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10명 중 8명 소득 감소·4명 정부 정책 경험 없어

인천공항 하청노동자 “사용주 고용유지 유인 방안 필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인천공항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소득 감소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인천공항·항공·면세점노동자고용위기대책회의(대책회의)’는 19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6개월, 인천공항·항공·면세점 노동자 실태조사 및 현장 증언’ 발표회를 열었다. 조사에는 530명의 인천공항 노동자가 참여했으며, 8월 20일부터 39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고용 형태는 상용직인 정규직·무기계약직이 92.3%로 압도적이었으며, 비정규직은 7.8%에 불과했다. 대책회의는 비정규직 응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대면 조사가 어려워 미조직 노동자를 만나기 어려웠고, 이미 임시·파견·용역·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조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81.0%의 인천공항노동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감소 이유로는 63.2%가 ‘노동시간 감소’를 꼽았다. 이에 대해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조직국장은 “기본금 삭감이 16% 정도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감소된 부분은 연장, 휴일 근무시간일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 장시간 노동으로 인력충원을 대신해 왔음을 반증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는 답변이 5.6%를 차지했다며 “이미 항공 부문 하청업체들을 중심으로 2~4월 최소 2천 명 이상 미조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다. 일자리를 잃은 미조직 노동자들은 응답 기회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1.3%는 소득 감소와 관련해 정부 정책을 신청한 경험이 없었다. 미신청 이유에 대해는 73.5%가 ‘해당 없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한 국장은 “이는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신청 경험에 대한 응답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이 47.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사업주의 거부로 정부 정책을 사용하지 못한 경우는 25.5%이며, 이는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인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은 “아시아나케이오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노동자들을 지금껏 방치하고 권고사직으로 내몰았다. 500명이었던 규모는 200명대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지난 2월부터 임금체불로 일관했다.

인천공항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가 회복되더라도 정리해고(69.2%)와 임금삭감(49.2%)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중복응답). 또한 고용불안 상황에서 무급휴업에 대한 소득 보전(51.9%) 관련 정부 정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꼽았다. 인천 중구 고용위기지역지정(45.8%), 공항지역 한시적 해고금지(41.3%)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나아가 주기적인 감염병 위기가 예측되는 만큼, 노동자들은 정부의 소득보전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59.6%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소득 보전 정책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 적발을 위해 근기법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도 47.5%(중복응답)에 달했다.

무급휴직, 정리해고에 놓인 항공 하청노동자들

이 자리에는 소득 감소 비율이 평균(81.0%)을 넘어 94.7%에 달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하청 노동자도 참여했다. 김성원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면세점판매본부장은 “공항공사의 8619억 원에 이르는 면세점 지원과 고용안정 보호조치를 하청업체까지 확대해야 한다. 공사 지원을 통해 고용이 유지된 노동자는 약 4500명으로 오롯이 원청인 재벌 대기업 노동자다. 반면에 협력업체 소속 직원 약 3만 명 중 3분의 1은 생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면세점 매장에서 회사의 지시로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점장의 말을 들었다. 회사에서 그 직원의 이름을 부른 후 며칠간 잠도 자지 못했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들었다. 왜 이런 아픔이 반복되고 그 대상은 언제나 노동자여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정리해고 1호 사업장이라 불리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오는 26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앞두고 있다. 김계월 부지부장은 “정부 제도를 거부한 사업주에게 경영 현황 자료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시켜야 한다. 현행제도의 유지는 ‘무급휴직’, ‘희망퇴직’을 고집하는 사업주를 늘어나게 할 뿐이다. 어느 누가 50만 원짜리 제도로 생활이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인 6개월 이후 곧바로 회사가 폐업해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노동자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하청업체 ACS 노동자다. 이들은 노조를 설립해 정리해고를 막아냈고 평균임금의 50%를 지원받는 무급휴직 고용유지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도 180일로 지원 기간이 정해져있다. 남기용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ACS지회 사무장은 “유급인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가 신청하는 게 맞지만, 항공 산업이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무급휴직 지원제도 기간 연장과 신청요건 완화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8개월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 중인 공공운수노조 이스타조종사지부 박이삼 지부장은 “1200명의 이스타 노동자가 봄부터 겨울까지 길거리에 앉아 살려달라고 외쳤음에도 외면하고 있는 정부는 노동 존중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절규에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사용자 신청 거부에 따른 고용유지지원제도 보완 △사업주 지원을 통한 고용유지 유인 방안 △무급 휴업·휴직(생계 위기) 장기화 대응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 방안 마련을 비롯해 ‘인천공항 노동청 출장소’ 설치 등을 통한 근로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발표회 순서가 끝난 뒤 최근 코로나19로 생계 어려움을 겪다 사망한 승무원을 애도하며 묵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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