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로 하나 된 민간위탁업체와 지자체의 30년 동맹

[이슈②] 환경미화원의 진짜 사장님은 시장님 혹은 구청장님?


지난 6월 9일, 전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환경미화원들이 ‘전주시 폐기물 관련 조례’를 개정하겠다며 주민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오는 9월 16일까지 19세 이상 유권자의 1%인 5,399인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 주민이 청구한 조례개정안이 전주 시의회에 제출된다. 민주일반노조가 밝힌 조례 개정안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업무 대행’과 관련한 조항 전반을 삭제하고, 행정이 이를 원칙적으로 맡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위탁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2019년부터 업체 비리를 폭로하며 전주시청에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업무의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 공무원까지 연루된 뿌리 깊은 유착과 횡령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최근까지 문제 업체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검은 수익 역시 일부만이 환수됐다. 이에 민주연합노조 전주지부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의 직영화만이 답이라며, 지난 4월부터 다시 전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재개했다. 더불어 본격적인 조례 개정 움직임을 아래에서부터 만들기 위해 주민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전주시는 12개 업체에 위탁을 주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수행해왔다. 65만 인구의 전주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처리 과정을 12개 업체가 대행하는 것을 두고 업체 난립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10년 전인 2012년, 전북 시민사회단체가 “전주시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 선정과 관련, 특혜시비 수의 계약 연장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에도 전주시는 12개 업체 모두 수의계약으로 조건 없이 계약을 연장했다.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문제는 계속 불거졌다. 전북시민연대는 “전주시가 지급한 처리 비용이 제대로 지출되는지 역시 철저히 확인돼야 한다”라며 “전주시는 재위탁에 목메지 말고 업체에 대한 평가, 처리비용에 대한 산출(용역)을 먼저 시행해야 할 것” 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시민단체의 요구는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과 허옥희 전주시 의원 등은 지난 2019년 전주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위탁업체가 원가 산정 기관과 공모해 셀프 원가 산정을 한 후 용역비를 2~3배 지급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아울러 지속된 회계 부정 의혹에도 부정한 용역업체에 대한 수의계약을 지속한 전주시의 잘못을 지적했다. 가장 많은 비리를 저지른 T기업은 1995년 설립돼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으며, 노동자 탄압에도 열을 올렸다. 전국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전주시의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사업은 직영으로 운영할 때보다 연간 44억 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낭비됐다. 민간위탁 기간 동안 한 번도 사후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에 연간 350억 원(2019년 기준)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관리·감독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전주시 공무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위탁 업체들의 배불리기에 나섰다.

허옥희 전주시 의원(정의당)은 “전주시 공무원들은 청소대행업체의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불법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업체는 톤당 단가제로 계약하고 있었는데 수집·운반량이 예상보다 줄어 4개 대행업체의 수입이 줄어들자 총액지급으로 계약을 변경했다”라며 “전주시의 공무원이 청소대행업체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변경 공문 제출을 요구하자, 전주시는 두 번이나 문서를 변조해 제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라며 “전주시 내부 문서에는 톤당 단가에서 총액 지급제로 계약을 변경하면 전주시 예산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 있어 공문 전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짜깁기 공문을 제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시는 뒤늦게 생활폐기물 용역을 공개 입찰로 돌렸지만, 기존 업체의 독식은 지속 되고 있다. 2016년 11월 첫 공개 입찰에서 12개 구역 중 11개 구역이 기존업체에 돌아 갔다.당시허의원은기존업체에유리할수 밖에 없는 점수 산정 기준을 꼬집으며, “길게는 35년에서 짧게는 8년까지 독식해온 독점구조를 깨겠다던 전주시의 의지는 말뿐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사실 생활폐기물 용역업체의 비리는 전국적으로 오래 퇴적된 문제다. 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는 위탁업체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할 환경부 역시 대안 마련에 늑장을 부렸다. 양성영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생활폐기물 용역은 현재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면 된다. 어렵게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업체 비리와 지자체의 문제를 비판해도 노조만 탄압당할 뿐 근본적인 개선은 되지 않는다. 문제 업체는 재계약을 반복한다. 지역 토호 세력과 지자체의 유착 없인 이런 구조를 만들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전국 꼴찌, 서울 환경미화원의 처우

