자 직무 정지와, 조직 사업 중단이 이뤄진 만큼 사실상 해고가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경실련은 자정 능력 취약성 등을 이유로 피해자를 포함한 상근자들에게 3개월가량의 직무 정지와 사무실 폐쇄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충북·청주경실련피해자 지지모임(피해자지지모임)은 17일 오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 경실련은) 제기된 사건이 성희롱 사건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충북청주경실련을 ‘사고 지부’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며 해당 결정을 내린 중앙 경실련(경실련)을 규탄했다.

지난 11일 경실련 상임집행위는 성희롱 사건과 이로 인해 발생한 2차 가해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피해자에게 보내왔다. 또한 가해자 및 2차 가해자에 대해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과 재발방지 차원에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매뉴얼 구축 등의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받은 결정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실련은 충북청주경실련(지부)을 ‘사고지부’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경실련은 내규에 따라 충북청주경실련을 사고지부로 지정해 조직 재건 혹은 폐쇄를 결정하겠다며‘사고지부 비상대책위’를 설치했다. 이 조치에 따라 충북청주경실련의 의사결정기구의 운영을 비롯해 상근 활동가의 직책과 호칭은 자동 상실됐다.

이에 피해자지지모임은 “이 결정은 피해를 호소하며 해결을 요구한 피해자들을 쫓아내는 것이며,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 반여성적·반인권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대독을 통해 “경실련 상임집행위의 일방적인 사고지부 처리 통보로 직장을 잃었다. 그들이 보낸 공문에는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한 내규를 마련하고, 회원 전체에게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여 조직을 개선하겠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을 잃고 본래의 자리를 떠나게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미 경실련은 ‘성희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 직장이 없어지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아픔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싸움을 시작했다. 갈수록 깊어지는 진창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들의 용기가 실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 ‘사고지부’ 조치로 계약 해지된 인턴활동가다. 6개월 인턴으로 고용된 계희수 씨는 내년 1월까지 근무가 보장돼 있었지만, 충북청주경실련 폐쇄조치와 동시에 해고됐다. 계희수 씨에 따르면 그가 해고위협에 항의하자, 비대위원장은 “충북청주경실련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인턴인 너는 노동법상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 씨가 “경실련은 원래 활동가를 이렇게 쓰고 버리냐”고 말하자, “경실련은 3개월짜리 인턴도 쓴다”며 문제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해고 통보를 한 비대위원은 “해고가 아니라, 지부가 폐쇄돼 직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을 뿐이다.

계희수 씨는 “성희롱 2차 가해자인 충북청주경실련의 중견 임원은 나의 고용을 문제 삼았다. 해당 임원은 SNS에 페미니스트인 내가 의도적으로 경실련에 입사해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며 “(임원은) 내가 경실련에 입사하기 전, 기자 생활 당시 쓴 성폭력 기사 이력을 거론하며 ‘기자직을 버리고 경실련에 온다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피해자인 활동가를 지지하는 건 맞지만 가해자들의 주장처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거나 문제를 키우지 않았다. 처음부터 직장 내 성희롱이 없었으면 될 일”이라고 토로했다.

사건 초기대응부터 잇따른 문제들…
“피해자는 사라지고 ‘조직 갈등’만 남아”


지난 5월 29일 충북청주경실련 ‘조직위원회 단합대회’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초기 사건 대응부터 문제가 많았다. 피해자들이 조직에 문제를 제기한 6월, 사건 내용은 동의 없이 공개됐고 사과는 피해자가 없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일방적인 사건 처리에 대한 항의에 돌아온 것은 임원들의 고성과 ‘법대로 하라’는 협박이었다.

이후 피해자의 요청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8월 중순 경실련 측에서 조직 실사를 실시했다. 며칠 뒤 경실련은 충북청주경실련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상근자의 직무를 정지하며 사무실을 폐쇄 조치했다. 상임집행위원회는 비대위에 성희롱 사건의 진상 규명과 조직 운영 진단, 개선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성희롱 사건과 이후 해결 과정에서 비롯된 집행위원회와 사무처의 갈등 및 조직운영의 문제로 자정 능력의 상실, 위기관리의 한계, 정상적 조직 활동의 중단’ 등이 이유였다. 비대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상임집행위가 충북청주경실련을 사고지부로 지정하고, ‘사고지부 비대위’를 구성한 것이다.


피해자지지모임은 이러한 경실련의 대응 방식으로 피해자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조직 갈등으로 사건이 왜곡됐다고 지적해왔다.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는 없었다.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임에도 갑자기 ‘조직 갈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사건은 충북청주경실련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실련이 중앙집권적 조직주의에 빠져서 발생한 문제”라며 “활동가들은 조직의 도구가 아니다. 활동가를 보호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제 정의를 말하고 있나. 경실련은 굳은 목을 꺾어 피해자와 증인을 봐야 한다. 이 메시지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끝으로 피해자지지모임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성찰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회원들의 민주적 토론을 통해 피해자들이 안전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즉각 사고지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경실련 관계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업무 중지 상태지 해고는 아니다. 조직위원회를 통해 정상화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임금도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쇄 결정이 날 시 직원들에 대한 대책을 묻자 “그 부분은 결정 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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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또한 그는 “이 사건은 충북청주경실련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실련이 중앙집권적 조직주의에 빠져서 발생한 문제”라며 “활동가들은 조직의 도구가 아니다. 활동가를 보호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제 정의를 말하고 있나. 경실련은 굳은 목을 꺾어 피해자와 증인을 봐야 한다. 이 메시지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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