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성기업 어용노조 설립은 무효”…소송제기 8년 만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판결 환영하지만 파괴된 민주노조의 원상회복은 불가”

[출처: 미디어충청]

금속노조가 유성기업 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결국 대법원의 어용노조 판결을 끌어내며 최종 승소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법의 늑장 판결로 노동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라며 “판결은 무효로 났지만 원상회복을 할 수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결국 한 회사에 노조가 3개나 되는 기형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말았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금속노조가 유성기업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어느 노동조합이 헌법과 법에서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라며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봤다.

금속노조는 2013년 1월 유성기업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이 사건 1심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유성기업노조의 설립 자체가 회사 주도로 이뤄졌고, 조합원 확보, 조직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회사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라며 “기업노조는 설립과 운영에 있어 사용자 회사에 대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하며 유성기업노조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주성 없는 노조는 설립조차 무효라는 최초의 고등법원 판결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낸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이 수많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사용자가 만든 노조는 반드시 무너지고 현장에서 만든 노동조합만이 자본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노사관계가 형성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출처: 미디어충청]

유성기업지회는 어용노조로 인해 노동자들이 받은 피해를 호소했다. 지회는 “2011년 7월 복수노조법의 시행과 동시에 유성기업에는 어용노조가 설립되었고, 당시 노조원들은 용역깡패에게 쫓겨나 회사 앞 논바닥에서 비닐하우스 생활을 해야만 했다”라며 “회사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고 불법파업에 가담한 노조원들은 다시는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의 찌라시와 문자를 날마다 뿌렸다. 해고의 두려움에 질린 노동자들은 너도나도 어용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1년 5월 18일 시작된 노조파괴는 2020년 12월 31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한 회사에 3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했고 민주노조는 힘을 잃었다”라며 “판결은 무효로 났지만, 원상회복을 할 수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결국, 한 회사에 노조가 3개나 되는 기형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말았다”고 법의 늑장 판결 역시 지적했다.

지회의 말대로 현재 유성기업엔 3개의 노동조합이 뒤섞여 있다. 3노조는 2016년 어용노조 설립 무효 판결이 나오고 닷새 만에 유성기업노조 위원장이 설립한 노조로, 사실상 유성기업노조에서 바꿔 활동하는 노조다. 이번에 최종적으로 설립 무효 판결이 나온 유성기업노조엔 사무직 소수가 남아있을 뿐이다. 노조파괴 전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던 유성기업지회의 규모는 1/3로 줄었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 지회장은 “3노조를 상대로 소송하면 또 4노조를 만들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실제 어용노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어용노조에 대한 심각성과 불법성을 회사와 3노조가 인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 지회장은 또 복수노조법 중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또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도 지회장은 “어용노조는 조합원 수가 단 1명이라도 많으면 교섭대표 노조로 선정하는 반면 역으로 민주노조는 조합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도 대표지위를 박탈하고 개별교섭을 진행한다”라며 “어용노조와는 신속하게 교섭하면서 민주노조와는 교섭을 지연하는 식으로 민주노조를 파괴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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