그간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1만 원’의 전국 확산을 견인한 서울시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에 있어선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은 관련 종사자의 처우가 가장 열악하고, 임금체계 역시 그에 걸맞게 후진적이다. 정부의 ‘용역근로자보호지침’ ‘환경부 원가산정 고시’에 따르면 이들의 시급은 건설노임 단가로 책정돼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으며 연장근로수당으로 임금을 벌충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환경미화원이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 중간에 휴일 하나 없이 주 6일 야간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흔하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야간근무를 ‘인간의 생체리듬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발암물질’(2A군)로 규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환경미화원들은 디젤 배기가스·석면·유리규산 노출에도 취약해 폐암으로 인한 산재 승인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다른 지역처럼 서울시의 각 구청도 생활 폐기물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맺으며 수십 년간 검증 없는 계약을 이어나갔다. 2013년 서울시 연구용역에 따르면 서울시 생활폐기물 업체의 평균 사업연수는 27.6년이었다. 오랫동안 노동조합도 만들어지지 않아 서울 전역의 115개 업체들을 감시할 세력도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자치구가 공개 입찰로 변경했음에도 여전히 기존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노조뿐 아니라 시의원들도 ‘카르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금천구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은 직접 정보를 수집해 담합과 횡령, 구청의 봐주기 계약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금천구 관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일반폐기물, 음식물류폐기물, 재활용품을 수집·운반하는 A업체의 계약 금액은 실제 집행 내역과 약 1억 원 정도의 큰 차이가 있었다. 직·간접노무비, 직접경비로 분류되는 국민연금, 4대 보험 등에서 큰 차이가 났고, 연 1억 원의 차액은 업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자료를 분석한 백수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서울일반노동 조합 금천구환경분회 사무장은 “간접노무비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것은 대체 인력이다. 그런데 대체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도 1년에 7,000만 원 이상을 쓴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구청은 이 업체에 매년 1억4000만 원~1억8000만 원에 달하는 간접노무비를 지급한다”라며 “구청이 거짓으로 올린 기성을 전혀 감독하지 않아 간접노무비와 4대 보험료 등에서 한 회사당 1억~2억 원 정도의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현재 금천구엔 4개의 회사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백 사무장은 “12월이 되면 1년의 장부를 정산하고, 쓰이지 않은 예산과 그에 대한 세금까지 환수해야 하는데 구청은 전혀 정산하지 않고 있다”라며 “노조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아 중간착취에 대한 공익감사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금천구의 경우 노동조합이 정보공개청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업체와 구청의 회계 정산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엔 A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한 금천구 4개 위탁업체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처우를 끌어올리기 위해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하지만 파업 기간 촉탁직과 정년 도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가 연쇄적으로 진행됐고, 이들은 다른 복수 노조에 가입했다. 복수노조 위원장은 A업체 퇴직 노동자 H씨로, 퇴직 전까지 오랫동안 복수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퇴직하고 노조는 거의 활동하지 않은 채 명맥만 이어가다, 다시 그의 복귀로 노조 활동이 재개됐다. 쟁의 기간 노조를 탈퇴한 한 조합원은 “회사 관리자들이 압력을 넣기 시작했고, 사무실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며 탈퇴에 동의만 하라고 했다” 라며 “파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걸려 방법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탈퇴서는 그날 팩스로 곧장 전달됐다. 한 촉탁직 노동자의 경우 관리자들이 집까지 방문해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노조 탈퇴서가 A업체 직원의 모바일 팩스로 온점 등을 들어 지난 5월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편에선 지난 파업 기간에 다른 민간위탁 환경미화원들이 대체 인력에 항의하다 위험천만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의 노동자에 대해 노조는 ‘살인 미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또한 특수 폭행 상해죄로 기소한 상태다. 피해자 노동자 P씨는 지난해 말 모 아파트 폐기물 수거장에서 불법 대체 인력 투입에 항의하던 중한남성에의해청소차량에던져졌다. 당시청소차량은폐기물적재및압출을 위해 작동 중인 상황이었고, 이 남성은 P씨를 수거 차량 후미의 회전판 앞까지 집어넣었다. 회전판은 강한 압력으로 폐기물을 작은 부피로 압축시키는 장치다. 손가락이나 팔 절단 등의 안전사고가 곧잘 일어나는 위험한 기계였다.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P씨는 이 과정에서 허리 염좌 등의 상해를 입어 아직까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양성영 부위원장은 “어렵게 노조가 만들어져도 노조탄압으로 노조가 와해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세를 불린 업체들은 노동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정도로 막가파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라며 “민간위탁 환경미화원의 문제는 단순히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중간착취의 문제와 공공부문의 오래된 적폐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오랜 적폐가 시정될 기회가 없진 않았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취지대로라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은 당초 1단계(용역)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위·수탁 기관의 반발과 민간위탁 명칭으로 인해 3단계 적용으로 미뤄졌다. 이후 3단계 전환이 ‘가이드라인’에 그치면서 3단계 대상인 많은 비정규직처럼 정규직 전환 논의가 멈춰섰다. 폐기물로 연결된 카르텔을 깨기 위해 노동자들은 오늘도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을 방문한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